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똥구리(6)“그러는 너는 누구냐?” “설란이라 하옵니다. 항상 보현산 너머를 동경했기에, 나으리 걸음에 얹혀 벗어날까 하는 절실한 심정에서 무례를 무릅썼습니다.”새벽잠이 없는 돼지들이 머리를 박고 목이 쉰 목소리를 따고 있었다. 다행히 인간을 먹이로 여기지 않았는지 자신들의 좁은 둘레에서 거리를 좁혀 북적되었다. “나는 약초꾼 상선이다. 내 걸음에는 곳곳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데 그래도 따라나설 용기가 생기는가?”“이곳만 벗어난다면 어떤 손실도 각오하겠습니다.”“나는 나이는 들었지만 여태 떡거머리 총각이다. 처녀도 잃을 각오가 되었다면 너를 밖으로 내보내줄 약속을 하마.”상선은 돼지우리에 구겨 박혀 있던 상체를 일으켰다. 생각했던 거보다 단단한 골격을 가지고 있었다. 동이 트기 전에 서두르는 걸음은 빨랐다. 설란도 뒤처지지 않는 걸음으로 그림자처럼 따라 붙었다. 보현산 초입에서 이슬로 목을 축인 상선이 아침 햇살로 치장(治粧)한 얼굴을 들어 비로소 설란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너에게 두마국은 무엇이냐?”“처음이고 끝입니다. 중간 세월은 밖으로 나가고 싶은 답답한 곳이기도 하고요.”“언젠가 돌아오는 여지를 남겼구나. 그렇다면 한번 그 자리에서 돌아봐라.” 여지없이 곰내재가 앞당겨 눈에 들어왔다. 설란이 돌아본 두마국은 우물 안 개구리마냥 폐쇄되었지만, 끝없이 뻗어나갈 잠재적인 요소는 가득하다고 생각되어졌다. 남천에서 흘러나오는 샘물을 막아 붉은 소금밭을 개간하는 그것이 시작이었다. 낙차가 크게 비탈을 깎고 다듬어, 꼭대기 진흙을 보탠 토질이 홍염(紅鹽)으로 바뀌고 다량염전의 제구실을 하게 만들어 놓았다. 보현산줄기의 협곡을 차고 넘치는 물줄기에서 멀고도 험난한 공사였지만 마을백성들은 하나같이 일손을 보탠 성과였다. 아침 기운을 받은 야생마와 그 뒤를 타고 흐르는, 도도한 홍염을 생산하는 비탈진 층계마저 뒤로 한다고 생각하니 슬픔이 복받쳤다. 그렇지만 설란이 꿈꾸는 세상과 비등해지지 못하고, 너무 좁으면서 울타리에 막히는 한계를 매번 느꼈다. 비탈 논에 가둔 염수를 짜내기 위해 발로 다지고 다질 때 진흙을 뚫고 나오는 짠 내의 외침은 붉은 거품이 되었다. 하나의 고드름처럼 모습을 드러내는가 하더니 이내 묵직한 소금은 고달픈 현실을 가감 없이 무게로 안겨주었다. 아무도 처연하리만큼 반복되는 일상의 어깨에 걸친 설란의 삶을 주목하지 않았다. 홍염처럼 소금더미로 하얗게 그리고 붉게 변하고 말 자신의 미래는 아득하고 징글징글했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싶지 않을 생산적인 작업이었지만 정작 자신을 떼놓고 가장 엄격하게 생각하다보면 결론은 남은 창창한 세월이 욱신욱신 거려왔다. 다시 뒤를 돌았다. 확실한 결정을 기다리는 상선이 보였다. “결정했는가?”“네.”“나도 손해 보는 장사가 되기 싫어 그러는데, 바깥세상에 가서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지금 옷고름을 풀 수 있겠나?” 보현산 꼭대기를 한번 목을 젖혀 쳐다보고 설란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쉽게 결정하지 않은 비장한 표정을 보여주고 싶었다. 상선은 급해졌는지 평평하고 고른 땅을 빠른 걸음으로 찾아 손짓으로 설란을 불렀다. 그곳이 최적이라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어느새 알몸뚱이로 맞이하고 있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