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똥구리(5)설란은 저 너머를 동경했다. 골짜기를 타고 넘나들 수 있는 다른 세상의 동경은 약초꾼으로 시작되었다. 천연 방어막인 보현산을 첩첩요새로 다른 세상과 단절된 채, 먼 조상 때부터 두마국의 국운(國運)이 이어져 내려왔다. 듣고, 보고, 아는 것은 오직 두마국에서 얻는 소문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골짜기를 타고 바깥으로 나간다고 생각하거나, 행동에 옮기는 그런 따위는 나라의 존립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반역으로 간주되어 능지처참 되었다. 마을 백성들이 보는 앞에서 대역죄로 몰려 극형을 당하곤 했다. 죄인을 죽인 뒤 시신의 머리와, 몸과, 팔과, 다리를 토막 쳐서 각 마을입구에 대나무 장대로 높게 내걸어 두었다. 그것은 확실한 일갈이었다. 나라밖으로 나갈 생각은 아예 싹수마저 잘라야 했다. 그렇지만 언제까지나 고인 물로 놔두지 않는 것이 세상의 이치였다. 조금씩 물샐 틈이 생겨나고 튼튼하다고 생각하는 둑이 터지게 마련이었다. 저 너머에 살던 약초꾼들이 하나둘 보현산을 뒤지다가 자칫 길을 잃어버린 몇몇은 두마국으로 발걸음을 옮기게 되었다. 바깥에서 왔다는 것만으로 그들을 마을 백성들은 숨겨주었다. 틀림없이 두마국의 법령(法領)으로 이 또한 능지처참 당할 것은 당연지사이기 때문이었다. 그만큼 바깥 세상사에 목말라 있었고, 무언가 위험하지만 그만한 값어치 된다는 계산속에서 숨겨주었던 것 같았다. 남루하고 무지몽매한 자신들의 처지를 향한 아우성이고 반란으로 간주해도 무방했다. 귀와 눈과 입이 트이고 싶었다. 언제까지나 무지렁이로 살 수 없다는 드센 소용돌이며 깃발이었다. 약초꾼의 말을 빌리자면 고구려, 백제, 신라라는 세 나라가 세상을 지배하며 서로에게 으르렁 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두마국의 마을백성으로 누구보다 큰 땅 덩어리에 호의호식한다는 합하(閤下)의 통치는 무엇인가. 무릇 바깥의 기류는 하잘 것 없는 두마국의 존재로 치부해 웃음거리로 변모했다는 것이다. 신라 안에 작은 마을로 간주하여 어리광부리는 어린애쯤으로 두고 본다는 식의, 하찮게 대접을 받고 있었다. 이틀이면 약초꾼을 숨겨준 소문이 퍼져나갈 것을 우려해 하룻밤을 재워주고 꼭두새벽에 보현산으로 올려 보내야 했다. 산길은 없지만 첫발을 떼는 순간부터 길이 되는 약초꾼들의 능력을 멀리서 지켜보며 언젠가 더 넓은 바깥을 저마다 가슴에 심어두었다. 곧 일상에 채이고 부딪기면서 동경한 바깥은 뒷전이 되고 말았다. 먹거리부터 해결해야할 따글따글한 현실이 차라리 고마웠다. 그렇고 그런 바깥은 사치이고 세월낭비일 뿐이었다. 끼 때를 간신히 넘기면 다음 끼 때는 그때 가서 고민해야할 고민거리로 미루어 두었다. 그러나 설란만큼은 바깥의 꿈을 쉽게 놓지 않았다. 마을군사가 입구를 지키고 있는 골짜기보다 언젠가 마주치게 될 약초꾼을 따라나선다는 계획을 세웠다. 혼자서 길을 나서게 되면 백팔백중으로 산짐승의 먹이가 되는 것은 자명하기에 이제 단단한 결심이 된 지금, 행동에 옮길 기회를 찾고 있었다. 가족들에게도 쉽게 털어놓지 못하는 비밀을 가슴속에 여미면서 몇 날을 보냈을까. 밤새 헤매다가 간신히 내려온 약초꾼이 뒷집 돼지우리 구석에 선잠을 때우고 있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둘도 없는 기회가 찾아왔다. 생면부지의 약초꾼을 따라나선다는 생각에 서둘러 괴나리봇짐을 옆구리에 차고 뒷집 돼지우리에 몸을 낮추어 접근했다. 가급적 천한 약초꾼이었지만 더 높은 신분으로 불러주고 싶었다. “나으리, 동이 트면 마을군사들이 들이닥칩니다. 피하셔야 합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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