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똥구리(4)열심히 구슬 모양으로 굴리던 똥 덩어리가 어쩌다 멧돼지 발자국에 눌린, 움푹진 곳에서 휘청 거렸다. 간신히 중심을 잡는 듯 했으나 생각보다 큰 힘의 반동(反動)으로, 말똥구리는 빠져나가는 방향을 잃고 언덕 아래로 굴렀다. 야금야금 물살에 침식된 언덕바지는 가팔랐고 매끄러웠다. 곧바로 북천(北川)이 완만하게 흐르고 있었지만 여지없이 말똥구리와 정성껏 굴린 똥 덩어리를 삼켰다. 끝을 모르는 물살은 얕았지만 호락호락하게 곁을 내주지 않았다. 설란은 강기슭에서 멱을 감았다. 사람들의 눈을 피할 수 있는 최적지로 낙점된 이곳은 샘이 솟아났고 온천수처럼 온기를 배분해주고 있었다. 그렇다고 천(川) 전체에 영향을 끼칠 온기는 아니었지만, 그 주변은 적당히 따듯했다. 설란의 꽉 찬 몸매를 씻어주고 유지해주기엔 안성맞춤이었다. 경계(境界)로, 주변을 살피다가 물살에 휩쓸린 말똥구리를 목격했다. 그다지 마을백성이 떠받드는 우상을 향한 절박함과는 한발 멀었기에 멀뚱한 위치에서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다가 구슬 모양의 똥 덩어리가 어떻게 통통통 물살을 타고 설란 쪽으로 흘러왔다. 순간 손으로 낚아챘다. 악력에 힘을 싣지 않고 가볍게 손 그물을 오므린, 똥 덩어리에 대한 배려 덕분에 형체가 살아있는 구슬 모양을 쥐여들었다. 스스로 쾌재(快哉)를 불렀다. 천의 들머리로 옮겨주며 또 다른 말똥구리의 등장을 소원했다. 북천의 햇살은 유난히 또렷했다. 북천이라는 슬픈 이름에 항거하는 햇살은 오시(五時)에 접어든 이 무렵을 살찌우고, 설혹 독식하려는 자연이 있다면 그곳을 향한 선망을 넘겨주면 족하였다. 설란은 마을 백성의 한사람이었고 직위도 없는 천한 신분이었다. 다만 여느 또래와 다른 점은 야망을 가진 십팔 세 처자(處子)였다.이곳저곳을 세밀하게 씻다가 들머리에 올려둔 똥 덩어리에 눈길이 멎었다. 똥의 소중함을 들려주던 할머니는 다짐하듯 특히 말똥의 이점(利點)을 주지시켜주었다. 땅에 영양분을 공급해 생육을 돕는 거름으로 활용되며 몸에 문지르면 피부에 도움이 되고, 소나 돼지 똥과 달리 성질이 순해 다양한 작물에 이롭다. 여름철 더위를 피하기 위해 말똥을 말려 끓인 마분차(馬糞茶)를 마시기도 했다니 이 얼마나 칭찬 받을 만한가. 설란은 얼른 똥 덩어리를 집어 들어 곳곳을 문질렀다. 처음엔 몸이 겉돌면서 거부반응을 일으켰지만 곧 적응되어 덕지덕지 묻혀진, 한 몸이 되었다. 공교롭게도 미시(未時)를 넘긴 햇살조차도 수그러들지 않았다. 샘물에서 솟아나는 온천수는 정교한 북천의 사계(四季)를 쿨럭이게 만들고, 아직 여물지 않은 겨울 문지방에서 철따라 나는 새들이 비상(飛翔)했다. 녹진한 하나의 풍경 속 구성원으로 지금, 설란은 가슴이 눌린 채 엎드렸다. 허연 엉덩이가 하늘을 보았다. 철새들은 기억하게 될까. 한 번도 허락하지 않는 처자의 엉덩이가 마구잡이로 드러났다는 그 사실은, 거친 비바람을 타고 바다를 넘을 때 날갯죽지를 지탱하는 원천이 되라는 명령이라고 해석해도 좋다. 어찌되었건 설란은 말끔하게 피부를 점령했던 말똥을 씻어내었다. 말똥구리가 질식사한 물살을 타고, 몸에 붙은 말똥잔재를 흘러 보냈고 왠지 기분이 좋은 채로 일어섰을 때 강바닥을 훑던 송사리들이 일제히 흩어졌다. 말똥으로 너나없이 포식하고 있었다는 것이 저려오도록 선명해졌다. 물 밖에서, 옷을 입으며 알몸으로 다녀간 북천의 물살이 사방십리 숨 가쁘게 꽃단장으로 노을을 불러 모으고 있었다. 까치발을 들고 해거름을 준비하는 저마다 굴뚝에서 뭉쳐진 연기가 피어올랐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