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지역 역사박물관으로 등록된 영천역사박물관은 영천의 선사시대부터 현대까지의 역사를 다룬 유물과 전시물이 배치되어 있는 전시, 교육 전문 박물관이다. 영천역사박물관 설립자인 지봉 스님은 영천 지역 역사에 초점을 두고 관련 자료를 수집하여 현재 4만여 점의 지역 역사 중심의 문화유산을 수집해 연구하고 있다. 영천역사박물관의 대표 소장유물로 세계 최초 상업용 일간신문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민간인쇄조보(521호 등재) 등 지역의 유적과 유물을 통해 영천의 전통과 생활상을 알 수 있도록 다양한 전시와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본보는 영천역사박물관과 함께 위대한 지역문화유산을 소개한다. [편집자주]대한민국 한약재 유통의 중심지, 경상북도 영천에는 도시의 오랜 역사만큼이나 깊고 진한 전통의 향기가 숨 쉬고 있다. 그 향기의 근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효종 5년인 1654년, 당시 영천군수였던 이구(李昫)가 간행한 이 지역의 한방과 음식 레시피를 담은 ‘수민방(壽民方)’을 마주하게 된다. ‘백성을 오래 살 수 있게 하는 방법’이라는 뜻을 지닌 이 서책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거치며 굶주림과 전염병, 질병으로 피폐해진 백성들의 목숨과 건강을 보존하기 위해 발간된 구휼의 지침서였다. 한문을 모르는 일반 백성들도 쉽게 읽고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한문과 한글을 병기(諺解)하여 집집마다 보급했던 이 책은, 오늘날 영천이 왜 ‘한방도시’로 불려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역사적 근원이자 약선(藥膳)음식의 원형으로 평가받는다. 박물관의 수장고 속에서 잠자던 고문헌의 영천역사박물관 남애경 실장의 끈질긴 연구와 고증을 통해 마침내 15년 만에 빛을 발했다. 17세기 조선 중·후기의 독창적인 생활한방과 식품 제조공정이 온전히 담긴 ‘수민방’의 학술적·역사적 가치가 인정받으면서, 이 책은 경상북도 문화유산 자료로 공식 지정되는 쾌거를 이루었다. 이는 단순한 문화재의 가치를 넘어, 과거 우리 선조들이 가졌던 뛰어난 한방 의학 기술과 음식 문화를 현대에 전하는 메신저로서의 위상을 확립한 계기가 되었다. 이로써 영천은 전국 최고 수준의 한약재 유통 인프라에 더해, 이를 뒷받침할 단단하고 유구한 한방과 음식과 관련한 자산까지 공식적으로 확보하게 된 것이다. ‘수민방’에 수록된 수많은 처방과 약선음식 중에서도 단연 주목을 받은 레시피가 바로 ‘천금주(千金酒)’이다. 이름 그대로 ‘천금만큼 귀한 술’이라는 뜻을 가진 천금주는, 질병에 걸리기 쉬운 백성들의 면역력을 높이고 신체 기능을 보양하기 위해 한약재를 접목해 빚어냈던 명주(銘酒)다. 기록 속에만 갇혀 있던 이 천금주의 조리법을 전통 양조 기법으로 온전히 되살리는 복원 작업이 추진되었다. 문헌 속 한약재의 배합 비율과 독특한 발효 방식을 재현해 내는 과정은 과거와 현재의 학자들이 시공간을 초월해 나눈 대화와도 같았다. 370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마침내 현대의 술잔 위에 복원된 천금주는 선조들의 구휼 정신과 한방 지혜가 고스란히 담긴 결정체로 복원되었다. 단순한 재현과 시연에 그치지 않고, 영천의 천금주는 또 하나의 위대한 이정표를 세웠다. 복원된 천금주의 독창적인 전통 제조공정과 한약재 배합 기술의 고유성을 인정받아 특허청에 제조방법 복원으로 최종 특허 등록을 완료한 것이다. 이는 역사적 문헌의 기록이 현대의 지식재산권(IP)으로 전환되어 법적 권리를 보장받는 귀중한 사례가 되었다.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레시피를 무분별한 모방으로부터 보호하는 동시에, ‘영천 천금주’라는 고유의 브랜드와 웰빙 한방 전통주로서의 독점적 기술 경쟁력을 공인받은 셈이다. 이 특허는 과거의 유산을 미래의 고부가가치 바이오·식음료 산업으로 연결하는 단단한 교량이 되었다. 문화유산 지정에서 특허 등록으로 이어진 천금주의 부활은, 전통문화가 오늘날 어떻게 살아 숨 쉬는 자산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완벽한 롤모델이다. 영천은 이제 천금주를 기반으로 한 한방 향토음식과 천금주를 지역을 대표하는 먹거리 상품 및 웰빙 브랜드로 적극 육성할 발판을 마련했다. 1654년 고통받는 백성을 살리기 위해 애쓰던 영천군수와 선조들의 따뜻한 마음은, 2026년 오늘날 현대인들의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한 잔의 전통주로 재탄생했다. 역사적 고증을 넘어 특허라는 현대적 옷을 입은 천금주가 영천을 넘어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K-전통주로, 나아가 대한민국의 입맛을 사로잡을 명주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본다.(다음 호에도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