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분은 오랜만에 통화했다.이 남성분은 보이차를 배우고 싶어서 찾아왔다고 했다.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다 이 분이 자리를 먼저 떴다.선생님과 단둘이 남았다. 작년에 빌려 간 러시아 국책연구소에서 발행한 사회주의 중심의 <세계철학사>를 반납하고, 선생님이 구했으면 한 <인간단군을 찾아서>를 준비해 가져다드렸다. <낙강문학> 3호에 발표한 <다판(茶板) 제작기>가 수록된 책도 함께 챙겨드렸다.오후 5시 30분쯤 재미있는 여성이 한 분 찾아오셨다. 보이차(茶) 선생이었다. 이름도 성도 모르지만 함께 앉아 그야말로 보이차에 관한 ‘다담’을 나누었다. 신년이라 선생님과 저녁을 함께 할까 싶었는데, 다담이 시작되면서 그저 관망만 해야 했다. 1시간 정도 이야기를 듣다 보니 재미있는 광경이 펼쳐졌다. 여자 차 선생이 가방에서 차 감정을 받고 싶다며 차를 꺼낸 게 발단이 됐다.차 선생이 차 선생한테 차 감정을 의뢰한다? 내 눈에는 그것이 진풍경이었다.내력은 20년 된 보이청차. 보이차 감정은 이런 과정을 거친다. 포장지를 연다.육안으로 차의 상태를 살핀다.차향을 맡아본다.차를 깨 자사(紫沙·차 우리는 주전자)에 넣고 끓인 물을 붓고 우린다.이때 찻잎은 담뿍 넣는다.3~4초 뒤 다관뚜껑을 열고 차향을 맡는다.첫 탕은 숙우와 찻잔에 부어 버린다.둘째 탕을 시음한다.자사에서 찻잎을 몇 개 집어내 살핀다.나는 시음을 아주 찔끔하고 다시 마시지 않았고, 선생님과 여자 차 선생은 여러 번 했다.양 선생님은 뜸을 들이며 에둘러 못 먹을 차라고 이야기하셨다.  ‘아니, 왜 못 먹는 차라고, 약품 처리가 됐든지, 정상적인 찻잎이 아니라고 말씀을 안 하시지?’나는 이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꾹 참고 지켜만 봤다. 이 보이차 감정평론은 말로써는 가늠되기 힘들어보였다. 여자 차 선생이 시종 엉뚱한 이야기를 늘어놓았기 때문이다. 선생님이 소장한 20년 발효된 청차 두 편을 뜯어 시음을 함으로써 여자 차 선생은 뭐가 잘못된 것인지 더듬더듬 뒤따라 왔다.내가 물었다.“선생님 가져온 차가 안 좋다는 걸 아셨잖아요? 그럼 이 차는 어떻게 하시는 거예요? 버리시는 거예요? 아니면 어떻게?”또 엉뚱한 답변을 내놓았다.“가져가서 보관을 더 해봐야죠. 그래도 이 상태면 버려야겠죠.”보이차의 힘은 발효에서 나온다는 기본이 이 분에게는 엉뚱하게 적용되는 거였다. 나쁜 차는 나쁜 차인 채로 세월이 가는 것인지, 세월이 간다고 나쁜 차가 좋은 차가 될 리는 만무한 일이다. 그냥 쓰레기통으로 직행하면 되는 것인데, 뭘 몰라 연연해 하는 짝이다. 무지의 소산이다. 하나 더 물었다.“선생님이 경험한 보이숙차의 나쁜 경험은 어떤 것이 있습니까? 나쁜 보이숙차도 여러 경우가 있잖아요?”“나쁜 숙차는 탕색이 좋지 않습니다.”“그리고요, 향이나 맛은요?” “좋지 않지요?”“어떻게 좋지 않습니까?”“불쾌하지요.”속으로 한숨이 나왔다. 보이차 선생이란 사람이 이런 답변을 내놓으면….탕색(찻물 색)이야 발효 정도에 따라 다르다. 내 몸이 직접적으로 느끼는 감각적인 맛이 더 중요하다. 발효과정에서 썩은 찻잎을 갖고 가공한 보이숙차는 오줌지린내가 난다. 2010년쯤 시중에 유통된 보이숙차는 이런 지린내 차가 보편적이었다.그다음 5년 뒤엔 나프탈렌 향이 피어올랐다. 찌린내를 가리기 위해 약품처리를 한 것이다. 이 역시 먹으면 몸을 상하게 하는 차다.이런 나쁜 향을 가진 차는 혓바닥과 목구멍이 바로 알아챈다.(둔한 사람은 모르긴하더라만.)이런 저질 차들은 혓바닥이 굳어지고, 갈라진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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