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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고깔을 쓴다
한관식 작가
경북동부 관리자 기자 / d3388100@hanmail.net입력 : 2023년 01월 11일(수) 10:04
ⓒ 경북동부신문
 
 욕조(3)
요 며칠 뒤숭숭한 날이 계속 되었다. 직장에 출퇴근하는 데는 큰 차질을 빚지 않았지만 딱히 뭐라고 하기는 애매한 불안감이 깃들어 있었다. 미주가 결혼한 탓이라 스스로 결론을 내렸다. 그래야만 숨통이 트일 것 같았다. 아파트 주변은 인부들이 몰려다니고 포크레인이 드나들었다. 가뜩이나 중심에서 벗어난 몸뚱이를 끌고 다니는 것이 쉽지 않았는데 공사라니 짜증이 났다. 

설계도대로 시공이 되지 않은 옹벽과 안전펜스를 입주민이 나서서 항의하자 그제야 시공사가 움직였다. 문제는 옹벽 사이 공간에 산책로와 쉼터를 무시하고 대충 마무리한 부실공사에 대한 적합한 항의였고 시공사대표를 드잡이한 결과였다. 그만큼 절실하지 않는 이유로 한발 빼고 있었지만 돌아가는 상황이 결코 녹록치 않았다. 

너나없이 비분강개하는 모양새에서 비껴있기는 뭣해 목에 핏대를 세워 구호도 외쳐주었다.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기에는 왕따 당하기 좋은 분위기로 흘러갔다. 
느지막하게 공사를 착수한 시공사는 혼쭐난 표정으로 입주민을 만날 때마다 굽신 거려주었다. 

그렇게 공사가 진행되었지만 안전펜스 구간으로 다시 마찰이 생겼다. 위험을 내포하는 옹벽구간만 안전펜스가 설치된다는 시공사의 주장에 맞서 아파트 전체를 울타리 식으로 안전펜스가 필요하다는 입주민의 주장이 부딪혔다. 이번에는 쉽게 시공사가 물러서지 않으려고 했다. 

ⓒ 경북동부신문
경비도 경비지만 외관상 아파트의 이미지를 손상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그런 대립으로 공사가 중단되었다. 
중재역할을 자청한 공무원이 들락거렸지만 뾰족한 해법은 없었다. 땅이 움푹움푹 파헤친 채로 흉물스럽게 겨울을 나고 있었다. 그런 연유가 더욱 뒤숭숭한 날을 부채질한 이유는 아니었을까. 겨울철새가 날아들었다. 얼음으로 덮인 강가에서 먹이를 찾지 못해 선로를 변경한 청둥오리 한 쌍이었다. 

부산하게 공사 잔해물에서 생성된 먹이 찾기에 급급해 있었다. 서로를 의식하며 뒤뚱뒤뚱 찾아다니는 먹이사냥은 보는 내내 눈물겨웠다. 그다지 먹을 것도 흔치 않을 건데 오죽하면 이곳까지 왔을까. 
마트에서 산 잡곡 쌀을 봉지째 들고나가 청둥오리가 잘 뒤지는 곳에 눈에 띄게 뿌려주었다. 한국에서 월동하기 위해 몽골과 중국에서 이틀내지 삼일을 날아왔을 저 푸른 날갯짓에 대한 경이로움에 대한 화답이기도 했다. 깃털을 고르고 돌덩이보다 무거운 몸을 내려놓았을 때 구슬만한 위장을 채워줄 먹이가 없다면 얼마나 상심이 커겠는가. 잡곡 쌀로 배를 채워 어깻죽지를 지탱하는 힘이 되고 허벅지를 키운 힘줄이 되어 겨울을 이겨내길 응원했다. 

전화가 왔다. 거짓말처럼 미주의 전화였다. 신호음이 울려 퍼지고 거의 막바지에서 전화를 받았다. 최대한 시큰둥하고 건조한 마음을 담은 목소리를 앞세웠다. 
“왜? 신혼여행은 잘 다녀왔나 보네.”
“미안, 오빠에게 미안한 마음을 떨쳐버릴 수 없는 거로 봐선 아직 내 마음이 정리되지 않았는가 봐.” 
“이젠 쓸데없는 애기로 밖에 들리지 않아. 남편은?” 
“출근했지. 오빠가 준 축의금에 대해 신혼여행 중에도 자꾸 생각이 났어.”
“그렇게 생각날 정도로 서프라이즌가?”
“오만 원 한 장과 오천 원 한 장을 넣어주는 사람이 어디 있어? 그건 끝낼 수 없다는 신호가 아닌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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