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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깔을 쓴다 (139)
한관식
경북동부 관리자 기자 / d3388100@hanmail.net입력 : 2019년 05월 30일(목) 15:27
그즈음 우리에게 찾아온 죽음을 목격하게 되었다. 고작 열 살의 나이인데도 불구하고 이별은 충격과 경악을 동반해서 찾아왔다. 세상의 새로운 문화와 법규를, 주저함 없이 받아들여야하는 스펀지 같은 우리에게 웬 청천벽력이란 말인가. 하루에 두 번 다니는 버스를 제외하곤 비포장도로에서 퉁탕 거리며 지나가는 덩치 큰 군용차는 멀리서도 알아봤다. 그만큼 먼지가 마을 구석구석으로 퍼져 나갔기 때문이었다. 어른들의 말을 빌리자면 면허증도 없는 신병들을 차출하여 운전대를 잡게 했다는 것이다. 명령에 사는 군인정신으로 트럭 운전대를 잡은 신병들의 운전솜씨는 오죽 했을까. 중앙선도 없는 비포장도로에서 마치 곡예 하듯 퉁탕 거리며 저만치에서 트럭이 모습을 보이면 ‘멀찌감치 떨어져라’는 어른들의 고함이 들려오곤 했다. 우리는 언제든지 날렵하게 피할 수 있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꼬리를 물고 따라붙곤 했다. 우상열은 달리는 트럭짐칸에 터치를 하고 자신의 존재감을 종종 확인시켜주기도 했다. 절묘한 타이밍과 동물적인 민첩성과 강인한 담대함은 곧 ‘대가리’의 예우를 받고 싶다는 저의도 깔려있었다. 우린 우상열의 과감한 터치 후에 일제히 감탄사로 경외감을 대신했다. 몇 대의 트럭을 보낸 뒤 먼지만 뽀얗게 뒤집어 쓴 서로의 모습을 보면서 키득키득 웃던 날, 그날따라 보급품이 많았는지 연이어 트럭이 도로에 들어서는 것을 보았다. 우상열은 어느 정도 지쳤는지 뒤로 빠졌다. 그때를 노렸을까. 우리 중 누군가가 튀어 나왔다. 숫기가 없고 말도 어눌한 친구의 등장은 정말 의외였다. 별로 주목도 받지 않았고 대화꺼리에도 등외로 빠져있던 친구는 우상열과 달리 트럭의 꽁무니에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옆구리에 바짝 붙어 슬금슬금 뒤처지다가 짐칸에 터치를 한 뒤 우리에게 함박웃음을 보여주었다. 어쩌면 ‘대가리’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로 던져주는 함박웃음의 의미를 우리는 그렇게 읽었다. 우상열의 표정변화를 보기위해 잠깐 눈치를 보았을까. 곧 함박웃음과 만나기 위해 친구의 다음 행보를 주시했다. 엄지발가락이 튀어나온 그의 고무신을 우리는 간과하고 있었다. 트럭 옆구리를 따라붙는 그답지 않는 민첩성만, 그러면서 비포장도로에서 튀어나온 돌을 가볍게 피하는 노련함만 우리는 보고 있었다. 고무신이 앞으로 쏠리면서 엄지발가락의 출구가 찢어져 발가락 전체가 쑥 고무신 밖으로 삐져나왔다. 중심을 잃은 친구는 트럭의 옆구리를 긁으면서 뒷바퀴로 머리가 빨려 들어갔다. 아주 순간적으로 우리는 엄청난 사건 속 증인이 되었다. 검붉은 피가 비포장도로를 물들이고 있었다. 트럭이 멈췄다. 누가 우리에게 정지 명령한 것처럼 그 자리에 얼어붙어 스스로에게 배당된 상황을 어떻게 수습해야지 몰라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었다. 먼지를 뒤집어 쓴 것처럼 하얗게 질린 운전병이 트럭에서 내려 발만 동동 굴렀다. 사건경위를 작성하기위해 헌병대에 우리는 불려갔다. 칼 각을 세운 군복에 목소리까지 날카로운 헌병은 우리에게 질문을 던졌다.
“어떻게 머리가 차바퀴로 들어갔는지 정직하게 대답하면 너희들은 무사할거고 만약 거짓말을 한다면 너희들 모두 영창감이야. 내 말, 알아듣겠지?”
우리는 일제히 우상열을 보았다. 우리 중에서 참말도 거짓말도 제일 잘하는 신뢰감과 믿기지 않는 상황을 충분히 빠져나갈 수 있는 능력에 대한 예우를 갖춰 그와 눈이 마주쳤다. -계속
경북동부 관리자 기자  d33881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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