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은 전국의 도로망이 사통팔달로 뚫리고 나서부터 동해남부의 교통중심지라는 말이 무색해졌고 대도시인 대구, 철강도시인 포항과 관광도시인 경주 사이에 끼여 도시발전도 더딜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육군3사관학교와 육군제2탄약창 등 군사시설 면적이 모두 3,175만㎡(약 960만평)로 시 전체 면적의 3.5%이고 이 가운데 군사시설보호구역은 시 전체의 2.1%(1,892만㎡)다.
이런저런 여건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인구는 자꾸만 줄어 단일 선거구에서 제외되었고, 관광호텔, 리조트 등의 대규모 국내외 행사 유치나 관광 인프라가 전혀 구축되지 않은 도농복합도시이다. 영천시는 경마공원이나 항공 등의 산업단지 유치로 줄어드는 인구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다. 그에 비해 귀농 가구 현황을 살펴보면 2010년 68가구, 2011년 102가구, 2012년 145가구, 2013년 176가구, 2014년 178가구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고는 하나 그 규모가 공장 유치에 미치지는 못한다. 그러나 영천의 지속가능한 도시 유지조차도 어쩌면 귀농귀촌을 통한 도시민 유입으로 그 해답을 찾아야할 지 모른다. 실제 근로자와 귀농·귀촌인의 자본 유입을 비교하면 머릿수로만 계산할 일은 아닌 것이다.
-귀농인 지원조례로 법적 근거 마련귀농인의 꾸준한 증가는 영천시가 귀농인의 적극적 유입과 안정적 정착을 위해 2009년 귀농인 지원조례를 제정해 법적근거를 마련하고, 귀농 전담팀의 구성과 운영, 도시민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귀농·귀촌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단계별 귀농 정착 모델을 통해 예비 귀농인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고 있다. 또한 전원생활체험학교도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전원생활체험학교는 자양면 보현리에 위치한 보현자연수련원에서 열리는 귀농·귀촌 길라잡이 교육이다. 2005년 경상북도농업기술원의 주도로 시작된 전원생활학교는 2009년부터 전원생활체험학교로 이름을 바꾸고, 영천시농업기술센터와 보현자연수련원, 사단법인 전원생활운동본부가 그 역할을 나누어 잘 운영되고 있다. 그 동안 수료한 교육생이 2,400여명이니 영천으로의 잠재 귀농인이 1,000여명은 족히 될 것이다.
더욱이 영천시는 중앙정부로부터 체류형 농업창업지원센터 건립사업 지원을 받게 되었는데, 이 사업은 2017년 하반기 운영을 목표로 자양면 보현리 산194-1일원에 총 사업비 80억원을 투입해 세대별 농장(텃밭), 공동실습농장과 교육관, 공동퇴비장, 공동농기계보관소 등 총 30세대 규모로 건립하게 된다. 최근 베이버부머 세대의 본격적인 은퇴가 시작되어 도시민들의 귀농·귀촌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는 시점에 맞추어 추진하고 있는 만큼, 농업창업지원센터 건립은 영천이 귀농 1번지로 자리매김을 함에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몸만 귀농 아닌 정신까지 귀농도시민의 귀농귀촌은 인구 유입과 도시 자본의 농촌 투자, 농촌 부락의 공동화(空洞化) 문제 해결, 도시민이 도시생활에서 지친 심신을 치유하는 등의 다양한 공익적 측면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일부 귀농인의 경우 청운의 꿈을 안고 들어왔다가 커다란 상처만 안고 도시로 되돌아가는 경우도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사전 계획이나 충분한 준비 없이 시작한 것도 문제지만 근원적으로는 귀농·귀촌에 대한 이해부족이 빚어낸 결과일 것이다. 도시로부터의 귀농·귀촌은 단순하게 도시를 떠나 농촌에 거주하는 주거 공간의 이동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그 삶의 일대전환이다. 생활의 양식, 삶의 가치를 바꾸지 않은 채 출발하는 귀농·귀촌은 실패의 지름길이다. 이런 이유로 반드시 농업기술에 대한 교육이 아니라 실행에 옮기기 전의 사전 교양교육이 필요한 것이다.
귀거래사(歸去來辭)는 옛날의 귀농·귀촌에 대한 대표적인 가사이다. 살펴보면 관직을 포기하고 전원으로 돌아가 안빈낙도(安貧樂道)의 삶을 여유롭게 즐기는 내용이다. 아마도 지금으로 보자면 정년퇴임 후 귀촌하여 살고자 하는 이들의 길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러나 비교는 할 수 있지만 합치가 되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현 사회가 도연명이 읊은 안빈낙도의 삶을 높은 가치로 인정하지 않고, 귀농·귀촌인들이 안빈(安貧)과 낙도(樂道)의 철학을 배우지 못했거나 실천하려는 의지를 일으키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몸은 농촌에 와 있는데 생활습관이나 욕구는 여전히 편리함과 배타적이고 기계적인 도시적 사고로 뭉쳐져 있으니 한가로운 시간에 견디지 못하고, 개방적인 공동체 문화에 젖어들지 못한다.
