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목은 조선시대 과거시험의 합격자 명부로서 과거급제자에 대한 1차 자료다.문과는 조선시대 문과급제자 전원을 집성한 종합방목이 남아있어 현재 별다른 어려움 없이 급제자 전원을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문과의 대거(對擧)로서 함께 실시한 무과는 상대적으로 사료가 매우 열악한 실정이다.무과방목은 ‘호방(虎榜)’이라고도 한다. 무과방목은 현재 과거시험이 행해질 때마다 1회분(回分)의 과거급제자를 수록한 방목만 남아있다. 그것도 무과방목 단독으로 되어있지 않고 앞쪽에는 문과방목, 뒤쪽에는 무과방목을 실은 ‘문무과방목’의 합본 형태이다. 그래서 이 문무과방목을 ‘용호방(龍虎榜)’이라고도 하는데 용(龍)은 문(文科)을, 호(虎)는 무과를 의미한다.경상북도 영천은 예로부터 ‘영남의 중심’이자 전략적 요충지로 평가받아 왔다. 하지만 영천이 조선시대 국가 인재 선발의 장(場)인 ‘과거 시험’의 직접적인 개최지였다는 사실은 그간 사료적 한계로 인해 거론된 적이 없다.최근 영천역사박물관이 연세대학교 도서관에 소장된 1594년(선조 27, 갑오년) 무과방목을 확인하고, 추가로 1672년(현종 13, 임자년) 무과방목 실물을 구입 · 확보함에 따라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다. 그동안 영천 지역에서는 임진왜란기인 1594년 영천에서 별시무과가 치러졌다는 기록을 영천역사박물관이 발굴해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 이는 당시 영천 출신 백암(白巖) 김응택(金應澤)의 문집 등에 관련 정황이 기록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집’은 개인의 기록이기에, 국가적 공인 문서인 ‘방목(榜目)’의 부재는 학술적 증명에 큰 걸림돌이었다.이번에 연세대학교 도서관에서 확인된 1594년 갑오별시무과방목은 영천에서 시험이 치러졌음을 증명하는 ‘추청해 볼 수 물증’이다. 임진왜란이라는 국가 비상사태 속에서 영천이 영천성수복전투를 통해 이루어낸 결과로 인해 당시 영천이 가졌던 군사적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 전투 이후 영천이 영남의병 및 관군의 핵심 거점이었음을 뒷받침하는 근거이기도 하다.또 최근 영천역사박물관이 구입한 1672년(현종 13) 9월 무과방목은 1594년의 시험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조선 중기를 지나 후기까지도 영천은 무과 시험의 주요 거점이었으며, 지역 인재들이 무관으로 진출하는 교두보 역할을 했다.1672년 무과방목에는 합격자의 성명, 자(字), 생년, 본관, 거주지, 부친의 성명 및 관직 등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다. 이는 당시 영천과 인근 지역의 무반(武班) 가문의 형성 과정, 지역 사회의 구조 변화를 연구하는 데 있어 보물과 같은 가치를 지닌다. 특히 영천 지역 합격자의 비중을 분석함으로써 ‘무인(武人)의 도시’로서의 영천의 계보를 추적할 수 있게 되었다.현재 영천시는 육군3사관학교, 제2탄약창, 호국원 등이 위치한 대한민국 대표 군사도시이다. 이번 무과방목의 발굴은 현재 영천의 군사적 기능이 우연히 형성된 것이 아니라, 삼국시대의 화랑의 흔적과 함께 430년 전 조선시대부터 이어져 온 ‘군사적 혈통’에 기인함을 증명한다.조선시대 영천에서 무과 합격자를 배출하여 국방을 튼튼히 했던 역사는, 오늘날 육군3사관학교에서 정예 장교를 양성하는 현대적 기능과 완벽하게 궤를 같이한다. 이는 영천이 단순히 군 부대가 상주하는 지역을 넘어, ‘국가 안보 인재 양성의 요람’이라는 역사적 명분을 확보했음을 의미한다.방목에 등재된 영천 인물들을 전수 조사하여 지역 가문들과 연계한 스토리텔링 작업을 진행과 ‘조선시대 무과 시험 재현 행사’를 통해 장병들에게는 군사적 자긍심을, 시민들에게는 역사적 자부심을 심어주는 영천만의 고유한 축제 콘텐츠로 만들어 보면 어떨지 영천시에 제안를 한번 해 본다.영천역사박물관의 이번 무과방목 발굴 및 수집은 영천의 잃어버린 역사를 되찾은 쾌거이다. 1594년과 1672년의 기록은 영천이 조선의 국난 극복과 안보를 책임졌던 현장이었음을 증명하고 있다.이제 영천시는 이 소중한 사료를 바탕으로 ‘국난극복의 수도’ ‘영천’를 잇는 고유한 도시 브랜드를 구축해야 한다. 무과방목 속의 활자로 잠들어 있던 무인들의 기상은 2026년 새해를 여는 영천의 미래를 여는 강력한 동력이 될 것이다.[참고 자료]ᆞ 조선왕조실록 선조/현종 실록ᆞ 백암집(白巖集) - 김응택 著ᆞ 1594년 갑오 별시무과방목 (연세대학교 도서관 소장본)ᆞ 1672년 강희 11년 임자 무과방목 (영천역사박물관 소장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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