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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깔을 쓴다 (141)
한관식
경북동부 관리자 기자 / d3388100@hanmail.net입력 : 2019년 06월 28일(금) 16:02
순경들은 호루라기를 불며 차량통제에 적극 매달려 있었다. 군용차량의 사고답게 헌병도 통제에 참여하고 있었다. 몇몇의 신문 기자들이 기자완장을 차고 플래시를 터뜨리며 곳곳에서 연신 셔터를 누르고 있었다. 어디에서 몰려 왔는지 사람들은 북적거렸고 비포장도로는 먼지로 뽀얗게 덮여있었다. 우상열은 인파속을 헤집고 잘 보이는 앞줄에 파고들었다. 그 민첩한 동작은 놀라웠지만 결코 낯설지 않았다. 우리는 그의 뒤를 따랐다. 어른들은 우리를 제지하지 않고 길을 터주었다. 그날의 운전병이 두려움에 어깨가 훨씬 낮아진 몰골로 더듬더듬 설명을 해주고 있었다. 목소리는 잠겨있었고 파란 이맛살을 구기며 울먹거리기까지 했다. 기자들은 한층 목소리가 높아진 채로 질문을 더해갔다.
“뭐예요? 차는 정상적으로 가고 있는데 죽은 아이가 뛰어들었다 이 말이죠?”
날카롭고 취조하듯이 고함치면서 인터뷰를 이끌고 가는 이유는 기자완장이 가진, 우위의 특별한 권리로 인식되었기에 듣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별 불평이 없었다.
“클랙슨을 빵빵 눌렀나요?”
“뛰어든 애를 알아차렸을 땐 바퀴에 깔려......”
운전병의 목소리는 입 밖으로 튀어나오지 못하고 삼키는 수준이었다.
“근무태만이구먼. 쯧쯧. 한 생명이 세상에서 한 번 피어보지도 못하고 이렇게 처참하게 죽는 것이 말이 되나 말이야. 이 비포장 길은 언제 아스팔트가 깔린다고 합니까? 열악한 환경에서 초짜로 운전대를 잡은 젊은 병사의 인생은 또 뭡니까?”
다혈질의 기자가 군중을 향하여 소리쳤다.
“군과 민과 병이 자기 팔 자기 흔드는 식의 오합지졸 행정이 빚어낸 참사입니다. 코딱지만 한 시골 행정도 이 모양이니 다른 큰 도시도 뭘 기대하겠습니까? 허수아비는 왔나요?”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우리 크기 만 한 허수아비를 들고 헐레벌떡 뛰어오는 사람이 있었다. 군용 뒷바퀴 트럭에 머리 부분이 깔린 허수아비가 눕혀졌다. 기자들은 다각도에서 플래시를 터뜨렸다. 우리 중 누군가는 메슥거림을 참을 수 없었던지 뒤로 빠져 오바이트를 했다. 그날 우리는 이 자리에서 머리가 뭉개져 피 범벅된 친구의 모습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발가락이 튀어나와 끌다시피 신고 다니던 검정고무신과, 콧물과 땟국에 절어 항상 반질반질한 소매 깃과, 점심시간에 공복을 채우기 위해 수도꼭지에 머리를 박고 서럽게 하늘을 보던 친구의 모습이 무성영화처럼 넘어갔다. 어쩌면 타살이 아닌 자살로 치부해도 우리는 고개를 끄덕거릴지 모른다. 고달프고 피곤하고 곤궁하고 하나같이 서러운 날의 연속이었으니까. 땅에 발을 디디고 걸어 다녔지만 늘 올려다 본 하늘이 더욱 더 친숙하게 느껴졌을 우리의 친구가 여덟 살의 생을 마감했다. 우상열은 잠깐 돌아서서 눈물을 훔치는 듯 했다. 적어도 우리에게 그렇게 비췄지만 흙먼지와 잡티가 군중 속에서 활개를 치는 현장검증의 하루였다고 고쳐 생각해보면 그럴 순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현장검증이 마무리 되고 차량통제가 풀리자 비포장도로는 시치미를 땐 체 울퉁불퉁 차들이 다녔다.
-계속
경북동부 관리자 기자  d33881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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