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의 텃밭인 지역에서 무소속 후보로 출마해 보수 자유한국당 후보를 여유로운 표차로 따돌리고 영천시장에 당선된 최기문 당선인은 기쁨에 앞서 무엇보다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경찰청장으로 15만 경찰조직을 이끌던 그는 이제 인구 10만여의 지방자치단체의 수장으로서 어떤 구상을 가지고 있는지 당선 소감과 함께 향후 4년을 계획하는 시정의 청사진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민선 7기 영천시장으로 당선된 것을 축하드린다. 소감 한 말씀? 먼저, 과거의 타성과 잘못된 관행에서 벗어나 변화에 대한 의지와 열망을 보여주신 시민여러분께 심심한 감사와 함께 축하의 말씀을 드립니다. 무엇보다 한국당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일당독식의 등식을 깨트릴 수 있어서매우 뿌듯하게 생각합니다.경찰청장 퇴임후 잠시 대기업 고문을 거쳐 10년이 넘는 세월을 고향을 위해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고자 노력한 결실을 얻게 되어 개인적으로 보람이 없지 않습니다만, 저의 당선은 왜곡된 정당정치에 대한 풀뿌리민주주의의 승리, 영천시민의 승리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선거를 계기로 이제 지방선거에서는 당의 색깔을 보고 찍을 것이 아니라후보의 자질과 능력을 보고 투표하는 선거문화가 자리잡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선거 기간 동안 힘들었던 일이나,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잘 아시다시피 당조직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무소속후보로서는 오직 발로 뛰면서 후보의 장점을 알리는 방법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탄핵정국에서부터 비롯된 최근의 정치적 상황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아직 읍면지역에서는 한국당 정서가 뿌리깊게 남아 있고, 또 돈선거에 익숙한 유권자들이 남아 있어서 표심에 다가가는 것이 결코 쉽지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의 지지자들 중에도 조직 없이 어떻게 선거를 치르겠냐며 비관적인견해를 내비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만, 조직은 곧 돈과 연결되고, 이는 곧 부정선거를 의미합니다. 결국 저는 돈선거, 조직선거의 유혹을 이겨내고 승리하였습니다. 이 또한 저를선택해주신 영천시민의 쾌거라고 생각합니다.=선거 운동 과정 내내 ‘화합’을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화합’을 이끌어낼 것인지? 선거는 어차피 서로 경쟁을 전제로 하는 것입니다만, 지금 우리의 현실은 선의의 경쟁, 즉 후보의 자질이나 정책을 놓고 벌이는 경쟁이 아니라 당파, 혈연, 지연 등으로 편가르기를 하는 쪽으로 흐르고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장기적으로는 모든 시민이 공감할 수 있는 좋은 정책을 개발하여 이를 투명, 공정하게 추진해 나간다면 우리가 모두 한 배를 타고 있는 같은 시민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시장은 인간적으로도 시민들의 신뢰와 존경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생각합니다. 저를 지지했던 사람이나 반대했던 사람이나 간에 모두 영천시민입니다. 꾸준히 인간적으로 다가가면 반대했던 시민들도 언젠가는 저의 진정성을 알아줄 때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앞으로 영천시장으로서 지역을 이끌어 갈텐데 시정운영 목표와 방향은?함축적으로 말하면 시정의 공공성, 적절성, 투명성, 적극성 등으로 표현할 수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어떤 경우에도 공직과 공공사업이 사익추구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저는 이 점에서 추호도 양보하지 않겠습니다. 또 시정은 적절해야 합니다. 특히 예산을 낭비하는 불필요한 사업을 줄이고 그야말로 시민의 삶을 변화, 향상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시정을 펼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일상적인 행정 뿐만 아니라 영천시가 추진하는 모든 중요 사업은 사전에 시민들에 공개하여 충분히 공감대가 형성된 후에 추진하도록 하겠습니다. 영천의 주인은 공무원이 아니라 시민들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복지부동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아야 합니다. 문제를 피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행정을 펼쳐야 합니다. 공무원 사회도 이제 분명히 변화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시정을 이끌어가는 데 있어, 국회의원과 시의회와의 관계도 굉장히 중요하다. 지역의 발전을 위한 협력방안? 사람들은 내가 마치 국회의원과 큰 갈등이 있는 것처럼 생각합니다만 그런 것은 없습니다. 이만희 의원은 경찰에서 제가 아끼던 후배입니다. 저의 당선 후인사차 찾아오겠다고 했으나, 내가 그의 사무실로 찾아가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되어 가서 만났습니다. 지방자치에서 소속 정당은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오직 지역발전이라는 명제가 중요할 뿐입니다. 그래서 시의회와도 사심을 버리고 오직 시정의 올바른 방향만을 생각한다면 원만한 관계를 이루는데 큰 어려움이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영천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정책은? 시정의 궁극적 목표는 복지, 교육, 문화 등 삶의 질을 높이는데 있습니다. 하지만 경제적 뒷받침이 없으면 이는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무엇보다 인구를 늘려 경제를 활성화 하는 것이 시급합니다. 영천과 같은 중소도시의 인구문제는 단지 인구수의 문제가 아니라 노령화의 문제가 더욱 본질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젊은 인구가 줄어들면서 출생율이 사망율을 따라가지 못하는 게 큰 문제입니다. 그리고 젊은 생산인구가 줄어들면 경제가 점점 더 활기를 잃어가게 마련입니다. 그래서 인구정책의 촛점은 젊은 인구의 유입에 맞추어져야 합니다. 근본적으로 는 기업유치로 청년일자리가 많이 만들어져야 하겠지만, 신혼부부 혹은 청년에 대한 출산과 양육, 주택과 창업 등 다양한 부분에 대한 지원 방법을 찾아내어 인구를 젊게 하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안정적인 농가소득을 확보하는 것도 삶의 질이라는 측면에서 중요합니다. 무엇보다 불요불급한 분야의 예산을 대폭 줄이는 대신에 농업경쟁력의 향상을 위한 예산을 꾸준히 늘려야 합니다. 그래서 농업아카데미를 만들어 지속적으로 새로운 농업기술과 정보를 제공하여야 합니다. 그리고 제값을 받고 팔 수 있도록 농축산물인증제, 직거래, 계약재배, 유통과정 합리화 등을 위해 행정이 발벗고 나서야 합니다. 지역 농축산물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한 좀 더 효율적인 홍보방법도 꾸준히 개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끝으로 영천시민 여러분께 한 말씀? 이번 선거를 통해 저는 민심이 곧 천심이라는 말을 실감했습니다. 변화에 대한 시민들의 열망을 확인하였습니다. 저를 지지해 주신 분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그리고 저를 지지하지 않으신 분들이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이제 축제는 끝났습니다. 모두가 함께 힘을 합쳐 살기좋은 고장, 영천을 만들때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