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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소설] 고깔을 쓴다
시체(3)
경북동부 관리자 기자 / d3388100@hanmail.net입력 : 2022년 01월 11일(화) 12:39
ⓒ 경북동부신문


시체(3)
여자는 사슴의 배를 갈랐다. 군침을 삼키면서 계집아이와 사내아이가 여자를 자랑스럽게 바라보고 있었다. 거침이 없는 여자의 손길이 사슴의 뱃속을 휘젓고 다니면서 검붉은 간을 끄집어내었다.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내장은 더운 김을 내뿜으며 금방이라도 펄떡펄떡 피돌기를 할 것 같았다.

간에서 쓸개를 때내어 사내아이에게 건네자 재빠르게 동굴 밖으로 내던졌다.

서로의 역할이 이미 주어진 듯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에서 타심의 마음도 편안하게 누그러지고 있었다.

튼실한 허벅지 살을 칼로 도려낸 살점을 이번에는 계집아이에게 건넸다.
비장한 표정으로 동굴 밖으로 나간 계집아이는 망설임 없이 낭떠러지 앞에 한걸음으로 달려갔다.

그리고는 가장 멀리 던지려는 듯 팔을 몇 번 휘휘 젓고 어느 정도 가늠이 되었는지 낭떠러지 아래로 사슴의 살점을 힘차게 떨어뜨렸다.

곧 계집아이의 외침이 들렸다.
‘고수레!’ 타심의 가슴이 먹먹해졌다. 단지 그들에게 민간신앙 이상의 외침이 내포되어 있었을 것이다.

이 막막하고 구차한 형편을 바꿔놓을 절대적인 희망이 그 안에 웅크리고 있다는 사실을. 하나의 포자가 던져지고, 새 개체를 향한 발아의 염원이 간곡히 실려서 뿌리를 내릴 터전을 맞 닥 뜨 리 고 싶다는 갈구(渴求)로 비춰졌다.

사슴의 피를 한 사발 들이킨 남자가 피운 모닥불 위에는 뜨거운 물이 끓고 있었다.

대충 손질한 염통과 콩팥과 간이 솥 안으로 들어갔다. 아이들은 환호했다. 남자는 도끼로 뼈를 절단하여 무게를 줄였다.

ⓒ 경북동부신문


여자는 창자며 절단된 살점을 전리품처럼 여기저기 늘어놓았다. 동굴 안은 금세 피 냄새가 흥건하게 고여 들었다.

왠지 타심은 그 냄새가 싫지 않았다. 어쩌면 몸은 육식을 강하게 취하고 싶었을 것이다. 애써 자신을 달래며 도리질 했다.

참고, 피하고, 거부할 수 있다면 어떻게든 버텨보고 싶었다.

“스님, 허기를 달래려고 고기를 드신다면 우리는 눈 감아 줄 수 있습니다만, 수행에 방해가 된다면 요기(療飢)할건 있지요. 캐놓은 달래며 민들레 뿌리가 있습니다. 그거라도 드시겠습니까?”

타심은 합장을 했다. 남자가 작은 솥을 가져와 쌀 한주먹에 민들레 뿌리와 달래를 집어넣고 물을 채워 여분이 있는 모닥불위에 올려주었다.

큰솥이 요동치자 남자가 뚜껑을 열었다. 김으로 덮인 솥 안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쇠꼬챙이로 찍어 익은 고기를 판때기위에 올려놓았다.

“솥이다 숟가락이다 집안에 있는 쇠붙이는 죄다 병사들 무기로 약탈해 갔지요. 누가 오랑캐인지 모를 정도로 흉흉한 인심을 피해 동굴로 찾아든 우린 그나마 몇 개의 쇠붙이를 건사할 수가 있었습니다 그려.”

아이들은 눈에 불을 켜고 고기를 뜯어먹었다. 남자와 여자는 흐뭇한 표정으로 천천히 자신의 배를 채웠다. 

순간 타심은 동굴입구에서 인기척을 느꼈다.
재빨리 양손에 땔감에 쓰일 막대기를 하나씩 쥐어 들었다.
어쩌면 지족선사에게 배운 무술이 요긴하게 쓰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동굴 밖으로 나갔다.
복면을 쓴 도적들이 동굴안의 동태를 염탐하려는 듯 기웃거리고 있었다. 

“고기로 배를 채우는 땡중이 눈치 하나는 빨라서 스스로 목숨 줄을 재촉하는구먼.”타심은 그들의 살기등등한 눈빛에서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계속
경북동부 관리자 기자  d33881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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