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농산물 이용 건강 음식으로 힐링모교 잃은 동문들 위한 안식처 제공
-자양중학교 폐교1998년 3월 1일, 보현리 자양중학교는 919명의 졸업생을 배출하고 폐교를 선언했다. 1978년 3월 1일 개교 이래 만 20년 만의 일이었다.
그간에 높이 자란 메타세콰이어와 우람한 히말라야시다가 세월을 말해주고 있었지만 산업화로 인해 농촌의 공동화(空洞化)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더 이상 입학학생이 없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폐교되면서 모 사찰에서 이 공간을 임차했지만 주민들과 갈등을 빚게 되자 아이들이 재잘거리며 공부하던 학교는 금방 풀이 자라고 유리창이 깨지는 등 흉물스럽게 변해가고 있었다.
그 때 40대 초반의 여성이 학군 내 마을 주민들을 찾아다니며 동의서를 받기 시작했다. 청소년들의 교육공간으로 활용하겠다는 사업계획서를 첨부하여 영천교육지원청으로부터 임대를 하겠다는 것이다.
대구에서 아침 버스를 타고 들어와 별로 꾸미지 않은 모습으로 보현리, 충효리를 돌아다니며 잘 살아보겠다는 진심어린 설득으로 거의 90%에 달하는 동의를 받고 학교를 임대하고 그 이듬해 매입해 지금까지 보현자연수련원을 운영하고 있는 조정숙 원장이 그녀다.-청소년 수련시설로 인가보현자연수련원은 1999년부터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간에 청소년수련시설로 인가받아 보현청소년야영장으로 명명되고도 있으며, 사단법인 새벽을여는아름다운청소년의모임 사무국을 두고 보현산화랑학교, 보현산숲속학교 등의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보현자연수련원이 (구)자양중학교에 들어서면서 보현마을은 커다란 변화를 맞게 된다.
2003년에는 제1회 보현산별빛가족음악회를 열어 200여 도시민을 불러들여 2박3일간의 가족캠프를 성공적으로 개최함으로써 보현산별빛축제의 단초를 마련하였다. 그래서 이듬해인 2004년 영천시 주관의 제1회 보현산별빛문화축제에는 영천에서도 가장 오지마을인 보현 마을에 수만 명의 인파가 보현골에 찾아와 북적거리게 했다.
그 후 보현산별빛문화축제는 협소한 공간을 이유로 충효리 수자원공사 부지로 옮겼다가 정각리 보현산천문과학관 옆으로 옮겨 지금까지 진행되고 있다.-전원생활체험학교 시작보현자연수련원은 영천의 도농교류와 도시민 귀농귀촌의 중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5년에는 경상북도농업기술원에서 도시민을 농촌으로 불러들이기 위해 기획한 전원생활학교가 이곳 보현자연수련원에서 시작되어 2008년까지 1,200여명의 교육생을 배출했다. 그리고 그 교육생들에 의해 2006년 사단법인 전원생활운동본부가 발족되고 전원생활박람회가 3년에 걸쳐 보현자연수련원에서 개최되어 수만 인파를 불러모았다.
2008년 경상북도농업기술원이 전원생활학교를 중단하자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조정숙 원장은 경상북도를 찾아가 귀농귀촌 교육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예산지원을 약속받아 2009년부터 다시 전원생활체험학교를 열게 되었고 (사)전원생활운동본부와 함께 지금까지 꾸준히 학교를 운영하여 1,500여 수료생을 배출했다. -귀농1번지 영천귀농1번지를 이야기할 때 상주, 봉화 등과 함께 영천을 빠뜨리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자양중학교는 2층 9칸의 본관 건물과 화장실, 숙직실, 목욕탕과 교장사택, 교사사택 등의 부속건물이 있었는데, 지금은 숙직실, 교사사택을 헐어낸 대신 개량한옥, 유럽식 목조주택, 귀틀집과 수각이 들어서고 본관과 교장사택은 잘 리모델링되어 있다.
200명 이상 수용이 가능한 쾌적한 공간은 많은 단체나 학교에서 이용하고 있는데, 넓은 운동장을 그대로 두고 잔디구장을 만들어 학교의 원형은 살리면서 잘 다듬어진 대표적 사례 공간으로 평가되고 있다.
재정이 넉넉지 않은 가운데서도 초심을 버리지 않고 꾸준히 시설을 다듬고 정비해 온 조정숙 원장과 보현자연수련원 가족들의 철학이 녹아있는 덕분이다.
보현자연수련원에 사무국을 둔 새벽을여는아름다운청소년의모임과 전원생활운동본부는 청소년교육사업과 전원생활체험학교 등의 귀농귀촌 및 도농교류 사업들을 통해 사람과 자연이 어우러져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가는 자그마한 일들을 쉼 없이 해나가자고 모인 아름다운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조정숙 원장의 귀띔이다.-전원생활 길라잡이보현자연수련원의 특징은 교육에 있다. 일반적으로 연수시설은 타 기관이나 단체에 공간을 임대하는 것을 주 사업으로 하는데, 이곳은 다양한 네트워크를 통한 인적 자원으로 자체 프로그램을 개발해서 운영한다. 그 중에 대표적인 것이 전원생활체험학교다.
