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산업은 성장 잠재력이 무한한 산업으로 국가경제성장의 원동력임은 물론 세계를 대상으로 한 21세기 성장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영천시는 예전부터 강원도와 영.호남 지역을 연결하는 교통의 요충지로서 이들 지역에서 생산되는 한약재 유통시장 역할을 해 왔고, 이를 가공한 한약재를 인근의 대구약령시에 공급하는 국내 최대 도매 유통 거점이었다. 또한 한방자원과 한방 치료기술이 우수하다고 알려져 ‘한방도시 영천’으로 명성이 높았다.
특히 영천은 보현산(해발 1124m)과 팔공산(〃1193m)에 둘러싸여 있는 천혜의 자연조건 때문에 예로부터 약초생산이 활발했다. 또 경부고속도로와 중앙선이 통과하는 교통의 요충지여서 국내 한약재의 30%가 거래될 정도로 유통도 활성화돼 있다. 서울 경동시장, 대구 약령시장과 함께 전국 3대 약초시장으로 명맥을 이어오고 있으며 2005년에는 한방진흥특구로 지정됐다.2012년 영천시 농업기술센터가 작성한 연구보고서 내용을 중심으로 한약재의 특성과 영천약령시의 발달 조건 등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영천 약령시 유래와 발달사영천약령시는 한약재 도매업으로 특화돼 있다. 한약재 도매업자는 건재 한약재의 도매업을 운영하는 자로 한약재 유통의 중간 부분을 담당한다. 이들이 담당하는 규모는 전체 유통되는 한약재의 30% 정도이다.
한약재는 국민건강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현행 약사법에는 의약품 유통업에 종사하려면 일정한 자격과 함께 적법한 절차에 따라 판매시설을 갖추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한약재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식물성과 동물성 한약재는 생산단계에서는 ‘농축산물’로 취급되고 채취후 가공.절단될 경우에는 한약재로 취급되고 있다.
다른 상품과 차별되는 한약재의 특성은 중량에 비해 부피가 크기 때문에 운송과 보관이 불편하며 운송과 보관비용이 시장가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 재배에 있어서 자연환경의 영향이 클 뿐만 아니라 수확시기도 한정적이기에 시기별 유통량의 차이가 크고, 유통과정을 거치면서 약효의 변질 등 변질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가격의 등락이 심하다. 생산은 일반적으로 1년 이상의 기간을 필요로 하기에 생산량의 조절이 어렵고 가격에 대한 생산의 탄력성이 낮은 반면에 소비에 있어서 대체성이 높다.
원료의 품종, 산지, 채취시기, 약용부위, 저장 조건, 온도, 습도 등에 따라 약효성분에 큰 차이가 나기 때문에 가격이나 규격화가 어렵다. 특히 전통 한약재는 특히 안전성이 요구되므로 생산, 제조, 판매, 취급, 수출입, 유통, 광고 등의 행위가 강력하게 규제되고 있다.
생산농가의 대부분은 출하규모가 영세하고 정보의 수집 능력이 부족하여 거래 교섭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수집상의 수집기능에 의존하고 있어 중간상의 기능이 심화되고 있다. 이와같은 한약재의 성격 때문에 한약재 판매상도 의약품을 취급하는 도매상인 약업사와, 농산물로 분류된 약재와 생약의 판매상으로 구분된다. 약업사는 의약품을 취급하며 소비자에게 판매하지 못한다. 즉 한약재의 거래처는 한의원, 한방 병원 등이며, ‘관리한약업사’(한약 도매 관리사자격증 소지자 또는 한의대나 약대 졸업자) 면허소지자가 10여개의 약업사를 관리하도록 규정돼 있다.
또한 시설 기준으로는 의약품 도매업체에 대한 시설기준은 2000년 규제완화 차원에서 의약품 도매업소의 창고 면적 기준이 삭제됐으나 ‘개정 약사법’에 의거해 2012년 3월 30일 이후에 설립되는 도매업소는 의약품보관창고의 면적이 264.46㎡(80평) 이상 돼야 허가를 얻게 되며 기존 업소는 2년간의 유예기간을 갖는다.
