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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고깔을 쓴다 (118)
한 관 식
경북동부 관리자 기자 / d3388100@hanmail.net입력 : 2018년 11월 28일(수) 17:41
ⓒ 경북동부신문


 마지막 다섯 마디의 염불 앞에서 법진은 피로를 느꼈다. 마라토너가 한 구간 남은 거리에 이르렀을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알고 있는 것처럼. 비축한 힘을 한 톨 남기지 않고 기록갱신을 위해 전사의 심장으로 결승점을 향해 천근의 다리를 옮겨야 한다. 온전히 물러설 수 없는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것을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법진은 마라토너의 심장으로 뜨겁게 펄떡 거렸다. 이제 땅거미가 어둑해질 때 시작한 염불은, 막 어둠을 걷어내려는 여명기에 안착해 있었다. 접혀있고 말려있던 세상의 귀퉁이를 펴서 조금 더 밝은 빛으로 살게 해주고 싶다는 법진의 기도가, 내내 산야에 적셔지고 저마다 그 의미를 부여받고 싶은 중생들에게 가치가 도달하기위해 염원했다. 자신의 사후절차를 지켜보고 싶은 노인과, 소원을 들어주고 싶은 아내와, 부모의 말에 늘 고분고분한 숯 검댕이 묻은 아들과, 아찔한 혹 하나를 등에 올려놓고 사는 딸의 비루한 인생으로 엮어진 가족에게 바칠 수 있는 선물인 것이다. 중생은 해탈할 때까지 윤회는 계속 된다고 가르침을 받았다. 인간과 동물은 넘나들 수 있고 서로 관계에서 상시로 변화를 꾀하는 수단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미혹에 빠지지 않는다면 윤회의 범위 안에 들어올 자격도 수단도 보장 받을 것이다. 그렇다면 노인은 묵언수행 하는 떡갈나무로 아내는 나뭇가지를 버티고 선 올빼미로, 아들은 듬직하게 떠나지 않을 바위로, 딸은 홀씨 되어 나르는 민들레 씨앗으로 환생했으면 좋겠다. 하늘과 산과 들과 골짜기의 단단한 이음새가 지속되길 바라는, 염불은 더욱 급한 마음을 실어 ‘아미타불’ 넉자만 휘돌고 있었다. 다섯 마디가 주는 마무리의 쨍쨍함이 구부러진 외날 형태로 날의 무게가 날 끝에 모이도록 고안된, 밀림의 길을 터주는 칼처럼 느껴졌다. 낮으면서도 궁색한 일생을 향한 염불수행은 법진의 가슴속에도 물결처럼 찰랑 거리는 온기가 차오르고 있었다. 온기는 옹기종기 모여들 수 있는 계기로 급선회하고 한 사람 한사람의 영혼에 골고루 분배해주기 위해 ‘아미타불’은 수북이 쌓이고 있었다.  
 이승의 질긴 연결고리가 보잘 것 없음으로 채워졌다면 이제는 물지게의 무게만큼이라도 들어내어 꼿꼿하게 허리를 펴며 살게 하는 염원을 실어 보냈다. 노인은 아침 햇살에 떡갈나무 속에서 앉아 있었다. 마치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 온 것처럼 얼굴은 핏기가 없지만 이야기보따리를 품고 있는 듯 보였다. 여차하면 밤새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사투한 자신의 영웅담을 털어 놓을 것처럼 눈만 끔뻑끔뻑 거리고 있었다. 너와지붕을 이고 남은 나무 조각들로 피운 모닥불은 한바탕의 소란 안에서도 좀체 사그라지지 않았다. 숯 검댕이 묻은 아들이 눈치껏 불의 기운을 복 돋아 주기위해 소재를 공급해준 모양이었다. 꼽추 딸이 선 자리를 채우고 있던 어둠이 말끔하게 걷혀 전신을 드러내고 있었다. 
 유난히 좁은 어깨가 법진의 마음을 아리게 했다. 노인의 아내가 방문 하나를 열었다. 화전으로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지만 나름대로 불편해하지 않을 세 개 정도의 방을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노인의 아내가 탁한 음성으로, 필요이상의 큰소리로 고함질렀다.
-스님, 이 방으로 들어 가이소. 찬은 없지만 후딱 요기꺼리를 차려 오겠심더. 
 -계속
경북동부 관리자 기자  d33881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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