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똥구리(36)돌기의 대나무회초리가 세 자매의 옷 벗기를 재촉했다. 그러면서 좁은 공간에서 휘두른 회초리 반경이, 틈새를 뛰어넘어 문종이를 긁었다. 꼬장꼬장한 회초리 날 끝이 문살과 종이를 파고들며 선명한 자국을 남겼다. 눈밭에 튕겨져 나온 햇살이 오지게 문살에 매달려 찢어진 문종이 사이에서 매달려 있었다. 첫째 보명이 먼저 벗었고, 둘째 탄순과 셋째 혜윰이 옷 벗기를 마쳤다. 윗도리를 벗는 데는 그런대로 수월하게 진행되었다. 속 고쟁이에서 자매들은 서로의 눈치를 보면서 주춤거렸다. 구들장을 내리치는 회초리의 매움이 충분히 전달되었는지 알몸뚱이가 되었다. 목선으로 이어지는 젖가슴과 잘록한 허리와 안정감 있는 허벅지와 안성맞춤 성기까지, 조합이 훌륭해야만 최상의 잠자리와 후사(後嗣)를 책임진다는 국모의 선정요건이었다. 덕목을 따져보지 않아도 갖춤은 이미 그 집안에서 비롯되었다고 큰비녀상궁은 확신했다. 가슴과 성기를 가리지 말라는 다짐을 준 돌기는, 유하의 뒤로 가서 자리를 잡았다. 손을 어디에 둬야할지 조금씩 비튼 부끄러운 세 자매의 알몸을 물끄러미 쳐다보며, 왠지 욕정이 살아나는 것을 뜨거운 호흡으로 느꼈다. 그럴지도 모를 일이다. 군사들이 득실거리는 남정네의 노린내 앞에서도 쉽사리 마음이 열리지 않았는데 여인네의 알몸 앞에서 촉수가 바로서는 이 현상은 옳은 일인가. 삼라만상을 거슬린 역행의 반항 앞에서 받아들여야하고, 지금 방향이 제시하는 그곳으로 내 치마폭을 감싸 안는 순응의 자세가 필요하다 말인가. 큰비녀상궁의 혼란의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어쩌면 가까이에서 모시고 있던 돌기도 한번쯤 눈치 챈 적이 있었는지, 불쑥 앞으로 나섰다. “뒤를 돌아 보거라. 뒤태도 밀리면 절대 안 된다는 것을 알고들 있겠지?”앞태만 보여주고 서있던 세 자매는 신속하게 뒷모습으로 자웅을 가릴 땐 은근히 높은 점수를 받고 싶은지 엉덩이에 제각각 힘이 들어갔다.“빵빵한 엉덩이들 보소. 두마국의 후사는 안심입니다. 큰비녀상궁님.”상단은 고정되고 하단을 위로 밀어 올려 버팀목을 댄 들창으로, 한 움큼씩 눈발이 비집고 들어왔다. 속내는 차갑지 않지만 아랫목으로 눈이 녹아 물이 조금씩 고여 들었다. 큰비녀상궁이 삐죽이 나온 욕정을 애써 누르듯이 일어나서, 까치발을 들어 버팀목을 빼내었다. 생각보다 요란하게 들창이 덜컹 내리쳐 닫혔다. 그때 뜨겁게 휘몰아치던 자신의 욕정도 내리쳐 닫히는 명쾌함을 느꼈다. “작은 상궁 돌기야, 넌 누구를 염두에 두고 있느냐?”엉덩이를 보이고 있던 세 자매가 궁금한지 몸이 반쯤 돌아서고 있었다. 한손으로 펼친 손가락을 가린 돌기가 세손가락으로 의사표시를 했다. 유하도 어느 정도 수긍을 했다. 셋째 혜윰의 눈매에서 찾아 볼 수 있었다. 순둥순둥하고 착한 인상은 눈매가 결정지어준다고 믿었다. 하물며 국모가 될 상(相)은 경계심을 덜 가져 너그럽고, 마을백성에게 다가가기 쉬워 정사(政事)를 펼치는데 걸림돌이 없어야 했다. 머릿속에서 세 자매를 번갈아 국모의 자리에 앉혀 보았다. 시기와 질투에서 비켜가는, 한세월이 보장된 화평한 나라의 국모는 역시 혜윰이었다.“이제 되었다. 옷을 입어라. 결과는 촌장인 아버지로 통해 들을 수 있을 것이다. 국모가 되지 않아 자책 말고, 국모가 되었다고 자만(自慢) 말라. 언제든지 스스로의 행실에 의해 결과는 달라질지 모른다. 몸 가짐을 단단히 하고 기다리면 수일 내에 가마가 도착할 것이다. 자신의 뿌리까지 가마에 실어서 오길 바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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