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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고깔을 쓴다
한 관 식
작가
경북동부 관리자 기자 / d3388100@hanmail.net입력 : 2023년 05월 24일(수) 17:54
ⓒ 경북동부신문
육교(9)
“미경이가 맞다!”
입안에서 굴려진 말이 입 밖으로 튀어나갔지만 다행히 미경은 커피포트 버턴을 누르고 있었습니다. 뚜껑을 열고 물 양을 확인하며 거실 소파 테이블 앞에 다소곳 앉아있는 내게 시선을 던졌습니다. 
“부인과 함께 오시지 않으셨네요. 차수리비는 많이 나왔죠?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셨는지, 전 덕분에 목숨을 건질 수 있었어요.”
곧 쉭쉭 거리며 물이 끓기 시작했고 미경은 믹스커피 점선을 따라 가위질을 했습니다. 그리고 찻잔을 들고 테이블 앞으로 걸어왔습니다. 잠시 동안 마산만 부두가 겹쳐져 보였습니다. 내 앞으로 밀어놓은 찻잔에서 커피향이, 단지 그녀가 갖다놓은 이유만으로 물씬 풍겨왔습니다. 
“차 수리비 얼마 나왔나요?”
“운전하는 데는 아무 이상이 없기에 그대로 타고 다닙니다. 하하. 워낙 정의감에 불타는 아내의 활약이 컸죠. 그날, 무슨 일이 있었나요? 말씀을 하시고 싶지 않으면 말씀하시지 않아도 됩니다.”
미경은 잠시 망설이더니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습니다. 앞에 앉은 나와 눈이 마주치자 멋쩍은 표정을 지었습니다. 깊고 진하게 머금었다가 밖으로 품어져 나온 연기는 환상적으로 흩어졌습니다. 

 
미경에게 비밀스런 아우라가 느껴졌습니다. 
“나름대로 뒷바라지해준 남자에게서 절교선언을 받았어요. 의대를 졸업하기까지 최선을 다했는데 레지던트 과정에서 눈이 맞았던가 봐요. 웃음을 팔며 힘들게 학비를 대준 나를 제쳐두고 같은 의사와 결혼 한다며 통장을 내밀지 않겠어요. 드라마처럼 통장을 집어던져야 하는데 마음 떠난 사람을 잡은들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보내주고 일 년이 흘렀는데도 항시 우당탕 거리고 있었나 봅니다.”


ⓒ 경북동부신문
식어가는 커피를 마저 마시고 간간히 뿜어져 나오는 미경의 연기를 물끄러미 쳐다보았습니다. 어쩌면 질풍노도의 시기에 뛰쳐나가 이십년 전 마산만 부두에서 만난 우리가, 다시 시작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귀를 쫑긋 세웠습니다. 
“술을 마신 취기와 옅어졌다고 생각한 분한 마음이 갑자기 커져 육교를 지나가는데 왠지 뛰어내리고 싶었어요. 난간에 올라서서 보니 아래를 달리는 차들이 덜컥 겁이 났어요. 후회하며 포기하는데 그만 발이 미끄러져 간신히 난간을 잡는 꼴불견이 되고 말았네요.”
거기에서 한번 웃어주어야 하는데 마음속에 던질 질문 때문에 그러지 못했습니다. 미경은 재를 떨고 꽁초를 버린 종이컵을 꾸깃꾸깃하여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닌, 쓰레기통으로 던져 넣었습니다. 
“고향이 혹시 마산 아니세요?”
확신에 찬 어투로 묻는 형사처럼 결연한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미경은 재미있는 게임을 하듯 몸을 앞으로 모았습니다. 
“제 말투에 마산사투리가 섞여있나요?”
“절 혹시 기억 못합니까? 이십년 전 겨울 마산만 부둣가에서 등록금을 가져가지 않았나요?”
파하하하, 미경은 목젖이 보이도록 웃었습니다. 나는 더욱 확신에 찼고 미경의 다음 말에 어떤 액션을 취할지 머릿속에 그려놓고 있었습니다.     -계속 
경북동부 관리자 기자  d33881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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