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5일은 식목일이자 청명이고 다음날인 6일은 한식이었다. 4일께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어서 3일 날 당겨서 성묘를 갔다.증조할아버지와 할아버지 두 분의 산소가 나란히 있는 고도리 산소와 증조할머니와 할머니 두 분의 산소가 나란히 있는 높은재 산소, 그리고 오래 전에 요절하신 시어머니의 뜸골 산소, 이렇게 다섯 산소를 다녀왔다.옛날보다는 길이 잘 뚫려 걷는 거리가 많이 단축되니 힘들지도 않고 소풍 나온 것같이 발이 가볍다. 날씨는 20도가 넘어 화창하고 온 누리에 터져 나온 꽃망울이 사방에 지천이라 절로 입이 벌어졌다. 벚꽃에 매실꽃, 살구꽃, 자두꽃이 화려하다.고도리가 특히 자두로 유명한 곳이라 만개한 자두꽃을 그날 실컷 봤다. 자두꽃이 벚꽃 피는 시기에 피며 꽃 모양이 복사꽃과 비슷하지만 색깔은 하얗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용전리에 가장 많은 복숭아 과수원의 복사꽃은 꽃망울을 터뜨리기 직전이다.고도리 할아버지 산소에 예전에는 별로 눈에 띄지 않던 분홍빛 진달래가 이곳저곳 보인다. 길 바로 옆보다는 소월의 시귀대로 ‘저만치’ 무리지어 피어있다.꽃을 보자 좋은 생각이 났다. 몇 가지를 꺾어다가 두 분 산소에 예쁘게 꽂아 드렸다.남편이 ‘진달래꽃은 꺾꽂이로 옮겨 심을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돌아올 때 큰 가지 여럿을 꺾어 와서 마당 곳곳에 꽂아 보았다. 또 할아버지 산소 앞에 있는 내 손바닥 만한 아기 소나무 세 그루도 파와서 고택 앞에 심었다.아 참! 아무 산에서나 파오거나 꺾어 오면 안 되겠지만 남편 할아버지의 산소가 있는 산은 남편 명의의 산이란 걸 말씀드린다. 오늘 심은, 산이 고향인 나무들 중 몇이나 생명을 부지하고 살아남을까? 열심히 물 줘서 다 살리고 싶다.오후엔 영천 시장 농약사에 가서 호박 모종 세 개와 여러 종류의 꽃씨를 사 왔다. 남편이 뒷마당에 하나씩 나눠 심었다. 그는 호박잎쌈을 좋아하는지라 벌써부터 침을 삼킨다. 잘 자라줘야 할 텐데.날씨가 따뜻해지니 지난 겨울 심은 시금치가 한 고랑에 가득이다. 게다가 형님이 술술 뿌린 상추씨도 벌써 발아해서 뾰족뾰족 손가락을 내밀고 있다. 시금치는 내가 특히 좋아하는 채소다. 한 소쿠리 가득 뽑아서 살짝 데쳐 간장과 참기름,  깨소금에 무치면 다른 반찬이 필요 없다.하지만 시금치뿐일까? 내가 씨를 뿌리지 않아도 저절로 생긴 봄나물이 텃밭 여기저기에 얼굴을 내밀고 있다. 냉이와 쑥, 민들레가 그것이다. 쑥 빼고는 처음엔 분간하기도 힘들었다. 비슷하게 생긴 풀이 왜 그렇게도 많은지……다음날, 식목일 전날엔 예보대로 비가 오기 시작했다. 영천 지방엔 20미리 정도 온다는데…… 점심을 먹고 나자 비가 대충 그쳐 마당으로 나갔다. 좁쌀보다 작은 꽃씨를 뿌리고 위에 흙을 덮고 하는 동작을 한 시간 가량 반복했을 것이다.어떤 꽃을 심었느냐고? 채송화, 봉숭아, 과꽃, 분꽃, 접시꽃, 맨드라미…… 남편은 어릴 적 보았던 향수어린 꽃씨를 잔뜩 샀다. 사실 난 허브 동산을 만들고 싶었는데, 하지만 허브는 영천의 농약사에 있을 만한 놈이 아니다. 언젠가 허브 농원에 가게되면 그때 사올 것이다. 그래서 나만의 허브 꽃밭을 만들어야지.식목일엔 손님이 왔다. 비가 와서 촉촉해진 땅에 줄 선물을 잔뜩 들고서. 우리가 이사 온 후에 5년생 무궁화 13그루를 가지고 와 심어 주었던 무궁화 전문가인데 약속대로 1~2년생 무궁화 150그루를 가지고 온 것이다.와아! 드디어 우리 집에 무궁화 하우스가 되는 모양이다. 나라꽃이지만 제대로 대접을 못 받고 있는 무궁화. 백일 동안 핀다는 무궁화, 그것도 아주 덥고 힘든 여름 한철 내내. 과연 남들에게도 보일만큼 진정 자랑스런 무궁화를 피워낼 수 있을까? 그만치 예쁘게 잘 자라도록 뒷바라지할 수 있을까?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그런 날이 분명히 오겠죠?여러분도 응원해 주실 거죠?   (2018년 4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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