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청제비는 돼지우리에 주석 자물쇠인가?”이 짧은 물음은 풍자가 아니라 절규에 가깝다. 국보로 지정된 영천 청제비의 내년도 관련 예산이 ‘0원’으로 확정되었다는 소식은 문화행정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천년의 역사와 의미를 지닌 문화유산이 행정의 숫자 놀음 속에서 손쉽게 잊혀졌다는 사실은 놀라움보다 허탈함을 안긴다.청제비는 단순한 돌기둥이 아니다. 그것은 통일신라 이전, 지방 행정과 법제의 기틀이 세워지던 시대의 생생한 기록이다. 국보라는 이름은 그 가치를 인정한 결과이지만, 이름만 남은 채 관리와 관심이 사라졌다면 그것은 ‘명목상의 국보’에 불과하다. 국보는 지정 순간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보존과 해석의 노력 속에서 비로소 살아 있는 문화유산으로 남는다.예산은 곧 관심의 척도다. 숫자가 사라질 때, 관심도 사라진다. ‘돼지우리에 주석 자물쇠’라는 표현은 바로 그 불균형을 꼬집는다. 아무리 귀한 자물쇠라 한들 하찮은 문에 걸어두면 의미를 잃는다. 국보를 지키겠다고 선언하면서 실제로는 외면하는 행정의 모순을 이보다 더 뼈아프게 표현할 수 있을까?청제비를 지킨다는 것은 단지 돌을 보존하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지역의 정체성과 기억을 이어가는 일이다.문화재 예산을 확보하는 것은 낭비가 아니라 역사에 대한 예의이자 미래 세대에 대한 책임이다. 천년의 글자는 오늘을 견디지만, 행정의 무관심은 단 한 해의 예산 삭감으로도 그 유산의 숨결을 끊어낼 수 있다. 다시 물어야 한다.“국보 청제비는 돼지우리에 주석 자물쇠인가?”그 대답은, 우리가 내년 예산서 한 줄에 어떤 마음을 담느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