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시 자양면 보현2리 기룡산 해발 400고지 산자락에 자리한 체류형농업창업지원센터 교육관에서 ‘제5기 농촌에서 살아보기 입교식’을 지난 5월 1일 가졌었다. 어색하게 만난 8명의 참가자들은 각자의 짤막한 소개를 시작으로 앞으로 일어날 재미있는 일들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 채 소중한 인연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구체적으로 농촌생활을 사전에 경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농촌에서 2개월 살아보기 프로그램’은 퇴직 전의 삶이 직장생활을 했든지, 기업체를 운영 했든지, 자영업을 했든지 상관없이 누군가는 한번 씩 꿈꿔온 귀촌귀농을 실현할 수 있는 가교 역할로 충분하지 아니한가? 귀촌귀농 인생의 서막은 그렇게 어색한 만남을 시작으로 프로그램 운영 관계자 및 마을 분들과 어울리며 마치 돌 지난 어린이처럼 모든 것이 새롭고, 모든 것이 생소한, 게다가 두렵기까지 하고, 쉬운 건 손톱만큼도 없는 날들의 연속이었다. 농촌 살아보기 프로그램에 자발적으로 참여한 우리는 자체적으로 선출한 반장(김승배)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서 마을 주민들과 오는 정 가는 정을 나누며 매일 저녁 바쁜 농사일로 피곤함에도 여러 가지 의견을 소통하며 밤을 지새우기도 했다. 물론 막걸리 한잔하면서... 이때까지의 지식보다는 정신적, 육체적으로 쉬운 농사일이 아니었다. 모종심고 약 몇 번 주고 수확시기를 기다렸다가 가을이 되면 거둬들인 농산물을 판매하는... 생각 같은 그런 일들이 아니었다. 기록하지 않으면 기억할 수 없는 일들이 수없이 많았다. 마을 주민 분들의 경험과 지식을 구하지 않고는 할 수 없는 일들이 대부분이었다. 보현2리 마을 이장 (최봉석)께서는 마을 주민과의 이해, 작물들의 파종시기와 물주기, 병충해 예방 방법 등 농사에 대한 많은 조언을 해주셨고, 이런저런 일들로 농촌 살아보기 지원자들은 귀농귀촌에 대한 염려를 조금씩 내려놓을 수 있었다.입소하자마자 숙소 인근 텃밭 한 고랑에 상추와 고추를 심었다. 제대로 자랄 수 있을까? 라는 의구심도 있었지만 우리 모두의 관심과 노력의 결실로 풍성하게 자라 준 상추는 매일 뜯어서 쌈을 싸고, 고추는 너무나 실하게 성장하고 있었다. 또한 보현산수련원 원장(조정숙)께서 300평 밭을 우리 공동체에 무상으로 임대하여 주셨다. 의아했다. 무엇을 믿고... 아마도 5기 참가자 분들의 열정과 서로 배려하면서 생활하는 화목함을 믿고서일 것이다. 먼저, 8명이 모여 무엇을 심을지, 관리는 어떻게 할지 등등 심도 있고 알찬 토론 후, 밭갈이와 고랑을 타면서 비닐을 씌웠고, 재배시기에 맞는 검은콩과 흰콩을 심었는데 아! 이것이 어찌된 일인가? 검은콩은 싹이 돋고 잎이 서너 개씩 올라온다. 그런데 말입니다. 흰콩이 감감무소식이야. 수백 포기에서 단 한 개의 싹도 돋아나지 않으니... 공동체 회원들의 결론은 영천시장에서 직접 구입한 콩의 문제라고 판단하고 김춘기 노인회 자양면분회장께서 주신 콩을 다시 심었다. 그 콩에서 싹이 돋아나는 것을 보고 땅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실감했다. 모두들 행복한 미소가 지어졌다.모든 일들이 서툴고 힘들었다. 부상자도 속출하였다. 벌에 쏘이고, 넘어져서 얼굴에 상처가 나고, 입술이 트고, 체하고 등등... 힘이 든다고 엄살 부리는 서투른 농부들에게 막걸리는 보약 이상이었다. 보현산 자락은 너무 아름답다. 저녁노을에 감동받고 아침햇살에 희망이 꿈틀거린다. 공동체 회원들과 함께여서 더욱 좋았다. 