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마른 여자(46)깡마른 여자는 이제 ‘깡’밖에 남지 않았다고 몇 번이나 다짐을 했다. 지금 빠져나가지 못하면 자신의 삶이 멈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이 만들어 놓은 울타리 안에서 한 마리 가축처럼 연명한다는 암울한 무게가 여지없이 짓눌렀다. 이 기회를 어떻게든 놓쳐버리면 코뚜레를 꿰어 찬 채로 수동적인 세월을 넘길 것이 분명하기에, 보다 단호해지고 맹렬해져야 한다고 곱씹었다. 삼각자의 뾰족한 부분을 손가락 끝으로 가늠해보았다. 충분히 흉기로서 역할은 넉넉했다. 강한 타격을 전제로 한다면 높고, 빨라야 한다고 자신을 격려했다. 갈고리는 완전히 방심한 채로 깊은 잠에 빠져있었다. 치명타를 입힐 목을 노려보았다. 그래도 자호천과 우로지 둘레를 뛰어다닌 악력으로, 망설임 없이 삼각자를 높이 들어 사정없이 내리 찍었다. 피가 분출되어 솟구치고, 갈고리는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간신히 숨을 쉬고 있었다. 모텔 프론트를 지키고 있던 주인은 황급히 뛰어 나오는 깡마른 여자의 심각성을 어느 정도 짐작했는지 쉽사리 앞을 가로막지 못했다.  피가 튄 앞섶이며 힘줄이 튀어나올 정도로 움켜쥔 삼각자며, 이미 갈 데까지 간 한계치를 말해주고 있었다. 주춤하고 빈틈을 보이고 있는 모텔주인을 향해 프론트에 진열된 작은 화분을 얼굴을 향해 던졌다. 가까스로 피한 모텔주인은 프론트 밑으로 몸을 숨겼다. 순간 어디에서 그런 용기와 힘이 생겼는지 모르지만 한손을 짚고 프론트를 훌쩍 타고 넘었다. 그리고 몸을 웅크리고 있는 모텔주인의 머리를 밟았다. 몇 개의 화분을 던져 마구잡이로 공격했고 마지막에는 제법 큰 화분을 두 손으로 들어, 이미 엉망이 된 얼굴에 결정적으로 가격했다. 얼마 있지 않아 밖으로 나왔다. 서울의 먹이사슬은 이토록 치열해야만 존재한다고 새삼 되새김질 하면서 몇 걸음 못가서 도로 바닥에 쓰러졌다. 다리에 힘이 풀리고 그제야 두려움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갈고리는 죽었을까. 모텔주인은 또 어떻게 되었을까. 그렇게 생각의 꼬리를 물다가 온힘으로 벌떡 일어났다. 여기에서 발각되면 여지없이 감방에 들어간다는 심각성이, 앞으로 나아가게 만들었다. 인근 시장터에 있는 공용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입었다. 하긴 서울 사람들은 남의 일에 별 관심을 두지 않는 좋은 점에 피식 웃음을 배여 물었다.피 묻은 옷은 빈틈이 있는 쓰레기 더미에 쑤셔 박고 밀린 잠은 공원벤치에서 대충 해결했다. 배도 고팠다. 어디에서 이렇게 냉철하고 잔인한 광폭성이 숨어 있었는지 자신도 신기했다. 다시 시장으로 스며들었다. 살인 청부업자처럼 묘한 기분에 젖어있었다. 순댓국에 밥을 말아 씩씩하게 한 그릇을 비웠다. 인근 불량배의 소행일 것 같다며 모텔주인과 종업원이 심정지로 실려 간 기사가 뉴스로 흘러나왔다.  “여기 근방인데.”“안 그래도 주인여자가 괄괄 거리며 돌아다니 더만 기어코 피를 보네.”“순댓국에 국물이나 더 주슈, 먹고 죽는 귀신 때깔 곱다 하잖아.”깡마른 여자는 뭔가 옳은 일을 한 것처럼 자신이 대견했다. 온몸이 저리고 쑤시던 조금 전 건강상태와 달리 순댓국으로 배를 채운 컨디션은 나쁘지 않았다. 고향으로 내려가자는 생각이 두더지 잡기처럼 불쑥불쑥 튀어 올랐지만, 언제 서울 땅을 밟을까 하는 생각 또한 만만찮았다. 그러면서 서울의 상징인 남산타워를 다녀온 뒤 기차를 타도 늦지 않겠다 싶었다. 택시를 잡았다. 여기에서 남산타워가 얼마나 먼지, 개의치 하지 않고 호기 있게 외쳤다.“남산타워 부탁합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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