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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누칼협’으로 일그러진 우리 자화상
최병식 편집국장
경북동부 관리자 기자 / d3388100@hanmail.net입력 : 2023년 01월 18일(수)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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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칼협”이란 신조어가 있다. 지난해 폭발적인 밈으로 떠오른 이 말은 ‘누가 칼들고 무엇을 하라고 협박했냐’라는 문장의 줄임말이다. 공무원이 저임금 개선을 요구하면 ‘누가 공무원 하라고 칼들고 협박함?’이라거나, 자영업자가 고물가에 장사 안된다고 하소연 하면 ‘누가 장사하라고 칼들고 협박함?’ 처럼 일축하는 식이다. 여기에 ‘출근해야 하는데 제설이 잘 안된다, 공무원들의 직무유기’라고 하면 “누가 출근하라고 칼들고 협박함?” “누가 제설 안 된 도로로 가라고 칼들고 협박함?” 같은 말로 맞대거리한다.
‘누칼협’은 주로 어떤 일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하거나 하소연 할 때 그에 대한 답으로 쓰이는데, 스스로 선택한 일이니 불평하지 말라는 뜻이 담겨 있지만 말문이 막혀 대화를 단절시키게 만들어 버린다.

지역의 예로 범위를 좁혀보자. 또 지난해 끝난 영천시의회 이야기다. 영천시이통장연합회의 몫으로 올라온 피복비 지원예산 약 5천만원을 전액 삭감하는 일이 생기자 이통장연합회는 즉각 반발했다. 그러면서 자신들이 주관하는 행사에 시의원들 출입을 금한다는 공문까지 냈다. 그러자 “누가 이통장 하라고 칼들고 협박했음”을 날린다. 체육관련 예산 삭감도 비슷하다. 

읍면동체육회장들이 발끈해서 “시민체전 못하겠다”고 하니 소위 ‘징징대기’라며 누칼협을 날린다. 거꾸로 의회를 향한 비난이 일자 몇몇 의원은 “내가 이까짓 시의원 안해도 잘 먹고 사는데...”라는 말을 꺼낸다. 그러면 누군가 누칼협을 날린다.

‘누칼협’을 단순히 보면 어떤 일에 대해 결정을 스스로 내린 것이기에 본인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뜻으로 들리지만 다소 ‘고소하다’거나 ‘고것 잘 됐네’라는 등의 조롱으로 읽히기도 한다. 모든 상황에 쓸 수 있어 보이고, 다소 사이다같은 말이라 느껴지지만 내가 쉽게 쓰면 다른 사람도 쉽게 따라할 수 있다는걸 기억해야 한다. 

어떤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합리적으로 외치는 사람들에게 ‘누칼협’으로 응수하는 공동체엔 희망이 없다. “그 돈으로 체육대회 하기 싫으면 체육회장 그만두면 되지, 누칼협”이나 “그러게 누가 시의원 하랬나”라는 비아냥과 조롱은 결과적으로 “그러면 이 정도 공공서비스에 만족하세요”라는 냉소와 비난, 불편함으로 되돌아올 뿐이다. 

그와는 반대말도 있다 “어쩌라고? 내맘이지!” 텔레비전 광고에 나오는 어느 대부업체 광고다. 속뜻은 사채 빌려서라도 맘대로 한번 살아보라는 내용으로 읽힌다. 무책임의 극치다. 남을 의식하지 않고 그야말로 내맘대로 살면 행복하고 만족스러울까. 개인의 삶도 그렇지만 권력은 더 위험하다. 그런 마음은 자신을 위해서나 다수 주민의 행복한 삶을 위해서도 반드시 제어돼야 한다. 권력은 그에 상응하는 책임과 의무를 반드시 져야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국민 위에 군림하는 군주가 아니듯 시장과 시의원도 주민들 위에 앉아 권력을 누리는 자리가 아니다. 시민들이 일정 기간 위탁한 대리인일 뿐이다. 

이미 세대와 정치, 성별, 빈부에서 갈등이 팽배한 상황에 지역마저 집단 이기주의에 기반한 갈등으로 ‘누칼협’이나 “어쩌라고? 내맘이지!” 씩이나 날린다면 대략 기대난망이다. 사회적 피로가 쌓인 상황에서 누군가의 볼멘소리를 듣는 것도 피곤하고 짜증나는 일이긴 하다. 그렇다고 냉소와 조롱으로 답하는 사회에는 더 나쁜 분위기만 깊어질 가능성이 높다. 
좁은 지역 안에서 눈 뜨면 당장 서로 마주 봐야하는 형편이다. 

그리고 서로 머리 맞대고 힘모아 난제를 풀고, 서로 화합해 지역발전을 이끌어야 할 사람들 아닌가. 색안경 끼고 서로 적대시 하다간 모두가 공멸의 길로 간다는 걸 모르지 않을 것이다. 하루 아침에 해결될 일이 아니란걸 알지만 단절된 오해를 조금이라도 씻어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설 지나고 마주할 때는 각자의 힘든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서로 등두드려 주는 희망이 보였으면 한다. 
 
경북동부 관리자 기자  d33881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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