-영천 약령시의 발달 조건 시장의 형성과 발달의 일반적인 조건으로는 생산지와 소비지 혹은 그 인접해 있으면서 교통이 편리하여 재화의 집산이 용이하고 상업마인드를 가진 유통업자 풀(pool)의 형성을 들 수 있다. 영천에 약령시가 발달할 수 있었던 이유는 시장형성의 조건 즉 한약재 유통시장으로서의 조건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영천시의 경우 관내 뿐만아니라 인접한 경북과 강원도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한약재 생산지이기 때문에 한약재 수급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영천은 예로부터 약초의 보고로 알려진 채약산, 보현산 등을 비롯 한약재 생산지로 알려져 왔다. 특히 보현산은 우리나라 약초·야생화의 보고 일 뿐만 아니라 특산식물이 다양하게 분포돼 자원식물의 보고로 보존가치가 높다. 채약산은 명칭 그대로 ‘약을 캐는 산’으로 불릴 만큼 약초의 종류가 다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원활한 한약재의 집산을 위해서는 한약재의 생산지와 소비지를 연결하는 교통의 편리성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현재와 같이 도로교통이 발달하기 이전에는 중요한 교통수단이 철도교통이었다. 특히 부피가 크고 상대적으로 운송의 비중이 큰 한약재의 수송에 있어서는 철도교통이 차지하는 비중이 클 수 밖에 없었다.
이런 면에서 경부선, 중앙선, 대구선 철도의 요충지인 영천은 매우 유리한 입지조건을 갖추고 있다. 즉 중앙선은 경북과 충북 그리고 강원도에서 생산된 한약재를 수립하고 우리나라 최대 한약재 소비시장인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으로 한약재를 운송하는 간선교통로이며, 대구선은 지역의 최대 한약재 시장인 동시에 영천의 한약방과 한의원의 최대 고객 공급지역인 대구를 직접 연결하는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을 뿐만아니라 우리나라 철도교통의 동맥인 경부선을 연결함으로써 영천한약재 유통의 동맥이 되고 있다.
이런 교통의 요지로서의 장점 외에도 대구 약령시와 달리 저렴하고 넓은 용지 확보가 유리하다. 즉 한약재는 상대적으로 부피가 클뿐만 아니라 원자재를 구입해서 세척, 건조, 절단 그리고 포장에 이르는 1차 가공과정을 거쳐 완제품으로 판매되기 때문에 작업장과 보관창고를 위한 상대적으로 넓은 부지확보가 용이하고 저렴하고 풍부한 노동력 확보가 요구되기 때문에 대구나 서울에 비해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한약재 시장의 존속을 위해서 절대적으로 중요한 요건중 하나가 한약재 판매상의 풀 형성이다. 왜냐하면 한약재 판매상의 경우 일반 공산품이나 농산물 판매상과는 달리 일반적인 판매에 관한 노하우 외에 한약재에 대한 전문지식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영천에서는 일찍부터 중풍, 산부인과 관련 한의원(한약방)이 전국적으로 명성을 얻을 정도로 한의학 관련업이 발달하여 한약재에 대한 기본 수요가 있었고, 이 수요를 충당하기 위한 한약재 수집상이 자체적으로 발달하였다.
뿐만아니라 한의원과 한약방의 견습생으로 일하면서, 도제적 인재양성 시스템의 정착으로 한약재 수집 및 판매의 노하우를 갖춘 인재들이 꾸준히 배출됨으로써 자연스럽게 인재풀을 형성하게 됐다. 특히 영천 한방업계의 최대 호황기였던 1980년대와 1990년대에는 “한약재상을 하면 밥 먹고 사는데는 전혀 문제가 없을 뿐만 아니라 잘하면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소문에 한약재 도매상에 일을 배우러 사람들이 모여들었다고 한다. 이같은 2가지 요인이 시너지효과를 발휘함으로써 영천 한약재 판매업 인력풀 형성의 기반이 됐고, 이런 인력풀이 영천지역이 우리나라 최대 한약재 유통시장으로 성장, 발전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영천약초도매시장약초도매시장은 영천시 도동 한방진흥특구 안에 들어섰다. 총 20억여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연면적 2,470㎡, 건평 1,655㎡의 전국 최대 규모로 지난 2012년 완공했다. 또 이와 연접해 12억여원을 투입한 약용작물제조가공시설을 2014년 완공하고 한약재 GMP(한약재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인증시설을 갖췄다.
도매시장은 약초시장의 투명성 확보 차원에서 개장됐다. 약초도매시장은 지난 1982년 7월 대구에서 전국 처음으로 만들어졌다. 대구 중구 약령시장 내 한의학박물관(지하 1층∼지상 3층) 1층(연면적 1000㎡)에 개장했다.
영천에는 263곳의 농가에서 78㏊에 걸쳐 작약, 시호, 오가피 등 200여 종류의 약용작물을 생산(연간 329t)하고 있다. 또 한약재 판매업체도 126곳이나 있다. 영천에서 거래되는 한약재는 전국 유통량의 30%인 연간 1만5000t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