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네가 나에게 잘 배워 뒷날 너도 훌륭한 제자를 길러내면 되기 때문이다.” 남다른 생각은 이런 식의 웅숭깊은 울림이 있어야 좋은 것이 아니겠나.내가 경험한 기자사회는 아름다운 전통이 한 가지 있다. 선배가 후배에게 무한정 밥술을 사주는 문화다. 밥과 술만 사주느냐, 아니다. 여기에 보태 택시비까지 꼭 챙겨준다. 일종의 화룡점정이 아닐 수 없다. 그러니까 기자사회는 그 기강만큼이나 챙김문화가 고착화돼 있는 것이다. ‘일할 때는 빡세게 풀어줄 때는 화끈하게’가 일종의 모토인 셈이다. 그런데 말했다시피 인간사회는 이런 미담을 전하는 선배만 있지 않다. 인간은 여러 질(質)이라 후배를 이용할 생각만 하고 심지어 후배 등을 쳐먹을 생각만 하는 자들도 적지 않다.10년이 훌쩍 넘은 지금 생각해도 어처구니없는 선배 자식이 한 명 있다. 추석 설 명절 때 당직에 걸리면 한 번도 빼먹지 않고 명절 당직을 바꿔 달라는 개자식이었다. ‘너는 혼자고 나는 처가를 가야 하지 않겠느냐’는 게 이유였다. 몇 번이고 그 지랄을 떨어 연락도 안 받고 문자도 씹었더니 지치지 않고 전화와 문자를 해대 결국 명절 마지막 연휴를 포기하고 당직을 대신 서 준 더러운 기억도 있다. 어느 날 밤, 10년 이상 차이에도 하도 같잖은 언행을 일삼아서 ‘너 이 새끼 거기 딱 기다려!’하고 택시를 타고 달려갔지만 더 이상 그 개자식은 연락을 받지 않았다. 쥐새끼 같던 그 자식은 결국 내 뒤통수를 세게 쳤다. 나는 그렇게 회사를 떠나버렸다. 그런 졸렬하고 비겁한 자식과 한솥밥 먹는 짓거리는 비위가 상해 더는 못하겠다 싶었다. 최근 내 보이차 스승 양보석 선생님은 내게 이런 말씀을 해주셨다. “심 작가, 불교에 공덕 쌓는다는 말이 있죠. 공덕이란 건 남한테 뭘 도와줘서 쌓는 게 아닙니다. 남한테 피해 안 주고 스스로 잘 사는 게 그게 바로 공덕 쌓는 겁니다.” 그러고 이런 말씀도 주셨다. “나이가 들면 질수(質水)를 잘 가려야 합니다. 어울리는 부류가 시원찮으면 본인이 괴로워집니다. 주변에 사람을 잘 둬야 합니다.”이치로가 후미타케에게 무일푼 과외를 해준 사례나 한국 기자사회 고유의 온정주의는 미담(美談)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나는 이치로 같은 글방 선생이 되고 싶다. 온정주의를 고수하는 선배로 살고 싶다. 이와 반대되는 질수는 과감하게 내쳐버릴 참이다. 내 나이 올해 마흔여섯이다. 불혹을 넘어 곧 지천명이다. 내 길은 내가 낸다. 나는 내 꼴을 잘 안다./심보통 2024.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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