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입장이 제대로 되어보지 않고서 남을 진정으로 이해한다는 것은 어느 정도까지 가능할까? 우리는 모두 서로 다른 모습과 성격을 가지고 태어났고, 또 여러가지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사람들이라 한데 어울려 사는데 많은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럴 때 남의 입장을 좀더 이해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입장을 먼저 알고 잘 파악하는게 무척 중요하다. 똑같은 상황이라도 그 사람의 처지나 심리적 상황에 따라 어떤 행동이나 말이 약이 되기도 하고 독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내가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 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역지사지(易地思之)란 말이 있다. 예전에 어느 신문에서 읽은 글인데 역지사지의 좋은 예 같아서 간추려 소개해 본다.미국의 한 대학에서 수년 동안이나 학생을 가르쳐온 교수가 도저히 요즘 학생들을 이해할 수가 없어 다시 대학생이 되어보기로 결심하고 안식년을 이용해 1학년에 입학했다. 모든 것을 비밀로 하고 기숙사에 살면서 강의도 듣도 과외활동도 하고 구내식당에서 같이 식사도 하면서.  이해할 수 없는 이유들에는 `수업시간에 발표도 별로 하지 않고`, `책도 미리 읽어오지 않고`, `연구실로 교수를 만나러 오지도 않는다` 등이 있었고 `요즘 애들은 왜 이렇게 가르치기가 힘들고 우리 때와 다른가`라는 고민을 했다고 한다.반면 1학년생이 된 교수님이 드디어 학생들의 심정을 이해한게 있다. 교수 입장에서는 학생들이 수업준비를 제대로 안 해온다고 생각했는데, 학생입장이 돼 보니 여러 교수들이 동시에 내주는 과제를 다 할 시간이 없었고, 특정 강의가 좋아서가 아니라 시간대가 편해서 수강신청 한다는 것도 알게 됐다고 한다. 무엇보다 대학생들은 `시간관리`를 하느라 힘들었으며 교수님은 열심히 공부하였지만 결국 대부분의 과목에서 B학점을 받았을 뿐이라고 한다. 그래서 내린 결론이 `학생으로 사는 것도 만만치 않게 힘들다는 것`이었고, 다시 강단으로 돌아온 교수님은 과제물의 양을 20% 정도 줄였고, 심지어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뭘 먹어도 시간이 없어 그럴 것이라고 이해하게 되었다고 한다.이처럼 남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상대의 입장이 되어보지 않고서는 그 심정을 제대로 이해할 수가 없는 것이다. 남편의 행동이 이상하다고 바가지만 긁을게 아니라 남편의 입장이 돼 이해해야 하듯이 우리 인간관계의 모든 면에서 이것은 교과서다.국내 정치권은 매일같이 티격태격하는데 여당은 야당이 되어봐야 하고, 진보는 보수가 돼봐야 한다. 직장의 상사는 말단 직원의 입장을 알아야 하고, 말단 직원은 상사의 고뇌를 어느 정도는 알아야 하는 것이다. 운전을 할 때는 보행자의 입장이 돼봐야 하고 보행자일때는 운전하는 사람의 입장이 돼봐야 한다. 우리는 재벌의 행태를 욕하지만 정작 본인이든 자식이 그 재벌 회사에 취직하면 기뻐하고 축하해 준다. 백화점 매장에서 갑질하는 진상고객은 종업원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자식이 속을 썩이고 있다면 자식의 입장으로 돌아가서 생각해 볼 일이다. 무엇보다 우리 입에서 나오는 말과 글은 굉장한 힘이 있기에 디스전이 난무하는 사이버 세상에서 악플을 다는 이들에게도 그 상대의 입장이 되어 보라고 권하고 싶다.우리의 하루하루는 남들과의 교감과 접촉, 소통 등으로 이루어진다. 여기에는 화합과 협력의 관계도 있지만 경쟁과 갈등의 관계도 많다. 극한의 경쟁사회에 사는 우리는 이럴때 "내 입장이 되어 보라"고 말하기도 하고 "당신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과연 "나의 입장이 되어 보라"고 할 때 상대방은 얼마나 진심으로 나의 입장이 되려고 할까. 설령 그런 자세가 준비된다고 해도 과연 진정으로 내입장이 되어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 또 내가 이해한다는 `당신의 입장`은 어느 정도나 되는지 정녕 알기가 어렵다.사람은 위,아래뿐 아니라 수평의 서로간에도 만나고 부대끼면서 조금은 양보하고 배려하며 갈등을 좁혀 나가야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다. 우리가 세상 살면서 주변 환경에 의해 스스로 모난 부분을 바닷가 몽돌처럼 깍고 또 깎아내 종내에는 둥글둥글 함께 살아가는 과정을 배우는 것이고 그리하여 세상의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드는 것이다.김영석 영천시장이 새해를 맞아 지난 15일부터 자양을 필두로 읍면동을 찾아 업무보고와 함께 시민들과 소통의 장을 마련하고 있다. 김시장은 이번 방문에서 시정업무 추진방향을 점검하고 다양한 계층의 시민들을 상대로 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계획이다. 임기를 반년 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그동안 주민들과의 약속을 어떻게 마무리 할 것인지를 주민입장이 되어 귀담아 들어 주기를 바란다. 무릇 지도자란 진정으로 남을 이해하고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 나갈때 더 큰 지도자로 거듭날 수 있는 것이다. 역지사지라는 말이 이토록 오랜 생명력을 가지는 것은 그만큼 실천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란걸 기억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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