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병법은 싸우지 않고 이기는 지혜의 책입니다. 책은 “싸워 이기는 것이 최선이 아니라 싸우지 않고 적을 굴복시키는 것이 최선”이라 했습니다. 영천시와 시의회가 52억여 원 증액 예산을 둘러싸고 정면충돌하는 지금, 이 고전의 지혜가 떠오릅니다. 이 책의 첫 장에는 전쟁을 시작하기 전 반드시 살펴야 할 다섯 가지 요소, 즉 도천지장법을 제시합니다. 道는 백성과 지도자의 뜻이 하나 되는 것이고, 天은 시기와 상황을 읽는 것이며, 地는 현실적 여건과 한계를 파악하는 것이고, 將은 지도자의 덕목이며, 法은 제도와 원칙입니다. 이 다섯 가지가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싸울 수 있다는 가르침입니다.지금의 갈등을 이 관점에서 한번 볼까요. 먼저 道, 즉 근본 목적은 무엇인가. 시장은 “정책과 예산은 시민의 삶을 지키는 수단”이라 했고, 의회는 주민 생활 직결 현안을 위해 증액을 결정했다 합니다. 시민의 더 나은 삶과 안전이라는 공통의 목표, 즉 도 앞에서 양측은 이미 같은 편입니다.天은 때의 적절함으로, 지금은 2026년 예산안을 확정해야 하는 시급한 시점입니다. 재의요구로 시간을 끌면 주민들은 마냥 기다려야 합니다. 지금은 대립할 때가 아니라 신속히 합의점을 찾아야 할 때입니다.地는 현실적 여건으로, 시가 지적한 대로 재원 대책과 행정절차가 미비하다면 문제고, 예산이 이월되거나 불용되면 그것 또한 시민에게 손해입니다. 반면 의회가 상임위와 예결특위를 거쳐 심의한 사업들은 현장의 절박함을 반영한 것입니다. 양측이 함께 현장에 가서 주민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야 합니다.將은 지도자의 자질로 지혜와 신뢰, 인자함, 용기, 엄정함입니다. 최기문 시장과 김선태 의장 모두 지역을 이끄는 將입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옳고 그름을 가리는 용기가 아니라,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는 지혜와 인자함일 것입니다. 시장에게는 의회가 왜 증액을 요구했는지 헤아리는 신뢰가 필요하고, 의장에게는 집행기관의 현실적 고민을 존중하는 엄정함이 필요해 보입니다.法은 제도와 원칙으로 지방자치법 제142조는 시장의 동의를 규정하고 있고, 의회의 심의·의결권 역시 법이 보장한 권한입니다. 하지만 法의 진정한 의미는 조문 해석이 아니라 그 정신에 있습니다. 이 법의 근본 취지는 견제와 균형을 통해 시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죠. 손자병법은 또한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 합니다.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김’이 아니라 ‘불태’, 즉 ‘위태롭지 않다’는 표현으로 승리보다 위기를 피하는 것을 더 중시했습니다.영천시는 의회의 증액 결정이 주민의 절박한 요청임을 이해하고, 의회 역시 예산 편성권자가 집행 가능성을 따지는 것은 무책임한 반대가 아니라 실질적 성과를 위한 고민임을 인정해야 합니다.지피지기의 진정한 의미는 상대를 적으로 보지 않습니다. 시와 의회는 적이 아니라 협력하는 사이입니다. 의회는 주민의 필요를 의제화했고, 시는 집행의 현실성을 점검합니다. 이 두 가지가 잘 버무려질 때 비로소 제대로 된 해법이 나옵니다. 서로를 이해하고 위기를 함께 피해가겠다는 의지가 필요합니다.지금 필요한 것은 재의요구가 아니라 대화와 타협입니다. 52억 원 전체를 놓고 대립할 것이 아니라, 시급한 사업부터 우선순위를 정하고, 재원 마련 방안을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올해 당장 집행 가능한 사업과 내년으로 미뤄도 되는 사업을 구분하고, 행정절차가 미비한 부분은 신속히 보완하면 됩니다.이 책의 마지막 가르침은 최상의 전략은 적의 계략을 꺾는 것이고, 그다음은 외교로 해결하는 것이며, 그다음이 전투이고, 최악은 성을 공격하는 것입니다. 영천시와 의회는 지금 최악의 선택인 ‘공성’, 즉 법정 다툼을 향합니다. 아닙니다. 대화 테이블로 돌아와 지혜로운 해법을 함께 찾아야 합니다. 상생과 협치의 길로 나아가길 간곡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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