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를 반년 앞둔 지금, 선거판은 온갖 소문으로 들끓고 있습니다. “누가 과반을 넘겼다더라”, “누구는 한 자릿수에 그쳤다더라.” 비공표 여론조사 결과라는 이 소문들의 진위는 확인할 길이 없습니다. 실제 조사 결과인지, 특정 후보 진영이 흘린 가짜 정보인지 알 수도 없습니다. 비공표 여론조사라는 이름으로 관리의 사각지대에 방치된 채 유권자의 판단을 흐리고 있을 뿐입니다.비공표 여론조사의 민낯은 참담합니다. 본래 취지는 후보자가 자신의 현 위치를 파악하고 선거 전략을 수립하는 참고 자료죠. 그러나 현실은 유권자를 기만하는 도구로 변질됐고, 선거의 공정성을 해치는 주범이 됐습니다.가장 큰 문제는 검증 불가능성입니다. 공표 여론조사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조사 기관, 의뢰인, 질문 내용, 표본 설계까지 모두 등록해야 합니다. 결과 공표 후에는 누구나 그 타당성을 검증할 수 있습니다. 반면 비공표 조사는 신고 의무가 없어요. 누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조사했는지 알 수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떠도는 소문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습니까.현장에서 목격한 비공표 여론조사의 악용 사례는 셀 수 없이 많습니다. 인지도가 낮은 후보가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위해 “다음 중 아는 후보는 누구입니까”라는 질문으로 반복 노출을 시도합니다. 더한 경우, “A후보가 과거 ○○ 비리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있는데, 이를 알고 계십니까”라는 식의 유도 질문으로 상대 후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심습니다. 조사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네거티브 선거운동인 셈입니다.명태균 사건은 비공표 여론조사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줬습니다. 여론조사를 조작해 특정 후보에게 유리한 결과를 만들어내고, 이를 공천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도구로 활용했지요. 비공표라는 베일 뒤에 숨어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든 것입니다. 지방선거를 앞둔 지금 비슷한 일들이 반복되고 있습니다.물론 여론조사 자체에도 한계는 있습니다. 많은 유권자의 의견을 1천 명 남짓한 표본으로 대변할 수 있느냐는 근본적 의문이 있습니다. 60대가 30대로 속여 응답하거나, 한 사람이 여러 번 참여하는 등 시스템적 허점도 분명합니다. 여론조사 결과가 밴드왜건 효과를 일으켜 유권자의 자율적 판단을 방해한다는 비판도 타당합니다.그러나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여론조사는 여전히 유효한 도구입니다. 특정 시점의 민심을 수치화해 보여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더 큰 문제는 조사 자체가 아니라 이를 악용하는 행태입니다. 특히 비공표 여론조사는 관리 사각지대에 방치되면서 가장 위험한 무기가 돼버렸습니다.해법은 비공표 여론조사도 신고를 의무화해야 합니다. 결과를 공표하지 않더라도 조사 기관, 의뢰인, 조사 시기, 표본 구성, 질문 내용은 선관위에 등록하게 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편향적 질문이나 부적절한 조사 방법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습니다. 또한 허위 여론조사 결과를 유포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엄중한 처벌이 뒤따라야 합니다.일각에서는 과도한 규제라고 반발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입니다. 과정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라면 제약은 감수해야 합니다. 공표 여론조사에 엄격한 규제를 적용하면서 비공표 조사는 방치하는 것이야말로 형평성에 어긋납니다.6내년 지방선거까지 6개월, 앞으로 여론조사는 더욱 많아질 것입니다. 영천뿐 아니라 각지에서 비슷한 소문이 난무할 것입니다. 지금 제도를 정비하지 않으면 선거는 진실이 아닌 소문으로, 정책이 아닌 조작된 수치로 치러질 수 있습니다.여론조사는 민심을 비추는 거울이어야 합니다. 왜곡된 거울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투명한 거울 말이죠. 비공표 여론조사를 법적 테두리 안으로 끌어들여 관리할 때, 비로소 여론조사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신뢰 위에서 유권자는 올바른 선택을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