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 온 지 두 달이 아직 안 되니 아직 집들이 손님이 많다. 고택을 방문한 남편 친구부부들과 경주 관광에 나섰다. 이곳 영천은 경상북도 중심에 위치하니 이곳을 들른 다음 경주나 대구, 포항이나 울산으로 가기 좋을 것 같다.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데 옆자리에 앉은 친구부인이 묻는다. “솔직 말해서…… 시댁쪽으로 오게돼서 좀 싫죠?”“네?” 황당하긴 했지만 이해가 안되는 것이 아니다.친구들과 헤어지고 영천으로 돌아올 때 택시 운전사와 경주 지진에 대해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경주의 지진 상태에 대해 서울쪽 언론의 과장 보도에 대해 억울함을 품고 있는 분이었다. 경주에 있는 고택 지붕의 기왓장 얼마가 손상되었을 정도인데 시청자가 보기에 경주 전체가 뒤집혀 위험하다는 생각을 가질 만큼 보도되었다고 속상해 했다.그 후로 지금까지 학생들의 수학여행이 없단다. 그 택시 기사와 불친절한 어떤 경상도 음식점에 대해서 이야기하게 되었다. “갱상도 사람들이 그렇습니다. 처음부터 잘해 주는 사람들이 어데 있습니까? 지내 봐야죠. 지내 봐서 믿을 만하면 그땐 간이라도 빼 주죠. 네? 배신하면요? 다신 안 봅니다.”위의 말이 경상도 사람들 전부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위와 같은 생각을 가진 분들을 많이 보았다. “처음부터 잘 해 주는 사람 어데 있습니까!”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특별한 관계가 없는 타인의 친절을 한 번도 못 받아본 불행한 사람들이기 쉽다. 이해가 간다. 혈연이거나 친구거나 관계가 없으면 우린 남 이라고 불렀다. 전쟁이 많았던 우리 민족에게 ‘남’은 경계의 대상일 뿐이었다. 그렇다 해도 길을 묻는 타인에게 친절하게 알려주고, 자기 가게에 손님으로 온 사람에게 따뜻한 인사와 서비스를 베푸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우리 인구의 반은 이미 외국 여행을 해 보았으리라고 생각한다. 푸른 눈의, 또는 까무잡잡한 피부의, 외국인이 만면에 미소를 띠며 우리에게 친절을 베풀었을 때 기분이 좋았던 경험은 다 해 보았을 것이다. 그런데 내 나라에서 내 동포에게는 왜 그게 안될까?그리고 믿을 만하다고 해서 간이라도 다 빼 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친한 사람이 한둘인가? 많은 사람과 다정한 관계를 가지는 것이 바람직한 우리의 생활이다. 그들에게 다 빼줄 만큼 내몸에 그렇게 간이 많은가? 그리고 배신하면 무조건 다시 안 보나? 배신도 배신 나름이지, 괜히 삐져서 다시 안 본다고 해서 의리 있는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닌 것 같다. 상대방에게 내가 너무 부담스런 요구를 하지 않았나? 반성도 해 보아야 한다.부담 없고 편안한 관계를 되도록 많이 만들고 싶다. 그러려면 거북하고 힘든 요구를 받을 때 어쩔 수 없지만 거절할 수도 있어야 한다. 여자들은 시댁 쪽으로 가면 속으론 싫은 일도 차마 거절하지 못한다. 그래서 애초부터 시댁을 멀리하려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시댁 한가운데로 풍덩 빠져서 살면서 좋다고 하는 내가 이해되지 않는 것이다.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그 시간은 내 꿈을 이루기 위해서도 바쳐져야 한다. 그러므로 나는 첫번에 거절한다. 시댁 식구(?)들이 서운해 하는 것이 눈에 보인다. 하지만 우린 가끔만 만날 사이다. 나는 내일 책을 읽어야 하고 배추밭에 비료를 뿌려야 하고 다른사람을 만나야 한다. 그 사람과 또 다정한 사이이고 싶다. 그러기 위해 나는 조심스레 나의 에너지를 비축해서 새로운 내일을 만날 힘을 키운다. 안녕, 나의 내일아!(2017년 10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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