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장마’라는 말이 일상이 되어버린 올 가을, 농가들이 깊은 시름에 빠져 있다. 맑고 건조해야 할 수확기에 잦은 비가 내리면서 농작물 피해가 나타난다. 지역의 경우 벼 수확이 현재 20%도 채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이는 단순히 한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기후변화가 우리 농업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는 위험 신호다.올해 농가들은 7~8월 이상 고온과 9월 이후 계속된 강우라는 이중고를 겪었다. 벼는 수분 함량이 15% 이하로 건조되어야 수확이 가능한데, 잦은 비로 인해 콤바인 작업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설상가상으로 장기간 일조량 부족은 등숙 불량을 초래했고, 이삭에서 싹이 나는 수발아 현상까지 발생하면서 품질 저하가 우려되고 있다. 농민들이 1년 내내 땀 흘려 가꾼 결실이 예기치 못한 기후 변수 앞에서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지역 주력 농산물인 마늘 역시 상황이 녹록지 않다. 파종이 평년보다 보름 가량 늦어지면서 생육 주기 전체에 차질이 예상된다. 토양 과습으로 인한 습해와 무름병 발생 위험이 높아진 데다, 늦은 파종으로 인한 발근·발아 불량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만생종 사과와 포도 등 과수 작물도 착색 불량과 당도 저하 문제에 직면했으며, 김장철을 앞둔 배추 농가들은 질퍽해진 논밭과 치솟는 인건비라는 이중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이러한 현상은 더 이상 일시적 이상기후로 치부할 수 없는 문제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우리나라의 계절 패턴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봄과 가을은 짧아지고 여름은 길어지며, 집중호우와 가뭄이 극단적으로 나타나는 양상이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과거의 영농 방식과 대응 체계로는 앞으로의 기후 변화에 대처하기 어렵다는 것이 명백하다.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농업 분야의 기후위기 대응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재정비하는 일이다. 먼저 정확한 기상 예측과 조기 경보 시스템을 강화해 농민들이 선제적으로 대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배수 시설 개선, 비가림 시설 확충 등 농업 기반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려야 한다. 특히 영세 농가들이 자력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만큼,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재정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아울러 기후변화에 강한 품종 개발과 재배 기술 보급에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 고온과 과습에 견디는 벼 품종, 파종 시기를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는 작물 재배 기술 등이 현장에 빠르게 보급되고, 농업기술센터를 중심으로 한 기술 지도와 교육도 강화돼야 한다. 또 농작물 재해보험의 실효성 제고도 중요한 과제다. 문제점 있는 현재의 보험 체계에 보장 범위를 확대하고 보험료 부담을 경감해 농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안전망이 돼야 한다. 기후위기는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당장 우리 밥상을 위협하고 있다. 농업은 단순히 경제적 가치를 넘어 삶과 직결되는 문제다. 가을장마로 고통받는 농민들의 절박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종합적이고 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 사회 전체가 힘을 모아 우리 농업의 미래를 지켜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