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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고깔을 쓴다 (115)
한 관 식
(사)한국문인협회 영천지부장
경북동부 관리자 기자 / d3388100@hanmail.net입력 : 2018년 11월 08일(목) 15:30
ⓒ 경북동부신문


 법진은 오래도록 망설였다. 무엇이 옳고 그른 것을 제쳐두더라도 흔히 세속에서 읽혀지는 삶과 죽음의 논리 앞에서, 자신의 목록을 스스로 넘기고 싶은 중생의 발상이라고 받아들여진다면 그 또한 동참하여 가난한 굴레를 벗어주고 싶었다. 사후에 대한 목마름을 해갈시켜주는 것도 입문한 큰 뜻의 한 뿌리가 아닐까. 너와 지붕을 이고 남은 나무 조각들이 곳곳에 널려있었다. 색깔이 각기 다른 나무 조각들을 보며 노인의 아내에게 물었다.
 -무슨 나무, 무슨 나무로 지붕을 이어서 만드나요?
 떡갈나무 속에서 웅크리고 있던 노인은 계속 의식이 진행된다는 것을 직감 했을까, 다시 평온하게 눈을 감았다. 산 자와 죽은 자에서 곧 자신의 사후 세계를 참관할 기대치로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약간 갈라진 음성으로 노인의 아내가 더듬거렸다. 어쩌면 허락해준 고마움이기도 했다.
 -삼나무와 노송나무, 소나무의 조각들이지요.
 이번에는 숯검댕이가 묻은 아들에게 역할을 주었다.
 -그러면 디딜방아와 물지게가 잘 보이는 후미진 저곳에 나무 조각을 쌓아두실 수 있나요?
숯검댕이 묻은 아들은 열의 찬 굳은 얼굴로 느리지만 다부지게 움직이고 있었다. 극락의 경지에 이르게 하는 의식으로 다가가기 위한 집중력을, 망자가 생전에 아끼던 물건을 가까이에 두고 불로써 다스리고 싶었다. 노인이 살아있는 망자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 조금 걸리긴 했지만 저토록 간절한 염원을 법진은 저버릴 수가 없었다. 될 대로 되라는 식의 안이함도 한몫을 하고 있었다. 죽은 자보다 남은 산자의 슬픔을 거두어들일 필연성은 충분했다. 의식과 절차의 진행이 마음속에서 새롭게 안착되었을 때 모든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다. 그 편안함으로 망자와 이별을 공식화할 수 있는 것이다.
 염불은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화전민촌의 어둠의 가운데를 관통하고 있었다. 늦가을의 단풍이 한풀 꺾인 산천을 휘돌아 골짜기를 타고 숲의 반대편에 철썩 부딪히면서 아련한 메아리로 돌아왔다. 불꽃은 천년 먹은 숨결처럼 타올라 고만한 열기를 분배하고 있었다. 노인의 한 쪽 얼굴이 혼 불을 얼굴에 바른 듯 붉게 쿨렁쿨렁 거렸다. 노인의 아내의 기도와 숯검댕이 아들의 기도가 한 때 든든한 기둥으로 집안을 지탱해준 지아비와 아비를 향한 절절한 염원으로 이어졌다. 처음은 보통의 음성으로 나무아미타불을, 법진의 가슴에 옹골차게 들어찬 형용할 수 없는 기운들이 부처에게 최대한 다가간 심정으로 보통만큼의 음성을 들려주고 있었다. 땅에 끌리거나 바닥과 떨어지지 않은 알맞은 높낮이는 주위의 정적을 가볍게 깨우고 있었다. 날짐승과 들짐승에게 살포시 다가가 낮에 쌓인 낙엽의 비밀을 곁들여, 동화를 읽어주는 음성으로 더는 갈 곳 없는 땅 끝으로 불러 모으고 있었다. 이 기막힌 풍경 안에서 촛농처럼 녹아들지 않으면 존재감마저 모호해질지 모르는 절체절명의 구성원에 대한 약속처럼 느껴졌다. 
 -계속
경북동부 관리자 기자  d33881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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