- 귀농귀촌 성공하려면?실패하지 않는 귀농·귀촌 전원생활은 어떤 것일까? 정답은 없다. 다만 실패를 줄이기 위해 미리 준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스로를 낮추고 겸허한 마음으로 농촌에 들어가는 것이다. 그 의미를 단적으로 표현하자면, 등산(登山)이 아니라 입산(入山)하는 자세를 이야기할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집과 땅만 있으면 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마음에 드는 땅부터 보러 다닌다. 땅 사고, 집 짓고, 담 쌓아 자신의 영역을 확보하고 자연을 누리면 그것이 귀농·귀촌 전원생활이라고 생각한다. 추구하는 삶의 방식이나 철학이 다를 수 있겠으나, 아파트 생활문화가 몸에 배여 농촌에서도 익명(匿名)으로 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데 귀농·귀촌인에게 있어서 이것이 가장 큰 오산이다.농촌(農村)은 말 그대로 마을이다. 대부분의 마을들은 수백 년씩의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그래서 그 나름대로의 문화를 형성해 왔다. 그래서 그 마을로 들어가서 살려는 사람이 땅 사서 집을 짓기 이전에 해야 할 일이 그 마을의 문화를 알고 정서를 이해하는 것이다. 이 마을 주민들이 나를 주민으로 인정해줄 것인가가 우선이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에서 주거(住居)의 자유를 누리겠다는데 무슨 말이냐라 하면 그만이겠지만 세상 돌아가는 모습이라는 것이 꼭 법대로 굴러가는 것은 아니다. 입촌(入村)하려면 그 촌락을 드나들면서 반쯤 주민이 된 다음에 땅을 사도 늦지 않을 것이다. 귀농·귀촌인의 성공적인 정착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이런 안내를 하는 교육이다.
-귀농귀촌 영농정착교육영천시는 크게 두 줄기의 교육으로 귀농·귀촌인들을 돕고 있다. 그 하나가 영천시농업기술센터(소장:정재식)가 직접 운영하는 귀농·귀촌 영농정착교육이다. 2008년 이래 매년 2월 중순부터 3월 상순까지 매주 3회씩 40여 시간의 일정으로 진행하며 해마다 130명의 수료생을 배출하고 있다. 이는 타 자치단체보다 한 발 앞선 귀농교육으로 올해로 귀농교육 7기생을 배출했다. 귀농지원사업 안내, 농업기관 사업 소개, 성공 귀농을 위한 경영 전략, 영농 기초이론과 실습, 선도농가 현장체험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 외에도 영천의 주요 소득 작목인 포도, 복숭아, 사과에 대하여는 특별히 심화과정을 편성하여 과수원을 개원하는데 필요한 전 과정을 교육하여 귀농창업 후 실패를 최소화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전원생활체험학교또 하나의 교육 프로그램이 복잡한 도시생활에서 벗어나 전원생활을 꿈꾸는 이들에게 가이드가 되어줄 전원생활체험학교(교장 조충래) 길라잡이 과정이다. 이 학교의 특징은 강사진에 있다. 이론에 밝은 교수를 초빙하지 않는다. 그 대신 현장에서 다년 간 경험을 쌓아서 몸으로 전문가가 된 이들이다. 그래서 과목마다 강사와 교육생 사이에 애정이 있고 강의에 힘이 넘친다. 기본적으로 휴머니즘적 가치를 가진 사람만이 이런 강단에 설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 학교 운영자의 철학이 빚은 산물이다. 농촌문화와 전원생활의 이해, 풍수지리와 전원생활, 전원부동산의 이해, 농지전용개발 관련 법규, 전원주택의 입지와 유형, 전원주택과 조경, 전원생활 현장견학, 전원생활 체험기, 유기농 텃밭 가꾸기, 음식으로 만드는 건강이야기, 정부정책과 귀농귀촌인의 역할, 전원생활에서 행복찾기 등의 내용으로 구성된 1박2일의 교육과정은 기술적인 측면보다는 다분히 철학적인 측면에서 귀농·귀촌을 이야기한다. 그런데 이런 교육이 실제로는 성공적인 정착에 약이 되는 것이다.
