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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고깔을 쓴다 (113)
한 관 식
경북동부 관리자 기자 / d3388100@hanmail.net입력 : 2018년 10월 25일(목) 15:48
ⓒ 경북동부신문


 법진의 차가 마당 입구에 정차하는 소리를 들었다. 명적암 주차장에 세워두는 차를, 밤에 마을에 다녀오면 꼭 마당 앞까지 차를 끌고 왔다. 이미 단종 된 검은색 코란도는 씩씩 거리며 마당 앞에서 보초를 서고 있는 듯 근엄해보였다. 주차장과 명적암까지는 걸으면 십분 정도의 거리였다. 한번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밤길을 걸은 적이 있었다. 늦가을로 접어든 법진의 승복이 잔 나뭇가지로 사각사각 스치면서, 운동화 바닥에서 낙엽 밟는 소리가 더해져 또 다른 세상 입구로 들어가고 있는 환영에 젖어들고 있었다. 자칫 정신 줄을 놓았을 때 산비탈로 이어지는 계곡으로 달려가서 뛰어내리고 싶은 충동을 순간순간 느끼고 있었다. 달빛은 밝았지만 지상의 형체는 잘 가늠이 되지 않을 정도로 분명하지가 않았다. 법진은 스스로를 달래고 있었다. 팔찌의 염주를 벗겨내어 손끝으로 108개의 염주 알을 하나하나 굴렸다. 싸늘한 냉기가 손끝으로 전해지면서 일찍이 없었던 두려움이 와락 몰려왔다. 법진은 자신의 뺨을 때렸다. 한 번도 이런 일은 없었다. 출가할 때 굳은 맹세가 나약해진 것은 아닐까. 주차장에서 명적암으로 오르는 길은 한 길로 이어졌는데 몇 가닥으로 연결된 것을 보고 법진의 좌표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시험에 들게 하는 무리가 있구나. 불쑥불쑥 산에서 내려오고 싶다는
  충동으로 법진의 멱살을 몇 번 끌어당긴 적은 있었지만, 그토록 쉽게 오르락내리락 하던 길에서 다른 갈래를 보여준다는 것은 쉽게 납득이 되지 않았다. 불심이 약해져 정신마저 송두리째 뒤흔들고 있단 말인가. 밤안개는 속이 훤할 정도로 미치도록 투명했다. 산짐승이 울고 산 벌레가 울었다. 나무와 나무 사이에서 푸드득 새한마리 날아올라 잠이 묻은 날개 짓으로 곧바로 나뭇가지에 앉았다. 이제 길과 길의 경계선과 산과 산의 경계선이 뒤엉켜 서로를 한 몸처럼 똬리를 틀었다. 법진은 길 위에 서있었지만 허공에 뜬 듯 자신의 몸이 가벼워지기 시작했다. 염주는 더 빨리 손끝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두려웠지만 평온했고 아득했지만 명적암이 가깝게 느껴졌다. 알 수 없는 거리감과 판단력은 가던 길을 멈추고, 이 상황의 본질을 파악하려는 냉정함과 의연함으로 재정비를 시도하였다. 저토록 애간장을 끊듯 별은 무수하게 반짝거리는데, 앞으로 나가면 더욱 더 멀어지는 이 기이한 현상은 정녕 무엇이란 말인가. 그 자리에 멈춰 풀쩍풀쩍 뛰어봤다. 귀에서 텅텅 소리가 울렸다. 방금 올라온 주차장을 내려 봤다. 법진의 차가 달빛을 받아 어둠속에서도 출발을 기다리는 최선의 모습으로 올려다보고 있었다. 몇 발자국 옮기지 않았다고 생각한 주차장의 거리가 쭉 늘려놓은 듯 멀게 느껴졌다.
  이럴 수는 없다고 도리질을 했다. 여전히 현실과 헛것의 세상에서 헤매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속상했고, 그래도 많이 버렸다는 세상유혹이 온몸으로 퍼져버린 탓일까. 감기도 빠져나가기 직전에 콧물, 기침, 머리 아픔, 팔다리 저림까지 한편으로 만들어 뒤흔들고 간다는데 혹시 속세의 묻은 때가 한꺼번에 요동을 치는 것은 아닐까. 어쨌든 법진은 이 상황을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뛰어가면 조금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운동화 끈을 바짝 조여매고 큰길이 보이는 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푸석한 어둠덩이를 헤치며 얼마나 달렸을까. 멀리 화전민 촌에서 굴뚝 연기가 솟구치고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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