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시의회가 위기다. 2년 연속 청렴도 최하위라는 불명예와 무분별한 예산 삭감으로 촉발된 지역사회의 분노는 단순한 불만이 아니다. 이는 의회가 본연의 역할을 망각하고 시민의 적으로 전락했다는 냉엄한 현실을 보여주는 징표다.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공공기관 종합청렴도 평가에서 영천시의회는 2년 연속 5등급, 전국 지방의회 중 최하위권이라는 치욕을 기록했다. 영천시 집행부가 2등급으로 도약해 경북 시부 최고 수준의 청렴도를 인정받은 것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집행부의 성과가 체계적 노력의 결과라면, 의회의 최하위 등급은 구조적 병폐의 징후다.의정활동 과정에서의 폭력과 갑질, 사적 이해관계에 따른 특혜 제공, 의원 행동강령 불이행이 반복되어왔다는 것은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다. 청렴도 최하위는 숫자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시민들이 의회를 부패하고 신뢰할 수 없는 존재로 인식한다는 뜻이며, 이는 지방자치의 근간을 흔드는 심각한 문제다.여기에 지난해 말 단행된 대규모 예산 삭감은 의회에 대한 불신을 극대화시켰다. 영천FC U-15 운영비 전액 삭감으로 축구부는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고 있다. 꿈을 키우던 청소년들이 뿔뿔이 흩어지고, 학부모들은 “축구를 포기하라는 것과 다름없다”며 절규한다. 국보로 승격된 청제 관련 학술대회 예산과 문화재 발굴조사비도 삭감됐다. 지역의 정체성과 자긍심을 키울 소중한 기회를 스스로 차버린 셈이다.금호일반산업단지 조성 관련 예산 25억원 삭감은 금호읍 주민들의 분노를 폭발시켰다. 올해 3월 하이패스 IC 개통과 맞물려 상반기 완공이 가능한 상황에서 예산을 삭감한 것은 기업 유치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연쇄적 이익을 스스로 포기한 처사다. 주민들이 “지역 발전을 발목잡는 시의원들이 도대체 어느 나라 시의원이냐”고 외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의회의 예산 심의권은 정당한 권한이다. 그러나 지금 의회가 휘두른 칼날은 합리적 견제가 아니라 무차별적 파괴에 가깝다. 청년의 꿈, 문화유산의 가치, 지역경제의 미래를 한꺼번에 베어낸 것은 선거를 앞둔 정치적 셈법에 불과하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일각에서는 의회의 구조적 한계를 변명으로 내세우지만, 전국의 많은 지방의회가 높은 청렴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를 반박한다. 결국 영천시의회의 문제는 의원 개개인의 자질 문제이며, 전체의 자정 의지 부재에서 비롯된 것이다.2년 연속 최하위 청렴도와 무분별한 예산 삭감은 마지막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 의회는 즉각 전면적 쇄신에 나서 의원 행동강령을 엄격히 준수하고, 의정활동의 투명성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무엇보다 의원 개개인이 선서할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 봉사하겠다는 다짐을 새겨야 한다.집행부가 보여준 변화의 가능성은 마음만 먹으면 못할 일이 없음을 증명했다. 문제는 실천 의지다. 시의회가 진정으로 시민을 위한 기관으로 거듭나고자 한다면, 지금이 바로 환골탈태할 때다. 더 이상의 안일함은 시민의 신뢰를 영원히 잃어버리는 결과로 이어질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