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마른 여자(50)견적을 내기위해 집수리 기술자와 찾은 목조건물은 눈에 띄게 쪼그라들고 있었다. 불과 몇 시간 만에 저토록 수명을 다한 몰골은 이미 손쓸 수 있는, 수리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다. 그렇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집과 함께 자폭하겠다는 수피아를 위해서라도 몇 개의 기둥으로 생명을 더 연장해주고 싶었다. 기술자는 혀를 내둘렀다. “돈벌이를 위해서 어떻게든 임시방편이 가능하겠다고 하고 싶지만, 도저히 회생불가입니다. 한쪽을 건들면 한쪽이 주저앉을게 뻔해, 텐트보다 못한 형국 앞에서 당장이라도 짐을 빼는 게 정답입니다. 비바람을 흠뻑 뒤집어쓰는 벌판인데다 목재기둥도 곳곳에 벌레로 인해 속이 비기 시작하는, 마지막에 다다랐습니다. 어서 서둘러야 합니다.”창문에서 인기척을 느꼈는지 기술자가 화들짝 놀라며 소리쳤다.“안에 누군가 있네요, 저런, 저런, 나오라고 하세요! 급격하게 쏠림현상으로 집이 무너지기 직전입니다.”서로 맞물려있는 집 구조상 한 번에 폭삭 무너진다는 최악의 상황은 생각하지 않았기에 수피아의 고집을 인정해주고 있었다. 기술자의 한마디 말에 갑자기 두려움이 급격하게 밀려와 출입구로 달려갔다. 오래된 흙먼지와 썩은 나무 부스러기들이 우박처럼 부서져 내렸다. 기술자가 완강한 손아귀로 허리춤을 잡고 더 이상의 행동을 제지했다. 설핏, 유리창 너머로 동그랗게 몸을 말은 수피아가 앉은 자세로 이 상황을 받아들이는, 뜨거움을 보았다. 거역할 수 없는, 동조할 수밖에 없는 뜨거움은 차라리 종교의식처럼 엄숙하고 고결했다. 이번에는 구하려고 들어가려는 기술자를 온몸으로 내가 막아섰다. 집은, 무너져 내렸다. 아니 순식간에 밑바닥처럼 깔렸다. 예전에 집이 있었다고 하기엔, 너무 말끔하게 주저앉아 버렸다. 버티거나, 꺾인 것도 없이 어쩌면 저리도 약속한 것처럼 바닥과 닿아 일제히 널브러져 있는 모양이 평온해 보이기까지 했다. 기술자가, 그녀가 있던 자리를 뒤적거리며 생사여부를 확인하고 있었다. 너무 충격적으로 다가온 이 모습에 다리가 후들거리는 나를 두고, 기술자는 범위를 넓혀가며 뒤졌다. “집안에 누가 있지 않았나요? 내가 잘못 본건가. 아니죠? 분명 누가 있었죠?”수피아가 있었다고 이야기하기엔 흔적도 없이 사라진 상황에 대한 납득이 우선인 것 같았다. 뭐라고 설명하기도 애매해서, 계절을 쫒는 철새를 품은 하늘을 무심코 쳐다봤다. 그렇다고 흔적도 없는 사라진 수피아의 시신을 찾기 위해 야단법석을 떨 순 없었다. 혹시 내가 시내로 나갔을 때, 몇 번 그랬던 것처럼 홀연히 사진 것은 아닐까. 아까 본 환영은 환각 속에 존재하는 허상일 것이다. 그렇다면 기술자의 눈에 보인 수피아는 임종직전에 집이 내뿜는 거친 숨결 같은 것으로 매듭을 짓고 싶다.“아, 집사람이 외출하고 아무도 없었다는 것을 깜빡 했네요. 이제야 외출한다고 했던 것이 생각납니다.”“집지킴인가. 간혹 오래된 집에서 내뿜는 기운이 있어요. 구렁이일수도 있고 한 방울 남은 온기로 사람형체를 어렴풋이 그려내어 혼령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말은 들었어요. 그런데 가구며 살림살이까지 폭삭 주저앉았다는 것이 정말 이해가 가지 않아요.”“거의 간편하게 생활했으니 그럴 수밖에요.” “전화 한번 해보시죠. 혹시나 모르니까.”“집사람은 휴대폰 없이 자유롭게 다니길 좋아하니까, 이런 경우 안부를 물을 방법이 없습니다. 어느 날 찾아오겠죠.”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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