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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고깔을 쓴다
한 관 식
작가
경북동부 관리자 기자 / d3388100@hanmail.net입력 : 2023년 02월 28일(화) 16:51
ⓒ 경북동부신문
 욕조(8)
욕실에서 나왔을 때 미주는 작정한 듯 술을 마시고 있었다. 결혼하기 전보다 많이 달라진 행동이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그것 또한 이해 못하는 것도 아니었다. 남편에 대한 죄책감일수 있고, 같이 있는 이 상황이 자신을 설득하고자하는 방법일수 있었다. 

가령 커진 웃음과 동작에서, 담배와 술에서, 좀체 쉽게 열리지 않는 섹스까지 낯선 한사람으로 만들어 거리감을 두게 했다. 그러려면 연락이나 하지 말든지 아무튼 내게 미주는 무차별적으로 혼란을 가져오게 만들었다. 

 정확히 말해 조심스러웠다. 다른 남자와 결혼 후, 흔들리는 일상에 해답을 찾기 위한 흔들림 같았다. 그래서 편안함에 이르고 싶은 갈망이 이곳저곳을 두르려 보는 왕성한 호기심으로 연결된 것은 아닐까. 역시 술에 약한 미주가 양주한잔에 눈이 풀려있었다. 욕실에서 나왔을 때 질펀한 섹스를 거실에서 뒹굴며 즐기고 싶었다. 그러나 내가 맞닥뜨린 것은 예전의 자신을 떨쳐내려는 미주의 결연한 의지였다. 



 자신에게, 나에게. 어쩌면 이 자리에 없는 남편에게 매번 같은 패턴이 아닌 새로움을 보여주기 위한 도전 같았다. 귀 기울여 들을 수 있게 가까운 거리에서 푸드덕푸드덕 소리를 내고 있었다. 마치 청둥오리가 밤톨만한 위장을 채우기 위해 이곳저곳을 뒤적거리는 부리처럼, 날개처럼, 갈퀴처럼 미주는 무수한 신호음을 띄워주고 있었다. 

거실바닥에 앉아 한 번도 보지 못한 미주의 술주정을 묵묵히 받아주었다. 술 한 잔에 혀까지 꼬인 미주가 측은하기까지 했다. 


ⓒ 경북동부신문
양주병을 치웠고 양주잔을 치웠다. 미주를 소파에 눕혀 잠을 재웠다. 무엇이 이토록 꼬이게 했는지 알 수 없지만 기다려주고 싶었다. 일상의 족쇄를 떨쳐내기 위해 결혼을 선택했지만 결혼은 쇠구슬까지 매단 무게로 다가왔던가 보다. 미주의 전화가 울렸다. ‘그’라고 입력된 신호음이 울리고 있었다. 삼인칭 대명사인 ‘그’는 그만큼 먼 거리에 있다는 추정이 가능했지만 받을 수 없었다. 왠지 미주의 남편이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남편의 연락처에 입력한 ‘그’가 맞다면 이미 두 사람은 삐꺽 거리고 있는 게 분명했다. 한 달밖에 되지 않는 신혼부부이면서. 

 한편으로는 쌤통이었고 한편으로 걱정이 되었다. 두 사람의 행복까지는 원하지 않아도 이토록 불행은 결코 바라지 않았다. 띄엄띄엄 나를 생각할 정도의 행복으로 살아가기를 허락해주고 있었다. 미주는 알게 모르게 사방에 금이 가는 위험을 안고 버텨왔던 것 같았다. 신호음이 한참을 울렸다가 끊기고 곧 다시 울렸다. 그사이 미주가 눈을 떴다. 볼 빨간 눈으로 전화기를 확인한 뒤 집어 들었다. 

무언가에 부딪히는 말이 오고가더니 어디 있냐고 물은 모양이었다. 미주는 단숨에 말을 받아쳤다. 
“어디긴? 옛날 애인집이지.”

그리고 여지없이 전화를 끊었다. 저 폭력적인 행동과 말은 결코 내가 알던 미주가 아니었다. 약간 어안이 벙벙하게 서있는 내게 이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몸을 일으켰다. 나는 뒷걸음치듯 욕실로 들어와 빈 욕조에 몸을 구겨 넣었다. 생각에 잠기는 내 얼굴을 감싸 쥐었다. 저렇게 공격적으로 변할 수 있는 기간이 있다면 한 달도 가능하다고 새삼 깨달았다. 주위환경에 좌지우지하는 동물의 성향을 분석한 책을 읽은 기억이 떠올랐다. 본성이 착한 사람도 저렇게 금방 날을 세워 으르릉 거릴 수 있을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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