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똥구리(2)곰내재의 위용은 늦가을로 접어들수록 대자연의 구들 목처럼 스산한 기운을 재빨리 빨아들이며 대지(大地)로부터 차오르는 온기를 내뿜어주었다. 활기찬 색상(色常)이 가을로 다녀가면, 그에 준해서 한 겹 양보된 빛바랜 포장이 덧씌워지고 녹진한 겨울을 알리고 있었다. 모두가 순간이동처럼 어제와 오늘이 달랐다. 아무 불평이 없다는 것은 복종과 순응을 전제로 했다. 분지보다는 넓은 둔덕이 곰내재를 향한 이해도가 빠르게 다가왔다. 이전에 누군가 터를 잡고 밭을 갈았지만 혹독한 자연의 변화는 결코 방관되지 않았다. 비를 섞은 소나기만으로 밭고랑이 달갑지 않게 무너졌고 무력감에 하늘을 보면 까마귀 떼가 진종일 날아다녔다. 원혼이 모여드는 징조라 했다. 푸른 들판에는 엉컹퀴가 무시로 자라나서 곳곳에 표창처럼 가시가 난무하고, 발아래로 꿇리기 위해 지근지근 밟으면 성난 황소가 되어 고개를 빳빳이 쳐들기 일쑤였다. 쇠스랑과 곡괭이와 호미로 힘겹게 씨름을 하다보면 벌써 드센 민들레가 와락와락 피어났다. 일궈내면 움푹 패여 종잡을 수 없는 밭농사가 되었다. 포기하고 돌아서서 바라본 곰내재는 본래의 성질을 되찾아 마냥 씩씩해지고 있었다. 인간의 개간과 발전을 스스로 차단하는 뚝심을 곰내재는 이미 알고 있었다. 안개가 잔뜩 쌓인 어느 봄날, 한 마리 야생마가 주린 배를 채웠다. 기름진 풀을 뜯어먹는 자세며, 고개 숙인 꼬리에서 경건하고 엄숙한 영역표시를 하고 있었다. 달고 맛있는 들풀들은 인간과 달리 야생마에게 넉넉한 품을 분명 허락했다. 주둥이를 박고 아랫니와 윗니의 행복한 입놀림은 거역할 수 없는 그들만의 세상이었다. 인간의 발자국을 거부하면서 서슬 퍼런 몸짓을 지키고 싶어 하던 곰내재는 야생마를 만나 사랑을 나누는 연인사이로 발전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한 마리에서 두 마리가 되고 발 빠른 입소문이 야생마를 집결시켰다. 어디서부터 모여드는지, 어떻게 모여드는지 중요하지 않았다. 물과 먹이가 넘쳐나고 일찍이 이곳을 선택하지 못한 자신들의 산만함을 탓할 뿐, 그나마 무리를 지었다는 동조의식은 단단해져 수시로 교미를 붙었다. 곰내제에 확실히 뿌리를 내리고 싶어 하는 간절함이 번식과 번성(繁盛)에 박차를 가하고 싶다는 것이 읽혀졌다. 마을 백성들은 몇 마리보이지 않는 까마귀 떼만으로 제 주인을 찾은 곰내재에 으샤 으샤 기운을 불어주었다. 신기하게도 야생마들은 다른 곳으로 벗어나지 않았다. 어느 집단이던 인솔하는 우두머리가 정해지기 마련이고 힘과 지략 적에서, 몸집에서 우세를 나타낼 때 떠받듦은 계속 되었다. 또 다른 우두머리가 나타 때까지 서열은 존재하며 거스르는 행위는 용납되지 않았다. 햇살과 바람과 안개와 새소리는 온전히 우두머리가 먼저 누려야 할 특권이고 부드러운 들판의 먹이는 넘볼 수 없는 권한이었다. 어디에서 맛있는 풀이 계절마다 자라는지 모두들 알고 있었지만 우두머리의 움직임에 맞춰 순번이 정해졌다. 마을에서 낮은 담 너머에 곰내재 둔덕이 보였고 뒤꿈치를 들면 선명해진 야생마 무리가 역동적인 활력을 불러일으켰다. 수컷들의 성기는 나무랄 데 없고 그에 순종하는 암컷들의 성기는 최상인 것처럼 보였다. 우두머리의 잔치가 끝날 때쯤 뒤에서 망설이고 있던 몇 마리의 수컷이 푸르르 용트림을 하듯 암컷을 찾아 돌진했다. 기회를 허락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던 암컷은 곧은 자세로 수컷의 욕정을 몸으로 받아냈다. 그 어우러짐은 뜨겁고 강렬했다. 광경을 목도(目睹)하던 마을 백성의 사내들은 아낙네를 이끌고 방문을 잠그고, 여지없이 아이들은 숨바꼭질 할 또래를 찾아 동구 밖으로 나갔다. 그렇게 태어났다는 것에 아이들은 불만이 없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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