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되면 화려한 실적에 웃음 짓는 경영진도 봤고, 부도 위기에 몰린 공장 앞에서 눈물 흘리는 노동자들도 만났습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가장 마음이 무겁고 분노가 차오르는 것은, 기업이 지역사회와 노동자, 소비자를 ‘이윤의 도구’로만 여기는 작태를 목격할 때입니다.쿠팡 물류센터에서 올해만 8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습니다. 과로사 논란이 일 때마다 회사는 침묵으로 일관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최악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까지 터졌습니다. 이쯤 되면 단순한 실수나 관리 소홀의 문제가 아닌거죠. 기업의 근본적인 철학과 가치관이 잘못됐다는 방증입니다.쿠팡이 벤치마킹했다는 아마존은 기후변화 대응을 핵심 전략으로 내세우며 ESG 경영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물론 아마존 역시 노동 문제에서 자유롭지는 못합니다. 창고 노동자들의 높은 부상률과 노조 탄압, AI 기반 감시 시스템 등 비판받을 지점이 많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기후와 인권, 노동 이슈를 이사회 안건으로 다루고 연례보고서를 통해 공개합니다. 투명성과 책임성을 담보하는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는 갖춘 셈이죠.반면 쿠팡은 어떻습니까. 정치권 로비에나 열을 올리고, 논란이 터지면 사후 수습에만 급급합니다. 사람의 생명과 직결된 안전관리, 개인정보 보호 같은 본질은 뒷전입니다. 이윤에 눈이 어두워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실종됐습니다. 소비자의 편의를 볼모로 한 ‘위험기업’으로 전락했습니다.이런 문제는 대기업만이 아닙니다. 시선을 우리 지역으로 돌려볼까요. 대부분이 중소 제조업체인 지역 기업들이 늘 어려운 환경 속에 있다는 걸 잘 압니다. 인력난, 자금난에 하루하루가 생존을 위한 전쟁이라는 것도 이해합니다.그럼에도 ESG 경영을 실천하며 지역과 함께 성장하려는 ‘착한 기업’이 있는 반면, 평소에는 물론 찬바람 부는 겨울이 와도 장학금 한 푼, 성금 한 푼 내지 않는 기업도 있습니다. 직원들의 봉사활동은커녕 지역사회에 소통 자체를 외면하는 것이죠.더 심각한 경우는 지난 8월 한 공장에서 폭발과 화재사고가 생겨 주변 수많은 사업장에 피해를 입혔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유해화학물질이 유출돼 곧 문화재 지정을 앞둔 청제로 흘러들었습니다.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했고, 오염된 물을 정화하고 청제와 수로를 원상복구하는 데 백억 원이 넘는 비용이 든다는 추산이 나왔습니다.그런데 해당 기업의 태도는 지극히 모자란 사회적 책임의식에 소극적인 대처로 일관한 문제해결 능력 부재였습니다. 지역사회에서 경영은 했으돼, 지역민에 대한 보답은커녕 씻을 수 없는 상처만 남겼습니다.ESG 경영이 화두가 된 지 오래입니다. 이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환경을 고려하고, 노동자를 존중하며, 투명한 지배구조를 갖춰야 기업도 지속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이윤만 앞세우고 사회적 책임을 외면하는 기업은 결국 소비자와 지역사회로부터 버림받게 됩니다.기업은 지역사회의 일원입니다. 세금 감면 혜택을 받고, 지역 인프라를 활용하며, 지역민을 고용해 성장합니다. 그렇다면 당연히 그에 상응하는 책임도 져야 합니다. 노동자의 안전을 지키고, 환경을 보호하며, 이익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것. 이것이 기업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도리인 것이죠.더는 용납할 수 없습니다. 사람이 죽어나가도 침묵하는 기업, 환경을 파괴하고도 뻔뻔한 기업, 지역사회에 아무런 기여도 하지 않는 기업. 이런 기업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도대체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라고.만약 이 질문에 답할 수 없다면, 그런 기업은 영천을 떠나는 게 맞습니다. 우리 지역은 이제 ‘착한 기업’, ‘함께 가는 기업’만을 환영하겠습니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는 기업에게 더 자리를 내어줄 수가 없습니다. 기업도 변해야 살아 남습니다. 이것이 2025년 대한민국에서 기업이 마주한 냉엄한 현실이라는 점을 알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