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영천시청 광장을 메운 시민들의 함성이 겨울 찬바람을 뚫고 울려 나갔습니다. 공설시장 상인과 야사지구 주민들이 토해낸 것은 단순한 예산 불만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공천권력에 포획된 지방정치를 향한 분노였고, ‘깃발만 꽂으면 당선’이라는 낡은 정치에 대한 시민사회의 최후통첩이었습니다.이 광장의 외침은 결코 영천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최근에 보듯이 서울 동작구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태들은 공천권이 어떻게 지방자치를 좀먹고, 의회를 파행시키며, 급기야 범죄의 온상이 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국회의원 한 사람의 입김에 의장과 예결위원장이 결정되고, 법인카드가 유용되며, 수천만 원의 공천 뇌물이 오가는 동안 정작 주민을 위한 의정활동은 실종됩니다. 지방의회는 주민의 대리인이 아닌 국회의원의 하수인을 양산하는 공장으로 전락했고, 기초의회의 독립성은 공천권 앞에서 허무하게 무너집니다.영천의 현실은 어떠한가요. 시민들이 광장에서 절규한 이유도 명확합니다. 예산 삭감의 이면에 무소속 시장과 특정 정당 소속 시의원들 간의 정치적 암투가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싸움의 승패를 가르는 열쇠가 바로 공천권이라는 사실을 주민들은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공천만 받으면 당선은 따놓은 당상”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회자되는 지역에서, 정치인들이 바라보는 방향은 시민이 아닌 공천권자의 눈치일 수밖에 없습니다.이 왜곡된 구조가 낳은 참담한 결과들을 우리는 목격했습니다. 동작구에서는 네 명의 기초의원 중 한 명은 법정 구속으로 의원직을 상실했고, 또 다른 이는 공천 헌금 의혹으로 출국금지 당했으며, 나머지 두 명 역시 윤리 문제와 당적 이탈로 얼룩졌답니다. 공천이 인재 검증의 과정이 아닌 충성도 테스트로 전락했을 때, 의회에 입성하는 것은 능력 있는 일꾼이 아니라 줄 잘 서는 기회주의자들 뿐입니다.우리가 ‘전과 기록이 있어도 공천만 받으면 당선될 수 있다’며 분개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공천이 면죄부가 되고, 정당의 깃발이 모든 결격사유를 덮는 만능 보호막이 되는 순간, 지방자치는 민주주의가 아닌 봉건제가 됩니다. 지역위원장 한 사람의 손에 쥐어진 공천권은 주민이 선출한 의원들을 복종의 사슬로 묶어버리고, 의회는 견제와 균형의 기관이 아니라 권력 시녀의 집합소가 돼버립니다.더욱 참담한 것은 이게 정치인의 일탈이 아니라 시스템의 문제라는 점입니다. 동작구에서 10년 넘게 지역위원장을 맡은 김병기씨는 전원 단수공천으로 기초의원을 선출했답니다. 단수공천은 경쟁을 원천 차단하고 당선을 보장하는 강력한 통제 수단이지요.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일까요. 일각에서 제기되는 기초의회 폐지론은 본말이 전도된 위험한 발상입니다. 1조 원에 달하는 지방예산을 공무원의 독점적 집행에 맡기고 견제 장치를 없애자는 것은, 문제의 해결이 아닌 도피입니다. 진짜 해법은 공천 시스템의 근본적 개혁에 있습니다.공천 과정의 투명성과 객관성을 제도화하고, 정당은 공천을 권력 유지의 수단이 아닌 인재 발굴의 책임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범죄 경력이나 윤리적 결격자를 거르는 최소한의 검증조차 포기한 공천은 어떻게 무너지는지 보여줘야 합니다. 다음으로 유권자는 정당의 깃발이 아닌 후보의 자질을 보는 눈높이를 키워야 합니다.다가오는 6월 3일 지방선거는 영천이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기회입니다. 공천권자의 비위를 맞추고, 뇌물을 바치는 정치인에게 엄중한 심판이 내려져야 합니다.영천의 각성이 전국으로 번져나가길 기대합니다. 공천 카르텔에 포획된 정치를 주민의 품으로 되돌리는 첫걸음이 6월3일 시작되길 바랍니다. 썩은 권력을 심판하고 지방자치를 정상화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표입니다. 우리 비록 힘없는 소시민이지만 금보다 소중한 한 표를 손에 쥐고 있습니다. 늪에서 헤어나느냐, 과거를 답습하느냐의 선택은 오롯이 우리의 몫입니다.
즐겨찾기+ 최종편집: 2026-04-25 04:38:04 회원가입 전체기사보기 원격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톡네이버블로그URL복사
동정
이 사람
데스크 칼럼
가장 많이 본 뉴스
상호: 경북동부신문 / 주소: 경상북도 영천시 최무선로 280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북, 다-01264 / 등록일 : 2003-06-10
발행인: 김형산 / 편집인: 양보운 / 청소년보호책임자 : 양보운 / 편집국장: 최병식 / 논설주간 조충래
mail: d3388100@hanmail.net / Tel: 054-338-8100 / Fax : 054-338-8130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을 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