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마른 여자(44)방문을 닫고 가려던 모텔주인은 갑자기 생각난 듯, 방안으로 성큼 들어와 나직한 목소리로 깡마른 여자의 어깨를 흔들었다.  “누가 봐도 무작정 상경, 지금 일자리를 구하고 있지?”약간 동요된 표정을 지었지만 정색을 하며 몸을 반쯤 일으켰다. “왜 이러세요? 친척이 이 근방에 살아요. 지친 몸을 추스르면 곧 떠날 겁니다.”모텔주인은 깡마른 여자가 들고 온 가방을 툭툭 치며 확신에 찬 목소리로 기선제압에 들어갔다. “봐, 속까지 들춰보진 않지만 누가 봐도 다니러 온 가방이 아니잖아. 안 그래도 함께 일할 사람을 구하고 있어. 단기간에 돈 벌기엔 이런 데가 최고야. 그렇다고 몸을 파는 것도 아니고 세탁물청소에 대실 정리정돈 정도, 월 이백이면 괜찮지? 아니 특별히 아가씬 월 삼백도 줄 수 있어.”세상물정과 담을 쌓으며 살아온 깡마른 여자였지만 모텔주인의 유혹은 또 다른 저의를 숨기고 있다고 쉽게 느껴졌다. 가급적 자극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호감을 보이는 척 하다가 달아난다는 계획을 세웠다. “알았어요, 지금 급한 건 밀린 잠이니까 내일 아침에 다시 얘기해요.”“그려그려, 세상이 워낙 험해서 어디 돌아다니는 것도 쉽지 않을 거야. 내 같은 사람 먼저 만난 것도 아가씨 복이야. 푹 자. 내일 아침에 보자고.”쏟아지던 잠은 혼자 남겨졌을 때 거짓말처럼 걷혀져 있었다. 그렇다고 질 좋은 휴식을 한 뒤끝이 아니라 뭔가 개운치 않은 근심을 뒤집어 쓴 기분이었다. 가슴이 쿵쾅거리는 두려움이 조가비처럼 달라붙었다. 언제든지 돌아갈 외출이라고 생각하고 목조 가옥에서 되도록 멀리 떠나왔지만, 어쩌면 영원히 돌아가지 못할 수순을 밟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텔에 발을 담그는 그 순간부터 우습지 않게 족쇄가 채워진다는 불안감이 분명하게 구체화되고 있었다.깡마른 여자는 대충 옷매무새를 다듬었고 가방을 옆구리에 단단하게 찼다. 뭔가 한사람의 인생을 여지없이 무너뜨릴 음모를 숨기고도 남음이 있는 모텔에서 달아나기 위해, 소리를 죽이고 문손잡이를 돌렸다. 복도는 적막했고 옅은 조명등은 겨우 자신을 비추기 위해 빛을 발하고 있었다. 깡마른 여자의 달음박질이 시작되었다. 가급적 멀리, 가급적 높이 박차 오르기 위해 복도를 내질러 모텔 현관문을 열었다.  자호천을 내달렸고, 우로지를 넘나들던 솜씨를 유감없이 선보이며 내심 뿌듯한 만족감도 느꼈다. 어느 낯선 서울 한복판이면 어떻고, 길이 있는 곳에 방법도 보장된다고 믿었다. 새벽 아스팔트에서 새겨지는 발자국소리는 멀리까지 퍼져나간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무작정 달리는 것보다 골목으로 빠져 들어가 다른 방법을 모색하고 싶었다. 첫 번째 만난 골목으로 들어갔을 때 사람들은 별로 보이지 않았다. 술주정꾼만비틀대며 골목을 배회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깡마른 여자의 목덜미를 움켜잡은 억센 손길이 있었다. 정확한 목표를 낚아챈 손길은 한 치의 용서도 없이 무자비하게 힘을 전해왔다. “왜 왜, 이러세요?”“네가 모텔에서 도망간 년이지? 이 바닥 룰도 모르고 함부로 도망쳐. 어디 제대로 혼쭐이 나봐야 절대 그런 생각을 안 하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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