-영천집사랑봉사단…황토집짓기이 길라잡이 과정 수료 후에는 심화과정으로 집짓기 기술을 체계적으로 습득 할 수 있는 ‘황토집짓기 과정’(1박2일 4회)도 운영하고 있다. 이 과정을 수료한 이들이 전원생활에서 행복찾기의 모델로 자처하고 나섰다. 영천집사랑봉사단(단장:김승희)이 그들이다. 약칭 영집봉은 전원생활체험학교 졸업생이 만든 봉사단체로 영천, 대구, 경주 등에 거주하는 30여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역시 귀농·귀촌을 꿈꾸며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귀농인, 공무원, 군인, 특수교사, 유치원 원장, 프로그래머, 자영업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이들이 주말을 이용하여 봉사하고 있으며, 2012년 9월 창단하여 지금까지 열한 번째 가정을 방문해 집수리 봉사활동으로 재능을 나누고 사랑을 실천해오고 있다. 지난 해에는 고령에서 열린 2015경상북도 자원봉사대회에서 자원봉사 모범 단체로 선정되어 경상북도지사 상을 받기도 하고, 동아제약 사보팀에서 나와 `함께 만드는 세상`코너에 영천집사랑봉사단의 활동을 소개하기 위해 인터뷰를 할 정도로 그 활약상이 알려지고 있다.
-전원생활운동본부…도농상생의 길전원생활체험학교를 운영하는 사단법인 전원생활운동본부(이사장 손준근)는 2006년, 농촌의 인구 감소와 자본력 약화, 전문인력 부재 등의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도시민에 대한 전원생활 문화를 확산시켜 도시민 입장에서는 힐링이 되는 여가생활 보장, 농촌 입장에서는 도시 자본 유입과 도시 전문인력을 유치하여 농촌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안이 될 수 있기에 도시인들의 건전한 전원생활 문화를 정착시켜 도시와 농촌이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설립되었다. 세 차례의 전원생활박람회를 비롯하여 전원생활체험학교 운영, 전원주택 투어, 특별강연회, 전원생활관련 연구 등 인적, 물적 교류를 통한 도농상생의 길을 찾아가고 있다.
-영천시 귀농연합회귀농·귀촌을 이야기하는데 빠뜨릴 수 없는 단체가 귀농연합회다. 영천시귀농연합회(회장:채상호)는 영천시농업기술센터에서 주관한 귀농 전문인력 양성교육을 수료한 교육생이 주축이 되어 영천시에 귀농을 결정하신 귀농인의 안정적인 정착을 할 수 있도록 귀농인의 권익 향상을 도모하며, 특강을 통한 영농 기술의 습득과 회원 상호간의 친목 도모 및 정보 교류의 장을 마련하고, 지역사회 봉사 및 지역 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함으로써 지역민들과의 마찰을 줄이고 화합할 수 있는 성공 귀농의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지원함을 목적으로 2010년 창립되었다. 회원 상호간의 친목을 도모하는 사업, 농가 수익을 증대할 수 있는 사업, 지역 귀농·귀촌 정책 개발 및 제안, 귀농에 대한 기록 보존 및 홍보에 관한 사업 등을 목적사업으로 수립하였는데 귀농·귀촌하려는 도시인들에게 선배 귀농인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연합회의 활발한 활동으로 오인하 직전 회장은 경상북도귀농연합회로 진출하여 회장으로 활약 중이다.
-주택, 가장 큰 관심 분야귀농·귀촌에 있어 가장 큰 관심 분야가 주택이다. 건강한 주거생활에 있어서 자연소재인 흙과 나무집이 좋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다른 측면에서 보자면 우리는 지구촌 전체의 격변기에 살고 있다. 기후변화가 심상찮고 에너지는 고갈되어가고 있다. 원자력의 위험성 때문에 반대하면서도 에너지 절약에는 별 관심을 가지지 않는 이중적 가치 시대에 우리 각자가 주인공으로 살고 있다. 그래서 집을 짓는데 있어서 세계적으로 에너지 고효율의 집으로 관심사가 쏠려가고 있다. 전원주택라이프紙 2016년 1월호에는 패시브에서 제로에너지까지라는 제목으로 패시브passive 기술(건축물의 단열 성능을 높여 냉방과 난방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는 기술)과 액티브active 기술(태양광, 지열 등 신재생 에너지를 활요하는 기술)을 소개하고 있다. 기왕에 전원에서 새로운 집을 짓고자 하는 지성적 사고를 가진 귀농·귀촌인이 살펴봐야 할 대목이다.
-전원에서의 건강한 먹거리또 다른 하나가 먹는 것이다. 건강한 식재료로 건강한 조리과정을 거쳐 건강한 음식을 섭취하여 건강한 몸을 만드는 것은 누구나 갖는 희망이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이것이 귀농·귀촌의 이유가 될 것이다. 그래서 귀농·귀촌을 준비하는 사람에게 식의(食醫)에 대한 사전 공부는 꼭 필요한 과업이다. 최근 대구한의대학교 한방식품조리영양학부 식품조리전공교수 및 세계식의연구소 소장인 황수정 교수는 자연치유건강음식조리전문가를 양성하는 식의사 자격증 과정을 개설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교육 이수는 귀농인 스스로 음식을 통해 건강을 유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원생활을 누리면서 도시인들을 끌어들여 교육하거나 6차산업을 통한 수익창출의 기회가 만들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