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시가 지역 대표 축제의 시너지 창출을 위해 올해 통합 운영한 ‘2026 영천공동축제’가 막을 내렸지만, ‘통합’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콘텐츠와 운영체계가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문화예술제와 한방축제, 와인페스타, 별빛한우구이축제 등 4개 축제를 한자리에 모아 규모를 키웠지만, 각각의 행사를 물리적으로 한곳에 배치한 수준에 머물면서 ‘하나의 축제’라는 정체성이 보이지 않았다는 평가다.지난 2일부터 4일까지 영천강변공원 일원에서 열린 이번 축제는 다양한 공연과 체험, 먹거리 등으로 가족 단위 방문객들의 발길을 끌었다. 어린이 체험시설과 쉼터 등이 마련돼 시민들의 호응을 얻은 것은 성과로 꼽힌다.하지만 축제장을 찾은 시민들 사이에서는 “볼거리는 다양한데 무엇을 대표하는 축제인지 모르겠다”는 반응도 나왔다.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통합 컨트롤타워의 부재다. 문화예술, 한방, 와인, 한우라는 서로 다른 성격의 축제를 한 공간에 모았지만 전체 축제를 하나의 브랜드와 스토리로 연결하는 기획력이 부족했다는 것이다.각 축제별 프로그램 운영에 집중하다 보니 공연과 공간 배치, 동선, 홍보 등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공동축제’라기보다 여러 축제를 한 장소에서 동시에 개최한 모습에 가까웠다는 지적이다.전문가들은 “4개 축제가 한곳에 있어 선택의 폭은 넓었지만 딱히 어느 하나에 집중하기 어려웠다”며 “통합축제라면 영천만의 대표 콘텐츠 하나쯤은 강하게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또한 한방축제는 지역 정체성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비판이 거세다.제1회부터 23회까지 이어온 ‘한약축제’ 명칭을 올해 ‘한방축제’로 변경했지만, 그 과정에서 시민들에게 충분한 설명이 없었다는 지적이다.영천은 전국 최대 한약유통 기반을 갖춘 지역이다. 한약축제 역시 지역 한약산업을 알리고 지역경제와 연계하기 위해 출발했다. 그러나 이번 축제는 정작 영천한방발전협의회와 한약제조가공협의회, 도동한방유통단지, 지역 한의업계 등 관계자들의 참여 미흡과 이들을 아우를 수 있는 콘텐츠가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왔다.시민들 사이에서는 “영천 한약을 알리기 위해 시작한 축제인데 정작 영천 약재도, 지역 한의업의 단면도 찾기 어려웠다”며 “지역 축제가 외지 전문기관의 프로그램을 가져오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영천시는 이에 대해 시대 변화에 맞춰 시민 건강과 웰니스 중심의 다양한 콘텐츠로 방향을 확장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공모를 통해 대구한의대에 위탁했고, 건강·힐링 체험 프로그램에 대한 방문객 반응도 좋았다는 입장이다.와인페스타 역시 축제 자체의 분위기를 살리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와인을 매개로 친구와 연인, 가족이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콘텐츠임에도 주무대 공연 소음이 그대로 유입되는 공간 배치 등으로 주위 산만과 특유의 분위기가 반감됐다는 아쉬움이다.이번 공동축제가 시민들에게 다양한 체험과 먹거리, 볼거리를 제공했다는 점은 분명한 성과다. 그러나 규모를 합치는 것과 축제를 통합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일각에서는 차별성이 강한 영천별빛한우와 와인을 결합한 특화축제를 비롯해 지역 농특산물과 관광자원을 연계한 새로운 축제 모델을 제안하고 있다.또 공동축제를 계속 추진한다면 개별 행사를 단순히 묶는 방식에서 벗어나, 축제 기획부터 공간 구성·프로그램·홍보·현장 운영까지 총괄하는 전문 통합 운영체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축제에 참가한 한 시민은 “시민들이 원하는 것은 축제 숫자가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영천에 가면 이것을 볼 수 있다’고 기억할 수 있는 대표 축제”라며 “내년에는 통합이라는 명분보다 영천만의 색깔과 경쟁력을 보여주는 축제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시민 혈세가 투입되는 축제인 만큼, 영천시가 4개 축제를 한곳에 모은 것으로 끝낼 것인지, 아니면 지적을 겸허히 수용해 내년에는 정체성과 운영 체계를 다시 세울 수 있을지 풀어야 할 숙제를 분명하게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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