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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깔을 쓴다(154)
경북동부 관리자 기자 / d3388100@hanmail.net입력 : 2019년 10월 30일(수) 15:11
단포극장 건물 잔해가 여기저기 굴러다니고, 우리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 흉물 덩어리로 전락할 즈음 영천읍이 가져다주는 새로운 흥미꺼리로 들떠있었다. 까까머리에 눌러쓴 모자며 교복후크를 채웠을 때, 국민학생과 중학생의 분명한 경계를 온몸으로 받아들였다. 금박단추 윗도리에, 뭔가 엉성한 다림질 자국의 바지라도 갖춰 입으면 살아온 세상과 완전 다른 길에 접어들었다고 생각되어졌다. 까까머리와 그냥 머리로 구별 되었고, 교복과 그냥 옷으로 구별 되었다. 필통 안에는 연필과 볼펜과 삼각자와 컴퍼스와 향이 나는 지우개가 들어 있었다. 다양한 과목에 다양한 책들로 시간표에 맞춰 날마다 챙기는 것도 신기하지만, 새로운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세계로 뻗어나갈 가능성의 일단계라는 점을 무겁게 받아들였다. 그리고 아침이면 버스 정류장과 맞붙어 있는 예비군 참호에서 짤짤이로 무료한 시간을 달랬다. 참호 속 아기 창을 통해 여학생들의 움직임으로 충분히 버스가 어디쯤 오는지 쉽게 파악이 이 되었다. 삼사관 학교 앞 정류장에서 버스가 움직이면 느릿느릿 대열을 정리하며 삼삼오오 모여들기 때문에, 충분한 시간이 주어져 한두 판 더 짤짤이를 돌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 주먹 안에 동전 개수를 정확히 파악하여, 가급적 들키지 않으려고 교묘하게 다른 곳으로 유도하는 교란작전도 서슴지 않았다. 눈치코치 가릴 것 없이 버스가 도착하는 시간에 맞춰 게임을 종료해야 한다는 압박감도 은근히 즐겼다. 모양이 제각각인, 십 원 오십 원 백 원 동전을 이리 굴리고 저리 굴러 가면서 파악이 끝나면, 내가 이길 확률이 낮아 졌을 때 주먹을 흔들면서 가장 적당한 곳에 동전을 눈치 채지 않게 던져버렸다. 그렇게 되기까지 수많은 시행착오 속에 이룩한 쾌거인 것을 스스로 대견하게 생각했다. 단 차비는 항상 매너 좋게 돌려줬다. 내게 차비를 돌려받은 친구들은 개평에 고마워했고, 항상 호구인 그들에게 짤짤이의 흥미와 재미를 반감시키고 싶지 않았다. 또한 친구들에게 동전 생기는 방법을 수시로 일러 주었다. 가령 크레파스 도난, 혹은 다리 난간에서 놀다가 크레파스 수장, 약간은 억지스럽지만 자책하는 표정을 무기로 삼으면 거의 성공했다. 그게 크레파스 하나, 뿐이겠는가. 노트도 지우개도 컴퍼스도 무궁무진하지 않는가. 단 덩치가 크면 안 된다. 가방이나 안경이나 도시락은 꼭 엄마의 손에 이끌려 가야하기 때문에, 혼자 갈 수 있는 만만한 학용품으로 짤짤이 경비를 조달해야 한다고 일러주었다. 동전의 마찰음과 손안에서 파악되는 동전의 개수, 상대를 속여야겠다는 도전정신에 따른 전율, 내일 또 빼먹어야겠다는 치밀성까지 어느 것 하나 포기할 수 없는 짤짤이의 매력 앞에 흠씬 빠져들고 있었다. 그리고 슬쩍슬쩍 아기 창을 통해 버스가 당도할 시간까지 가늠하고 있었으니 실로 경지에 다다른 착각마저 일으켰다. 호기 있게 동전을 말아 쥐고 주먹을 앞으로 내밀었을 때, 친구들은 이미 내 상대가 되지 못했다. 신기하게도 피해간 주먹을 펼치며 상대의 동전을 끌어 모았다. 제법 무게감이 느껴졌다. 버스 대가리가 얼핏 보였다. 기분 같아서는 한 판 더 돌리고 싶었지만 약간의 잔돈이 남은 그들에게 아쉬움을 주기위해 가방을 챙겨 들었다. 무릎 근처에서 팔랑대는 치마를 입은 여학생들이 버스에 오르는 것을 지켜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꺼리였다. -계속
경북동부 관리자 기자  d33881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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