2005년, 지금 영천시농업기술센터 소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정재식 소장이 경상북도농업기술원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영농기술 개발이나 영농교육을 주된 업무로 하는 농업기술원이 도시민 교육에 나선 것이다. 이미 노령화가 심각한 농촌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도시민을 교육시켜 귀농·귀촌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도심에서의 교육이 아닌 농촌 현장에서의 교육 장소로 보현자연수련원이 채택되고 이로부터 보현골은 귀농·귀촌 교육의 메카가 되었다. 처음으로 도시를 떠나 농촌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의 길라잡이 역할을 한다는 취지로 만든 ‘전원생활길라잡이과정’에서는 농촌문화와 전원생활의 이해, 좋은 땅을 찾기 위한 풍수지리 강의, 전원부동산의 이해, 전원주택의 입지와 유형, 농지전용관련 법규, 전원주택과 조경, 유기농 텃밭가꾸기, 전원생활에서 행복찾기, 전원생활 현장 방문, 전원생활 체험기, 식의(食醫)의 전원생활, 정부정책과 귀농귀촌인의 역할 등의 강의와 현장 견학으로 교육이 진행된다.
그리고 전원생활학교 전 과정 동안 지역의 농산물을 재료로 써서 모두가 만족해하는 건강한 음식을 제공하여 치유와 힐링의 기쁨을 맛보게 한다.
어린 시절을 시골에서 보내다 도시로 나가 30년 이상을 살아도 농촌에 대한 그리움을 떨치지 못한 이들, 온갖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도시민들에게 안식처가 될 수 있는 농촌이 정보 부족이나 동기 부여의 부재로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전원생활학교는 그들에게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존재다. 특히 베이비부머 세대로 통하는 지금의 50대 후반 사람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도심을 벗어나 공기 좋고 아름다운 자연환경에서 하는 교육인데다 영천시농업기술센터의 예산지원으로 교육비는 어떤 나들이 경비보다 저렴하다. 현장감 넘치는 강사들의 열강, 조충래 체험학교장의 빈틈없는 교육진행, 그리고 조정숙 원장의 넉넉한 식사제공은 환상의 조합이다. 새벽부터 일어나서 현장학습을 나가야할 만큼 쉴 틈없이 짜여진 1박2일의 교육일정 속에서도 교육생들은 마냥 행복해하는 분위기가 저절로 연출되는 곳이 전원생활체험학교다.
도시민들이 시골로 들어가 생활하는 전원생활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전원주택과 먹거리 부분이다. 아토피 등 현대병이 콘크리트 건물과 인스턴트 식품 때문인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래서 전원생활학교는 다시 영천시의 교육비 지원을 받아 길라잡이 과정에 이어 심화과정으로 황토집짓기과정을 개설하여 저렴한 비용으로 건강한 집을 지어 살 수 있는 방법을 스스로 찾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그 외에도 보현자연수련원은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마련해 놓고 있다. 농업농촌체험, 전통문화체험, 자연생태체험 등의 프로그램을 계절별, 단체별로 신청만 하면 된다.
또한 주변에는 보현산천문과학관, 보현산테마숲, 운주산승마휴양림 등이 있어 연계프로그램 운영도 가능하다.
항일의병의 산남의진과 관련된 충효재, 정환직·용기 부자 묘소, 현충시설 거동사, 입암 전적지, 임고서원 등이 가까이 있어 역사순례 등의 체험도 가능하다. -조정숙 원장은…조정숙 원장은 음식 전문가다. 한때 궁중요리 대가인 윤숙자 교수에게 수업을 받으러 매주 서울을 오르내리기도 했고, 늦깎이로 대구한의대 식품조리학과를 졸업했으며 경북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식품공학과 석사과정을 수학 중이다.
2003년에 한방김치담그기행사를 만들어 영천시여성농업인회에 이관시켜 주었고, 2010년에는 특허청에 조정숙한방김치 상표등록을 하여 독보적인 한방김치를 만들어 주변 사람들에게 맛보이고 있다. 2009년 영천시청사 개청 이래 최초로 영천을 방문한 국무총리 밥상을 차렸고, 3년 전부터 경상북도식품박람회에 나가 영천시 대표음식을 만들어 전시하고 있다.
어린 손주를 등에 업고 고추밭에 매달려있는 시골 할머니들을 보고 2005년 경상북도에서 시행하는 여성농업인을 위한 농촌보육정보센터를 보현골에 유치했다. 아이도 없는 마을에 무슨 보육센터냐는 많은 반대에도 굴하지 않고 보현자연수련원 부지 한 켠을 할애하여 지은 영천시농촌보육정보센터는 질시하는 이들에 의해 중간에 정보센터의 기능은 중지되고 조정숙 원장은 무보수로 어린이집 원장을 맡아 10년째 운영하고 있다. 많을 때는 자양면과 화북면에서 20명의 원아들이 등원하였으나 지금은 9명으로 줄었다.
2004년에는 ‘녹색농촌체험마을 보현골’을 유치하였고 2009년에는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 은하수권역’ 유치에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이런저런 마을사업을 위해 사유공간을 서슴없이 내놓을 줄 아는 조정숙 원장의 마음씀씀이 덕분에 보현골은 산나물축제, 정월대보름행사, 별빛문화축제, 전원생활박람회 등 크고 작은 행사들을 기획하고 치러낼 수 있었다.
그리고 모교를 잃어버린 자양중학교 동문들이 동창회를 열고자 할 때 망설이지 않고 공간을 내놓을 뿐만 아니라 수백 명의 점심까지 제공하니, 동문회에서 고마움의 표시로 본관건물 도색을 하는 미담사례를 만들기도 하였다.
조정숙 원장은 청소년교육사업, 도농교류를 통한 농촌살리기 운동에 대한 뜻을 펼치기 위해 보현자연수련원 운영과 보현산어린이집 원장 업무로 바쁜 가운데서도 ‘(사)새벽을여는아름다운청소년의모임’ ‘(사)전원생활운동본부’의 이사를 맡아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