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지역) 소멸의 파고를 넘기 위한 대안으로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햇빛소득마을’ 사업이 현장의 높은 장벽에 가로막혀 사업 추진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또 농어촌 마을의 안정적인 소득 창출로 소멸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가 적극 추진하는 햇빛소득마을이 지역 주민들에게는 매력적인 정책일 수 있다.하지만 철저한 사전 검증과 인프라 구축이 우선인데도 정부가 정량적 목표 달성 중심으로 추진해 속도전에 치우치면서, 전라·충청권에 비해 전력 계통 연계 기반이 취약한 영천시를 포함한 경북 동해안권과 지방 소도시에서는 사실상 ‘그림의 떡’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다.정부는 올해 700곳, 2030년까지 3,000곳 이상의 햇빛소득마을을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성공 모델이 극소수에 불과함에도 이재명 대통령의 관심사업으로 꼽히면서 거듭된 목표치 상향 조정속에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실제 현장의 반응은 겉돌고 있다. 1차 공모 당시 전국 129개 마을이 참여해 86곳이 선정되었으나 당장 착수 가능한 곳은 손에 꼽힌다. 영천시의 경우 북안면 송포마을이 1차에 이름을 올렸으나, 사업이 상당기간 지체되다가 최근 궤도에 안착했다. 이는 당초 추진되던 경주시 서면 아화선로의 15MW 규모의 풍력 사업이 무산되면서 고육지책으로 전환된 특수한 사례에 불과하다. 이어 진행된 2차 공모에는 임고면 효리 등 6개 마을이 도전장을 내밀었으나, 실무진과 전문가들은 선정되더라도 실제 사업 착수까지는 첩첩산중이라고 입을 모은다.자본과 부지 확보는 마을과 지자체의 노력으로 보완할 수 있지만, 최대 난관은 단연 ‘선로 계통 연결’이다. 전력 수급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잘 갖춰진 전라·충청권과 달리, 경북 동해안권과 영천 지역은 송전선로 여유 용량이 턱없이 부족하다. 한 마을당 1MW 규모의 태양광 발전이 전체 전력망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함에도, 인프라 미비로 인해 계통 연결 자체가 지연되거나 불가능한 상황이다.전문가들은 “마을 단위의 자력 해결이 불가능한 계통 연결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제도 개선과 입법적 뒷받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의 파편적인 공모 방식으로는 인프라가 열악한 지역이 소외될 수밖에 없다는 경고다.취지와 달리 현장 운영 구조에도 허점이 노출되고 있다. 햇빛소득마을은 고령화된 농촌 마을이 직접 부지 확보나 행정 절차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구조적 한계 때문에 재생에너지종합서비스 기업(ReSCO)의 지원을 전제로 설계된 사업처럼 느껴진다.실상이 이런 가운데 기업이 사업을 주도하는 모양새로 변질되면서 진정한 ‘주민 주도형 소득 창출’이라는 본래의 취지를 무색케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읍·면 단위의 주민자치회가 중심이 되거나, 전력 계획 및 지원 조직이 체계적으로 갖춰진 지자체 단위로 사업을 집중해야 실효성을 거둘 수 있다고 조언한다.영천시 관계자는 “신청 접수 이후 개발행위 협의와 발전사업 허가를 거쳐 한전 측에 연계를 신청하는 절차로 진행된다”고 설명했으나, 근본적인 송전 인프라가 뒷받침되지 않는 한 행정적 절차는 공염불에 그칠 우려가 크다.농촌 소멸을 막기 위한 친환경 소득원이라는 고결한 취지가 현장의 냉혹한 현실 앞에 좌절하지 않기 위해서는, 획일적인 목표 할당식 추진에서 벗어나 지역별 인프라 격차를 해소하는 맞춤형 전력망 확충 전략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농촌 현장에서 거세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