저녁이 되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공동주방에 모인다. 돌아가면서 한 가지씩 음식을 만든다. 같이 음식을 만들어서 맛보고 즐기며 배려하면서 생활해온 2개월은 짧기만 했다.그리고, 농촌생활 틈틈이 영천 여기저기를 탐방했다. 영천은 호국지사의 땅인 것이 분명해 보인다. 임고서원, 임란의병 한천전승전탑, 환구세덕사와 시총, 산남의진의 충효재, 항일투사들을 키운 백학서원 등의 유적지를 탐방하면서, 위기가 닥칠 때마다 온몸으로 나라를 구하기 위한 선열들의 절규가 들리는 듯 의로운 뜻을 다시 한 번 되새겼다.또한, 영천은 면단위로 과일들이 풍부하다. 금호읍과 대창면 포도, 북안면 황금배, 고경면은 삼색감자, 임고면과 북안면은 복숭아, 자두, 화북면과 화남면은 사과, 신녕면은 양파 생산지인데 면마다 기후와 토양 성분의 차이로 각양각색의 과일들이 생산된다고 한다. 매년 10월 하순에 개최하는 가을 먹거리 축제인 영천 과일축제가 있다고 하니, 제철과일주스 만들기 체험과 신선한 과일도 구매하여 맛을 봐야겠다고 다짐해본다.보현2리에 5월 1일부터 귀농귀촌을 꿈꾸며 찾아온 8명의 공동체 식구들은 텃밭을 가꾸고 여러 이웃들과의 만남을 통해 농촌을 이해하고, 보현2리 경로당에서 어르신 20여명을 모시고 한약재 등을 이용한 백숙과 닭고기를 대접하여 어르신들의 고귀한 이야기도 듣는 등, 마을 사람들과의 교류를 통해 귀농귀촌에 대한 희망을 가졌다. 시끌벅적하게 두 달 동안 알콩달콩 살다가 이렇게 헤어질 수 없다는 마음이 있었기에 무상 임대해 주신 밭을 주말 단위로 2명씩 보현2리에 와서 농작물을 가꾸기로 결정하고 이별의 아쉬움을 달랬다. 만약 귀촌을 한다면 영천 자양면 보현마을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꼭 살고 싶어지는 마을이다.운영자이신 전원생활체험학교 조충래 교장, 보현자연수련원 조정숙 원장님과 함께 다양한 영농체험(고추모종심기, 고추대세우기, 제초작업, 작물심기 등), 한약축제 참여, 선배 귀농인댁 방문, 지역탐방, 목공체험, 조청 만들기, 화전놀이, 매실장아찌, 마늘쫑장아찌, 계절김치 담그기, 구들장체험 등 새롭고 바쁜 일정으로 농촌에서 살아보기 프로그램을 소화하고 6월28일 수료식을 가졌다. 2달간의 인연인데도 눈물이 저절로 흐른다. 그 동안 겹겹이 쌓인 정에 흐르는 눈물을 감출 수가 없었다. 교장님과 원장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두 달을 한 지붕 아래 살아온 우리5기 모임은 인간미의 결정체다. 반원들이 건의한 모든 일들을 원만하게 처리하고 차량 노래방을 제공해 주신 김승배 반장님, 분위기 메이커 정천섭 부반장님, 만능 맥가이버 김태완님, 필라테스 권위자 윤지현님, 명랑 활발소녀 홍성숙님, 공주 김영미님, 에너지 충만한 송동훈님, 모든 분들의 인간미 넘치는 배려와 적재적소에 쓸 수 있는 열정과 기술, 넉넉한 인품에 감사드린다. 그리고, 영천시 농업기술센터 농촌지도과 팀장, 김선영 주무관의 참여자에게 관심 가져주심에 감사드리고, 보현산수련원 조정숙 원장님의 자세한 설명을 통하여 김치와 장아찌 등 우리가 직접 체험하고 한가득씩 안고 올 수 있도록 해 주심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운영자 조충래 교장쌤의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최대한 많은 체험을 하도록 여러 곳을 돌아보게 함에 감사드리고, 보현2리 최봉석 이장님의 농사일에 대한 설명과 무료 농기구 대여에도 감사드립니다. 보현2리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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