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지역 역사박물관으로 등록된 영천역사박물관은 영천의 선사시대부터 현대까지의 역사를 다룬 유물과 전시물이 배치되어 있는 전시, 교육 전문 박물관이다. 영천역사박물관 설립자인 지봉 스님은 영천 지역 역사에 초점을 두고 관련 자료를 수집하여 현재 4만여 점의 지역 역사 중심의 문화유산을 수집해 연구하고 있다. 영천역사박물관의 대표 소장유물로 세계 최초 상업용 일간신문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민간인쇄조보(521호 등재) 등 지역의 유적과 유물을 통해 영천의 전통과 생활상을 알 수 있도록 다양한 전시와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본보는 영천역사박물관과 함께 위대한 지역문화유산을 소개한다. [편집자주]임진왜란의 의승군(義僧軍)이라 하면 서산대사 휴정과 사명대사 유정, 그리고 기허당 영규대사가 먼저 떠오른다. 특히 1592년 8월 초하루, 의병장 조헌과 함께 청주성을 되찾은 영규의 승군은 오랫동안 ‘임진왜란 최초의 승군 승리’로 불려 왔다.그러나 그보다 며칠 앞서, 경상도 영천에서 이미 은해사 스님들이 칼을 들고 싸워 이긴 전투가 있었다. 1592년 7월 27일의 영천성 수복전투다. 그리고 그 승군의 뿌리는 팔공산 동쪽 자락의 은해사로 이어진다.필자는 영천 지역 의병 관련 기록을 살피던 중, 이 전투에 승군이 참전했다는 사실을 서로 다른 세 갈래의 기록을 확인하였다. 최응사의 『유정일집』, 정세아의 『호수실기』, 그리고 이번에 공개하는 최응사의 아들 최벽남(崔璧南)의 「일기」다.1592년 4월 부산에 상륙한 왜군은 경상좌도를 훑쓸며 북상하였고, 영천성을 점거하여 그 일대를 불태우고 노략하였다. 최벽남은 그 참상을 “일본군 적이 지나는 곳마다 불태우고 쓸어버리니 연기가 하늘까지 치솟았다(所過皆焚蕩 烟氣漲天)”고 적었다.7월 27일 영천성을 에워싸고 불을 질렀다. 일기는 그날을 이렇게 기록한다.“군세를 합쳐 진격하여 포위하고, 바람을 이용해 불을 놓아 불태워 죽이니 남은 무리가 없었다(合勢進圍 因風縱火 燒殺無遺類).”영천성 수복은 의병이 스스로의 힘으로 성을 되찾은 이른 사례이며, 왜군의 경상좌도 연락망을 끊어 안동 이북을 지킨 전투로 평가된다. 문제는 이 승리의 주역 가운데 스님들이 있었다는 사실이 그동안 거의 주목받지 못했다는 점이다.세 갈래 기록이 가리키는 승군 기록을 살펴보면 첫째, 최응사의 『유정일집』에서는 영천 의병 대열에 승군이 존재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둘째, 영천 의병대장 정세아의 『호수실기』는 승군의 규모를 200여 명으로 전하며 그 활동을 기록하고 있다.셋째로 가장 생생한 증언은 정세아 의병진의 중위장으로 직접 전투를 이끈 최벽남의 일기다. 이 일기는 『호수집』에 수록된 『최참판일기』와, 이와 내용이 조금 다른 별본 『최참판일기』 두 가지로 전한다. 두 판본 모두 의병을 모으던 장면에서 승군을 분명히 적고 있다.“힘을 합하여 군사를 모집하니 상인승군이 200여 명이었고, 의병의 군사는 700여 명이었다(合力募兵 常人僧軍二百餘名 義兵之軍七百餘名).” - 『호수집』 수록 『최참판일기』주목할 점은 승군이 양반 의병과 구분되는 별도의 부대로 편성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 모병 기사 바로 뒤에 7월 27일 영천성 화공이 이어진다. ‘승군이 포함된 200여 명’이라는 핵심 내용은 두 판본이 일치한다. 거기에 『유정일집』과 『호수실기』까지 더하면, 영천 의병에 승군이 있었다는 사실은 한 사람의 기억이 아니라 여러 기록이 함께 가리키는 사실이 된다.영규대사의 청주성 수복은 8월 초하루의 일이다. 영천성 수복은 그보다 앞선 7월 27일로 현재까지 확인된 기록에 따르면, 임진왜란에서 승군이 참전하여 거둔 최초의 승리는 청주가 아니라 영천이었고, 그 승군은 은해사를 중심으로 한 팔공산의 스님들이었다.물론 이것이 끝은 아니다. 은해사의 사적기와 영천 지역 문집들을 더 살펴 승군을 이끈 승장의 이름과 참전 경위를 밝혀야 한다. 하지만 최벽남의 일기가 남긴 몇 줄의 기록만으로도, 우리는 임진왜란 의승군의 역사를 한 쪽 앞으로 당겨써야 할 이유를 충분히 갖게 되었다. 434여 년 동안 이름 없이 ‘승군’이라는 두 글자로만 남아 있던 은해사 스님들에게, 이제 그들의 영천성수복전투의 역사에 있어 작은 자리 한 부분이라도 돌려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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