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똥구리(7)염전이 끝나고 소금을 내친 바닥에는 짠 내가 물씬 남아있어 그곳을 터전삼아, 보라는 듯이 싹을 틔우는 식물을 설란은 알고 있었다. 무심히 넘기는 마을백성들에 비해 갈아서 소금대용으로 쓴다든지 짭잘한 맛으로 음식의 간을 맞추는 데 활용을 했다. 약간은 장돌뱅이처럼 성깔이 있게 생긴 퉁퉁마디는 계절이 다가올수록 적갈색으로 변해 어느 식물도 근접할 수 없는 염분을 품고 솟아났다. 매번 소금을 소금창고에 나를 때마다 눈에 밟히는 동병상련으로 퉁퉁마디에게 눈길이 가곤했다.평평한 곳에 자리를 잡아, 금방이라도 휘몰아치는 상선의 알몸을 향해 걸어갔다. 어른 남자의 알몸은 처음 접했지만 그다지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 이미 퉁퉁마디와 감정이입이 되었고 하나의 꿈을 향한 수순이라 받아들이면서, 설란도 옷을 벗었다. 목덜미가 파르라니 떨려왔고 젖꼭지가 불퉁 솟아났다. 옷을 벗으며 멈춘 발걸음에서, 언제 터뜨릴지 모를 이슬방울이 곳곳에 맺혀드는 것을 온몸으로 체감했다. 무엇일까. 수컷의 살점과 암컷의 살점이 맞닥뜨리기 전 맞이하는 성화불 같은 것일까. 하체에 힘이 빠졌다. 차라리 다리를 접고 눌러앉아, 다가가기보다 퉁퉁마디처럼 뿌리를 박고 갈림길 앞에선 암컷으로 남아있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곰내재에서 매번 다가가는 것은 말뚝 닮은 우람한 성기의 수컷 말의 행동을 떠올리며, 앉아 기다렸다. 얼마 떨어지지 않는 곳에서 펼쳐지는 설란의 유혹을 지켜보던 상선은 야생마처럼 포효했다. 그리고 득달같이 허벅지를 타고 지탱하는 성기를 필두로 용맹하게 몸을 날려 왔다. 뒤엉키는 것도 잠시, 찾아들어갈 통로를 따라 무언가 뜨겁게 용트림했고 설란은 처음에 통증으로 아연실색했지만 그것은 곧 충분하게 벅차올랐다. 뱃속 근심을 두드리는 큰북처럼 드세고 강건하게 흡입되고 있었다. 설란도 서툴렀지만 상선도 그에 못지않게 헤매기를 몇 차례, 어느 정도 윤곽을 드러내는 몸짓은 서너 번 후에 밀도 있고 촘촘한 짝짓기로 연결되었다. 왠지 설란은 눈물이 맺혔다. 처자(處子)로서 가치는 상실되었다고 실망만 앞세우기에는 현실이 녹록치 않다는 것도 받아들였다. 보현산 너머로 나가면 상선과 작별을 다짐했다. 약초꾼이 지아비로 만족할 설란이 아니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길고 짧은 누구의 우격다짐인지 알 수 없게 번갈아 뒤죽박죽 설왕설래로 마무리하고 제각각 옷을 찾아 입었다. 짝짓기는 손이 많이 가도록 번거롭다는 결론을 지었다.서로가 간절히 원하는 짝짓기는 달라질까. 세월이 농익어 현란한 기술을 앞세운 짝짓기는 이토록 허무하지 않을까. 곰내재가 저편에서 늦가을 낙엽처럼 느리게 출렁거렸다. 야생마들이 서로를 견제하며 몰려다니는 속에서도, 진흙구덩이로 비탈을 만들어 홍염이 되기까지 어느 일손을 보태지 않은 적이 없었다. 막상 두고 떠나려니 애통함이 없지 않지만 저런 곳에 청춘을 내내 저당 잡힐 순 없었다. 약초꾼의 눈에만 보인다는 산길을 타고 상선이 몇 걸음 앞에서 앞장섰다. 혹여 가시덤불이나 산짐승이나 뱀으로부터 보호해주고 싶은 본능적인 강단(剛斷) 같았다.“해거름에 산을 벗어나야 하니까 빠른 걸음이라 원망 말고 바짝 따라 붙어라.”“앞서든 길이나 놓치지 마세요. 젖 먹던 힘까지 세워 따라 붙을 작정이니까.”상선이 미더운 눈으로 뒤를 돌아보며 웃었다.“산에서 하산하면 어느 나라 땅을 밟는 겁니까?”“물론 신라지. 너희들이 주장하는 두마국은 단지 신라의 손바닥만한 고을에 지나지 않는 부속일 뿐이야.”“그건 동의할 수가 없어요. 큰 나라도 있고 작은 나라가 있듯이, 신라와 두마국은 두개의 나라로 엄연히 세상에서 존재하고 있답니다.” -계속
즐겨찾기+ 최종편집: 2026-04-25 09:32:12 회원가입 전체기사보기 원격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톡네이버블로그URL복사
동정
이 사람
데스크 칼럼
가장 많이 본 뉴스
상호: 경북동부신문 / 주소: 경상북도 영천시 최무선로 280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북, 다-01264 / 등록일 : 2003-06-10
발행인: 김형산 / 편집인: 양보운 / 청소년보호책임자 : 양보운 / 편집국장: 최병식 / 논설주간 조충래
mail: d3388100@hanmail.net / Tel: 054-338-8100 / Fax : 054-338-8130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을 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