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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고깔을 쓴다
한 관 식 작가
경북동부 관리자 기자 / d3388100@hanmail.net입력 : 2023년 03월 15일(수) 15:58
ⓒ 경북동부신문
욕조(10)
“신고는?”
단지 미주는 고개를 무릎사이에 파묻고 있었다. 너무 착잡했고 너무 황당했고 너무 기가차지 않을 수 없었다. 무엇부터 수습을 해야 될지 막막했다. 내게 먼저 연락한 미주의 의도는 알 것 같았다. 그렇지만 공범이 될 수는 없었다. 그렇게까지 적극적이고 간절했던 한사람이 미주였는지, 내게 묻고 있었다. 

 이 물음에 답은 선명하지 않았다. 다만 미주를 설득해야만, 그나마 이 상황에 따른 여러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이라 생각되어졌다. 욕실 문이 열린 사이로 욕조 속 남편의 시신이 보였다. 
“정신차렷!”
고개를 파묻고 있는 미주의 어깨를 흔들었다. 
“남편이 칼을 들고 덤볐어? 그렇다면 넌 정당방위로 정상참작은 분명해.”
미주가 그렁그렁한 눈망울로 쳐다보았다. 왠지 약해지는 마음을 다지며 강한 어조로 몰아붙였다. 


ⓒ 경북동부신문

“잘 들어! 112에 전화하지 않고 먼저 내게 전화했기에 어쩔 수 없이 공범심문조사를 받겠지. 사건발생 후에 통화한 목록이 있기에 시달리겠지만 금방 풀려날 거야. 어쩌면 미주의 머릿속에 있는 시체은닉이라든지 발등에 떨어진 불만 급급하다보면 우린 걷잡을 수 없는 낭떠러지로 추락하고 말거야. 지금 내게 전화한 미주가 원망스럽지만 가장 의지할 수 있는 같은 편이라 생각했으니까 전화했을 거야. 몇 년이 되던지 기다려줄게. 너 전화로 112에 신고해. 스스로 자신의 범죄사실을 자수하게 되면 형을 감경하거나, 특별한 경우에는 면제를 받기도 한다고 들었어.”

미주의 남편은 흉부외과 의사였다. 생명유지에 기본이 되는 중요 장기의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하루에도 몇 차례 복부를 열었다가 닫았다. 그만큼 익숙하게 칼을 다루는 솜씨는 의심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신혼여행에서 이어진 불협화음이 일상에서도 고스란히 이어져 잦은 싸움의 불쏘시개 역할을 해왔다. 미주는 자신의 변명에 가까운 말을 그제야 쏟아내기 시작했다. 

“첫날밤이 무르익었을 때 남편을 욕조로 유혹했지. 진하게 섹스를 욕조에서 한 뒤 불량한 여자로 낙인찍고 말았어. 한마디로 주홍 글씨 딱지를 이마에 붙여준 셈이지. 자신은 룸살롱에 드나들며 외박도 서슴없이 하면서 말이야. 사건이 나기 전, 평상시보다 일찍 들어온 남편의 눈에 욕조에서 거품목욕을 하는 내가 보였겠지. 갑자기 주방에서 칼을 들고 와서 휘두르는 거야. 어느 놈이 다녀 간 거야, 말해라 이거지.”

어떤 변명도 차단된 몸짓에, 마구 휘두르는 칼끝을 겨우겨우 피하다가 뒤엉켜 남편은 흘러내린 거품에 미끄러졌다. 욕실바닥에 벌러덩 넘어진 남편의 칼끝은 자신의 가슴에 꽂혔다. 여기까지 이야기한 미주는 냉장고를 열어 물병 째 벌컥벌컥 들이켰다. 나만 숨을 죽였고, 나만 머리가 더 복잡하게 느껴졌다. 

미주가 112에 전화를 했다. 닫지 않은 냉장고 불빛이 수십 배 더 밝은 거실 등을 이겨낼 듯이 한 곳으로 퍼져나갔다. 미주는 다시 무릎에 얼굴을 파묻고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무서운 아우성처럼 나는 두 귀를 막고 미주의 침대에 아무렇게나 몸을 던졌다. 세상은 여전히 출렁거리고, 만발하고, 생각지도 않은 서로의 길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초인종소리가 들려왔다.                  -계속
경북동부 관리자 기자  d33881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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