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시를 비롯한 전국 각 지역에서 농지 이용 실태 조사가 한창인 가운데, 고령화로 직접 농사를 짓기 어려워진 농민들이 엄격한 농지법 규제로 인해 ‘이중고’를 겪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우려는 지난 추석 민심에서도 진하게 묻어나온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현행법상 임대인이 마땅치 않아 농지 처분 명령 위기에 놓인 농민들의 불안감이 가중되면서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영천시 관계자에 따르면, 이 조사는 전국 읍·면·동별로 실시되는 기본 조사 단계로, 올해 5월부터 7월까지 3개월간 컴퓨터 항공 사진을 활용한 1차 조사가 완료되었으며, 이어 8월부터 오는 12월까지는 본격적인 현장 조사가 진행 중이다.당국은 이같은 주민들의 우려에 대해 “현재는 조사를 진행하는 단계일 뿐이며, 곧바로 처분이 내려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그러나 현장의 반응은 사뭇 다르다. 지역의 고령 농민들과 주민들은 고령화와 자녀들의 타 지역 이주 등으로 인해 직접 농사를 짓기 어려운 현실을 토로하고 있다. 한 농민은 “나 자신이 직접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상황이고 자식들은 외지에 나가 있어 다른 이에게 농사짓기를 맡기고 싶어도, 농어촌공사를 통한 임대 위탁조차 받아주지 않는 경우가 많아 답답하다”며 “농사를 못 짓는 것도 서러운데 처분까지 당해야 하느냐는 불만이 현장에 팽배하다”고 전했다.지역의 한 시의원은 이번 명절 기간 지역 곳곳을 누비며 이번 정부의 농지 전수조사를 걱정하는 농민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앞서 전수조사를 강행하기 전에 반드시 살폈어야 할 농촌의 복잡한 현실적 문제를 지적했다.특히 이 시의원은 “이재명 대통령이 전수조사를 부동산 투기를 가려내기 위한 기초 조사라고 언급한 점”을 짚으며, “진정으로 농지 투기를 잡고 싶다면 올바른 순서와 기준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수도권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한 필지에 수십 명이 지분을 나눠 가진 기획부동산 의심 농지나, 취득한 후 장기간 방치된 투기성 농지부터 우선적으로 정밀 조사에 착수해야 한다는 것이다.일각에서는 이러한 농지법 관련 민원과 논란이 비단 영천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대구, 울산 등 대도시 인근을 포함해 영천시 같은 지방 소도시의 경우, 고령의 농민들이 은퇴 후 노후 생활 자금이나 자식들에게 물려줄 재산으로 농지를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엄격한 농지법 규제로 인해 거래 자체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대규모 매물 적체 현상과 민원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이와 같은 농민들의 반발과 우려가 지속되자, 정부 역시 최근 대책 마련에 나서는 모양새다. 농림축산식품부 등 관련 부처에서는 고령 농민들의 민원을 해소하기 위해 농어촌공사를 통한 매도·임대 위탁을 점진적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내비치고 있다.이에 따라 향후 농지 임대 위탁을 신청할 경우, 비록 임차인을 쉽게 구하지 못하더라도 위탁 행위 자체를 인정하여 곧바로 처분 절차까지는 가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보완책이 마련될지 주목된다.북안면의 한 지역 주민은 “지자체와 정부가 농민들의 불안을 해소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보완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면서 “고령 농민들이 안정적인 노후를 보낼 수 있는 유연한 농지 관리 제도가 정착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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