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는 때로 어떤 말보다 더 냉정하다. 영천시의 노년부양비율이 약 56.8이다. 생산연령인구(15~64세) 100명이 65세 이상 고령 인구 57명 안팎을 떠받쳐야 한다는 뜻이다. 대략 두 사람이 노인 한 사람을 책임지는 구조이니, 지역 사회의 지속 가능성에 이미 경고등이 켜진 셈이다. 비교하면 사정은 더 무겁다. 국회미래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기준 경북의 노년부양비는 56.10으로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높다. 영천은 이 경북 평균마저 웃돌고, 대구(37.70)와는 20포인트 가까이 벌어진다. 집계 시점이 달라 단순 비교엔 신중해야 하지만, 같은 생활권에서 이런 격차가 나는 현실은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부담은 앞으로 더 커질 공산이 크다. 영천의 유소년부양비는 약 12.3에 불과해 미래의 생산연령층이 그만큼 적고, 총부양비는 69.1까지 올랐다. 노령화지수는 461.2로, 노인이 아이보다 4.5배 넘게 많은 ‘인구 역전’이 굳어지고 있다. 청년은 대도시로 떠나고 인구는 자연감소하는 이중 압박 탓이다. 지금의 부담은 다가올 부담의 예고편에 불과하다.돌봄 인프라는 오히려 뒤처져 있다. 보고서는 전국 229개 시·군·구를 분류하며 영천을 수요는 평균 이상인데 공급은 못 미치는 ‘긴급 대응형’으로 꼽았다. 반면 경산은 ‘기반 우수형’, 포항은 ‘선제 투자형’, 경주는 ‘집중 관리형’으로 분류돼 이웃 도시들이 대응 여력에서 영천을 앞선다. 도내 격차도 커서, 75세 이상 인구 1000명당 재가복지시설 이용 가능 인원은 구미가 112.37인 반면 봉화는 3.95에 그친다. 사는 곳에 따라 노년의 돌봄이 갈리는 현실은 공정하지도,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해법의 방향은 분명하다. 보고서는 긴급 대응형 지역에서 민간 공급만으로 돌봄 공백을 메우기 어렵다며 국공립 전달체계의 우선 배치를 제안했다. 영천시는 공공 돌봄 기반 확충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농촌 면적이 넓은 만큼 순회 방문요양과 이동식 주야간보호 같은 이동형 서비스가 현실적이며, 경로당을 돌봄 연계 거점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지역 여건에 맞게 쓸 수 있는 포괄보조금을 정부에 요구하고, 고령세대 맞춤형 일자리로 노인을 지역 경제의 참여자로 세우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그러나 돌봄 확충만으로는 대증요법에 그친다. 돌봄이 ‘사후 수습’이라면 청년 정주는 ‘사전 예방’이다. 근본 해법은 청년이 머물 일자리와 주거 여건, 저출생을 반전시킬 종합 정책이다. 이는 영천시가 혼자 감당할 몫이 아니므로 국가·광역 차원의 지원을 끌어내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시간은 우리 편이 아니다. 인구 문제는 결국 지역의 존립 문제다. 부양비 악화는 지역 경제 침체와 지방세수 감소, 복지 재정 압박으로 번질 수 있다. 돌봄 인프라 확충과 청년 정주 대책을 함께 추진하는 ‘투 트랙’ 대응이 늦어질수록 그 대가는 고스란히 주민의 몫이 된다. ‘부양경보’가 울리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우려의 표명이 아니라 발 빠른 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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