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고통과 시련에 빠져 번민으로 실아가는 사람들이 많은 세상입니다. 무시 겁 동안 지어온 악업들이 한꺼번에 쏟아지듯 캄캄한 세상이 되고 있습니다. 밤이 지나야 새벽이 오고 햇살이 퍼지듯 이 시름의 꺼풀이 벗겨지면 반드시 화사한 날이 돌아올 것입니다.그동안 틈틈이 원고를 정리해 온 이림 시인에게 고마움을 표하며 편집과 출판으로 애쓴 모든 분들에게도 불은(佛恩)이 깃들기를 기원합니다.불기 2542년 부처님 오신 날 즈음에 보현산 충효사에서 석 해 공합장(지난호에 이어)경남 함안군 가야읍에 박아름이라는 학생이 있습니다. 그 학생은 지난 추석 때 축협에서 나누어 준 8천 원짜리 상품권이 두 장 생기자 축협공판장으로 갔다고 합니다. 상품권 액수만큼 필요한 물건을 고른 뒤 계산대로 가자 사람들이 몹시 붐볐기 때문에 줄을 서서 한참을 기다려야 했는데 그 학생 앞에 어떤 허름한 옷차림의 할아버지가 라면 한 봉지와 상품권 한 장을 손에 들고 서 있었답니다. 그 할아버지는 상품권으로 라면 한 봉지만 사고 나머지 돈은 현금으로 바꾸고 싶었던 것 같은데, 카운터의 여직원은 상품권 값만큼 라면을 사던지, 라면 한 봉지 값은 따로 현금을 내라고 하자 할아버지는 자꾸 망설이기만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줄을 서고 있던 뒷사람들이 빨리빨리 하라고 졸랐습니다. 할 수 없이 그 할아버지는 라면을 포기하고 상품권만 손에 쥐고 공판장을 나왔는네 학생이 이를 보고 딱한 생각이 들어 할아버지의 상품권을 현금으로 다시 사주었다고 합니다.이렇듯 남이 어떤 이유에 의해 고통에 빠져 있을 때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기꺼이 건져내려는 마음, 고통을 덜어주려는 마음이 비무량심입니다. 이 두 가지 마음을 합치면 바로 불교에서 그토록 강조하는 ‘자비심’이 됩니다. 흔히 자비심하면 동정심과 같은 의미로 생각하는데 본뜻은 타인에게 기쁨을 주고(慈), 타인을 불쌍히 여겨 고통으로부터 구제하겠다는 마음(悲)을 의미합니다. 동정하기만 하면 자비롭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자비에는 반드시 실천이 함께 따르고 있습니다.세 번째는 희무량심(喜無量心)입니다.남의 기쁨을 함께 기뻐해주는 마음입니다. ‘유마경’에 “중생이 병들었으므로 내가 병이 들었노라, 중생의 병이 나을 때 나의 병도 나을 것이다.”라는 말씀이 있습니다.이는 중생이 곧 나 자신과 하나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중생이 아프면 함께 아프고 중생이 즐거우면 함께 즐거운 것이 보살입니다.네 번째는 사무량심(捨無量心)입니다.이것은 일체의 탐욕을 버리고 사랑과 미움마저 버리는 마음가짐입니다. 마음이 왜 괴롭게 됩니까? 나보다 남이 더 좋은 것을 갖고 있으면 욕심이 나고, 남보다 내 것이 더 좋다는 평을 듣고 싶어 하기 때문에 괴로움이 생기는 것입니다. 그리고 세간에 싸움이 왜 생깁니까? 서로 자기가 잘났다, 나는 옳고 너는 그르다는 시비에서 싸움이 시작되는 것 아닙니까? 이렇듯 탐욕과 아집은 괴로움의 근원이 됩니다. 이 마음을 버리지 않으면 미움도 계속되고 괴로움은 더욱 쌓이게 되죠. 그러므로 이런 마음을 모두 버리고 즉, 갖고 싶다, 내가 옳다, 내 것이 좋다는 마음과 네가 밉다, 곱다는 마음을 모두 버리면 나도 이롭고 남도 이롭게 할 뿐 아니라 마음이 평온해집니다.이처럼 불교에서는 자신의 감정보다는 상대를 먼저 생각하고, 자신의 이익보다는 남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것을 불자다운 생활이라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요즘 같은 세상에 어떻게 남을 먼저 생각하느냐고 할 지 모르겠습니다만 남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이 궁극적으로는 자신을 이롭게 하고, 자신을 구제하는 일임을 부처님께서는 일깨워 주셨습니다.제가 알기로는 남을 위하는 생활태도가 사섭법(四攝法)이라고 알고 있습 니다. 이왕이면 사섭법에 대해서도 다시 설명해 주시지요.사섭법은 불자의 생활태도 자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즉 고통 세계의 중생을 구제하려는 보살이 중생을 불도에 끌어들이는 네 가지 방법을 말합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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