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 지역에 머무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은 곧 지역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준비하는 일이다. 그 과정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책의 대상이 아닌 ‘주체’로서 청년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되는 구조다.영천에서 청년 창업가로 살아가며 동시에 청년정책 현장에서 지역과 청년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는 손정아 영천시 청년정책참여단 단장 겸 청년정책조정위원회 부위원장을 만나, 지역을 살아가는 청년의 현실과 바람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손정아 영천시청년정책참여단장은 영천에서 커스텀 벌룬·플라워 공방 ‘부풀’을 운영하는 청년 창업가다. ‘부풀’은 벌룬과 꽃, 종이, 간식 등을 활용한 선물과 파티 소품을 제작하고, 풍선과 실사물을 활용해 행사장과 공간을 장식하는 공방이다.상호명 ‘부풀’에는 매장을 찾는 이들의 마음이 행복과 희망으로 부풀길 바란다는 의미와 함께, 풍선을 부풀리는 일을 하는 자신의 직업적 정체성이 담겨 있다. 이 밖에도 키즈 대상 원데이 클래스와 시니어 수업을 운영하며, 세대를 아우르는 체험 활동을 통해 지역과 소통하고 있다.손 단장은 영천이 고향인 ‘귀향 청년’이다. 타지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 영천으로 이직하며 자연스럽게 고향에 정착했고, 그 과정에서 창업을 결심했다.그는 “영천은 ‘세 다리만 건너면 아는 사람이 있다’는 말처럼 사람 사이의 거리가 가까운 도시”라며 “대도시의 익명성과 달리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여전히 살아 있는 공동체라는 점이 매력적이었다”고 말했다.같은 비용으로 더 나은 주거 환경을 누릴 수 있고, 도심과 자연이 공존하는 생활 여건 역시 영천을 선택한 이유다.창업 이후의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주문 관리부터 홍보, 제작, 배송, 고객 응대, 상품 개발까지 모든 과정을 혼자 감당해야 하는 1인 사업장의 어려움과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그는 “학생 때부터 자리를 지켜온 동네 가게들이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다”며 “한자리를 오래 지킨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창업을 통해 실감하게 됐다”고 말했다.손 단장의 목표는 단순한 확장이 아닌, 지역에 뿌리내린 ‘오래 가는 가게’다.예비 창업가들을 향한 조언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아직 저 역시 도전 중인 창업가라 조언을 한다는 말이 조심스럽다”면서도 “언젠가는 저처럼 헤매는 예비 창업가들에게 경험과 정보를 나눌 수 있는 선배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특히 공방 창업의 경우 사례와 정보가 부족해 어려움이 크다며 “먼저 이 자리에서 잘 버텨보는 것이 지금 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손 단장은 창업 활동과 함께 지역 청년 활동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토박이 청년으로서 ‘살고 싶은 영천’을 만드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는 마음에서다.청년들과 함께 만든 단체 ‘꿈을 꽃피우는 사람들’을 통해 사회연대은행의 지역청년지원사업 ‘Boost Your Local’을 준비 중이며, 영천 채신공단에서는 ‘퇴근길 리부팅 프로젝트–공장장’을 통해 정기 장터를 채신공단에 열 계획이다. 이는 공장 근로 청년들에게 새로운 소비 경험과 문화 활동, 지역 청년 간 네트워크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시도다.또한 2025년에는 영천시 청년정책참여단 단장으로 활동하며 청년 정책 발굴과 정책 제안, 캠페인 활동을 이끌었다. 그 결과 영천청년센터 개소와 참여 청년 역량 강화를 위한 선진지 벤치마킹 등이 성과로 이어졌다.현재는 청년정책조정위원회 부위원장으로서 청년 정책의 제도 개선과 사업 간 조정·협력에 힘을 쏟고 있다.2026년을 맞이하는 각오에 대해 손 단장은 “병오년, 붉은 말의 해처럼 변화의 속도가 빠른 한 해가 될 것”이라며 “공방 ‘부풀’도 디자인과 행사 기획 등으로 영역을 조금씩 확장해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이어 “멈춰 있으면 달리는 기차에 오를 수 없다”며 “그 속도에 맞춰 힘껏 달려보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그는 “지금의 활동이 작아 보일지라도, 내가 살기에 즐겁고 주변 사람들이 살기 좋은 영천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쌓이면 결국 청년이 머물고 싶은 도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청년의 일상과 정책 현장을 동시에 살아가는 손정아 단장의 발걸음이 지역의 미래를 향해 이어지고 있다.최병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