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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깔을 쓴다
경북동부 관리자 기자 / d3388100@hanmail.net입력 : 2020년 10월 14일(수) 16:58
아침을 맞았다. 주차장 옆 돌문어상 그림자가 창가에 걸려 있었다. 내 곁에서 잠든 그녀에게 팔을 뻗어 팔베개를 해주었다. 신기하고 놀라웠다. 어젯밤 시간이 고스란히 옮겨와서 장면, 장면마다 힘을 실어주고 있었다. 그 놀라운 흡인력이, 덜컹대며 앞으로 나가고 있는 빈 삶에 의미를 부여해 주었다.

은영이의 손길은 섬세했다. 나직하고 부드러웠다. 나팔꽃처럼 내안이 열렸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지휘봉을 잡은 그녀에게 넓고 푸른 땅을 맡겼다. 하나의 움직임은 하나의 출구를 알게 했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새 길이 내 안에 있었다는 것이, 참을 수없는 간지러움으로 몰고갔다.

목젖에 걸려있던 굵은 신음이 밖으로 튕겨져 나왔다. 한음 한음을 골라내는 그녀의 지휘는 절정으로진입하고 있었다. 나는 속수무책이었다. 좀 더 버티려고 안간힘을 쓸수록 그녀의 사정권 안으로 빨려 들고 있었다. 왜 내가 이토록 물속으로 가라앉고 있는지, 왜 내가 분수처럼 그녀에게 물을 뿜어내고 있는지 그녀만이 알고 있었다.

출항 준비를 위해 호미곶이 깨어나 있었다. 바다를 끄는 뱃사람의 발자국 소리가 경쾌하게 들렸다. 바
닷가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부지런해지는가 보다. 바다 바람만으로 충전된 몸을 사정없이 부딪기 위하여 오늘도 걸음을 재촉하는 그들이 있었다.

잠투정을 하듯 은영이가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가만히 그녀를 안았다. 시월이 목전인 구월 끝 무렵이
었다.

“선생님의 꿈은 뭐였어요? 설마 아직 꿈이 남아있는 건 아니죠?”

허긴 꿈이 남아있을 턱이 없었다. 세상은 잠시도 나를 버려두지 않고 먹이사냥 잡이에 내몰았다. 꿈과는 너무도 상반된 자동차 부품회사에 다니다가 명예퇴직 행렬에 올랐다. 그런 내 꿈은 뭐였을까. 아주잠깐 주변에서 곤충이라는 곤충은 죄다 잡아서 집안으로 들여 놓은 적이 있었다. 사슴벌레, 무당벌레, 소똥구리,물방개, 반딧불, 사마귀, 메뚜기, 개미, 여치.

곤충채집통에 핀으로 고정하기도 했지만 가급적 산채로 잡아와 칸막이 친 어항에서 사육을 한 셈이다. 막연하게 장래희망으로 곤충 학자를 그려보기도 했다. 곤충의 생태와 진화에 눈 뜨기 전에 공업계 고등학교를 진학하면서 현실과 이상의 무게를 심각하게 느끼며 접고 말았다.

“곤충학자요.”

왠지 이렇게 말하면 그녀가 점수를 더 줄 것 같았다.

“곤충을 좋아하셨던가 보죠. 파브르 곤충기를 쓴 파브르처럼, 호호. 맞나요?”

파브르의 반열에 올려준 그녀의 배려에 무한한 감사의 뜻으로 이마에 입술을 맞춰주었다.

“선생님도 제게 꿈이 있냐고 질문해 주실래요?”

“은영씬 꿈이 뭐예요?”

“고래잡이요. 이 꿈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기도 하구요.”

“전 이미 중학교 때 고래를 잡았는데요.”

“아이, 선생님도, 전 농담으로 넘어갈 만큼 얼렁뚱땅한 그런 꿈이 아니란 말이예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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