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한 주는 여름 날씨의 모든 종류를 다 보여 주었다고 할 수 있겠다. 주초에는 지난 주만큼 숨 막히게 더웠다. 그러다가 막 처서(8월 23일)를 넘기자 초가을 날씨같이 맑고 청명해졌다. 그날 휴대폰에 나타난 온도는 영상 25도, 강수 확률 10퍼센트, 종일 아름다운 날씨가 펼쳐졌다.뒷마당 기다란 빨랫줄에 막 세탁을 한 젖은 호청과 마른 속이불을 나란히 널었다. 맑고 깊은 태양열이 이불을 안쪽까지 보송보송하게 말려줄 터이니까. 이제 그 길고도 긴 혹서가 끝나가는 것이다.다음엔 고택인 ‘여려’의 문을 활짝 열고 청소한 후 대청마루 뒷문까지 마저 열었다. 그동안 너무나 더워서 감히 머물러 있을 엄두를 못 내었던 그 대청마루에 편안히 누워 자연의 온갖 소리를 들었다.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왔다. 그 바람엔 습기가 묻어 있지 않았다. 그저 보드랍고 상쾌하게 때마침 핀 코스모스의 연약한 꽃잎을 건드리며 나에게 다가왔다.6월에 뿌린 여섯 가지의 꽃씨 중에서 코스모스와 해바라기만이 그 더운 날씨에도 싹을 틔우고 꽃을 피워내고 있었다. 여름 꽃을 피워 내는 나무가 세 종류 더 마당에 있었다. 봄에 가득 심었던 무궁화가 있었고 묘목을 사 심었던 세 그루의 배롱나무, 그리고 능소화다.능소화는 작년 입택식에 선물로 받았는데 그만 사고로 뿌리 부분 가까운 가지가 뚝 부러졌다. 무성했던 가지와 잎은 곧 시들었지만 흙속에 남아있던 뿌리는 새순, 새잎을 피워 냈고 무럭무럭 자랐던 것인데 그 더운 여름을 이겨내고 첫 꽃을 피운 것이다.이럴 때엔 정말 기쁘다. 새 생명을 품에 안은 느낌이 이럴까? 결혼해서 아이를 잉태하고 품에 안고 키운 다음 결혼으로 떠나보내는 여자의 일생이 ‘빈 둥지 증후군’을 만나서는 허전해진다. 그럴때 새로운 생명이 주위에 만개한다면 얼마나 든든할까. 그 생명은 고양이인 짱똥이이기도 하고 배롱나무이며 장미나무 능소화이기도 하다.이번 무더위가 30여일 계속되었고 앞으로 다시 더워지기도 하겠지만 이제까지와 같은 더위는 더 이상 없을 것 같다.주말이 되자 19호 태풍 ‘솔릭’이 한반도를 향해 북상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 소식과 함께 마당에 있는 감나무, 단풍나무, 뽕나무의 잎새며 가지가 바람에 흔들리기 시작했다.밤이 되자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고 나무들은 밤새 비명을 지르며 몸을 뒤틀었다. 얼마나 기다리던 비였는지, 하지만 거센 바람만큼 비는 많이 내리지 않았다. 다른 지방에 비해 태풍이 조용히 지나간 것에 안도했다.이제 여름이 가을로 건너가는 계절이 되었다. 작년 꼭 이맘 때, 이곳으로 이사 왔다. 이삿짐을 싣고 들어오며 비가림막 아래 진한 색으로 영글어가던 꽉 찬 포도송이들이 시야를 가득 채웠던 것을 기억한다.사과밭도 푸른 색 아오리가 끝나고 붉은 색 홍로와 부사가 좀 더 눈을 즐겁게 해 주는 시간이다. 복숭아? 영천의 대표 작물이지만 이제는 주인의 자리를 다른 과일에게 내 주고 몇 가지 만생종만 나무에 머물러 있다.내년부터 조성하려는 과수원에 갖가지 과일을 심으려는 계획이 잘 진행되면, 그래서 그 과일을 수확하게 되면 잼과 파이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 그래서 과수원 한복판에 만든 소박한 시골 찻집에서 그 파이를 만들어 팔 수 있다면?꿈이 있어 시골 생활이 더 아름다운 수 있다. 한밤중 잠이 깨어 하늘을 올려다보았을 때 처음 그렇게도 무서워하던 별밭에 이젠 올라갈 꿈을 꿀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태어난 곳, 그리고 내가 돌아갈 그곳을 이제는 자연스럽게 대면할 수 있을 것 같다. ‘별에서 온 그대’가 또 하나의 별이 되어 우주로 돌아갈 때까지의 보금자리가 이곳이라고 주저 없이 말하고 싶다. 우리 모두가 우주의 한 별이라고, 별이었고 또 별로 돌아갈 것이라고... ‘귀촌 일기’를 읽어 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2018년 8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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