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도 중순이 지나니 대기에는 태양의 열기가 가득하다. 다시 추워지는 일은 없을 듯하다. 얇은 블라우스나 가벼운 원피스를 입은 아가씨도 드문드문 보인다. 이때가 바로 복사꽃 사과꽃이 만발할 때다. 벚꽃이 한잎 두잎 지기 시작해 나중엔 모두가 흩어져 내리고 나서 2주쯤 지났을까?영천, 특히 고경면에는 복숭아 농원이 많다. 두 집 건너 한농가가 복숭아 농사를 짓나 보다. 복숭아 농원 전체가 철골로 단단하게 지지대가 세워져 모든 나무들이 어찌 보면 갑옷을 입은 병사같이도 보이는 가련한 모습이지만 전체적으로 화려한 꽃이 가득 핀 모습은 아름답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꽃색깔이 좀더 화려하면 천도복숭이나 황도, 엷은 편이면 백도나 수밀도가 된단다. 만발한 모습으로 1~2주일이 지나 열매를 맺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일이 많다고 한다. 솎아주는 일 말이다. 이제 나무 밑마다 복합 비료가 한 포대씩 깔린다. 한꺼번에 상품이 쏟아지는 만큼 맛 경쟁이 치열하다니 서로 좋은 맛과 모양을 위해 농부마다 온힘을 다한다.우리 집도 밭이 있지만 아직 무엇을 할지 연구 중이다.올 한해 남이 하는 것을 관망하면서 시간을 보내볼 생각이다. 대신 정원 조성하는 데 힘을 쓰고 있다.우리가 심은 꽃들은 아직 싹도 제대로 나지 않았는데 작년에 집 지으면서 심었던 철쭉이 이곳저곳에서 선물처럼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바람에 집 전체가 꽃동산이 되어버렸다.어느 정도 정원 조성이 되어 있지 않으면 준공 허가가 나지 않기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심어준 분들이 고맙기 짝이 없다. 거의 죽은듯 뻣뻣하게 보이던 철쭉에 넉넉히 물을 준 다음날부터 꽃봉오리가 맺히기 시작하더니 꽃망울이 부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꽃동산이 된 것이다.남편은 그 일이 너무나 신기한지 아침마다 물주기 당번을 자처한다. 그리고 새로 심은 배롱나무에 새순이 돋았느니, 할아버지 산소 옆에서 파온 아기 소나무가 잘 자란다느니, 목단이 봉오리가 맺혔지만 아직 고개를 숙이고 있다느니 말한다.전에는 남편이 이렇게 이야기를 많이 한 적이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 나도 질세라, 모종으로 심은 호박에 잎이 하나 둘 더 생겼다느니, 산에서 꺾어와 마당에 쑥 꽂은 전달래가 뿌리를 내린 것 같다느니, 땅만 보는 사이에 어느새 우리 단풍나무가 연두색 새옷으로 같아입었다느니 하는 말로 대꾸를 한다.자연이, 식물이, 동물이 모두 우리 대화의 주인공으로, 엑스트라로 출연을 하니 말이 아니 많아질 수가 없다. 나이 먹은, 오래 산 부부가 이렇게 재깔재깔 한참이나 대화를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이다. 서로가 무슨 말을 해도 즐겁고, 말을 할 소재가 자꾸자꾸 생기는데 어쩌랴? 나무도 풀도 꽃도 모두 우리 대화를 알아듣고 반응을 보여주니 점점 관심을 보이게 되고 자꾸 얘기를 하지않을 수 없다. 심지어 우리 마을의 강아지까지도 내 말을 알아들는 것같다. 아침나절에 강아지 혼자서 밥그릇을 엎으면서 한참을 시끄럽게 노는 모습을 보았는데 나중에 보니 밥그릇은 어디 가고 혼자 가만히 앉아 있길래, “밥은 먹었니? 대관절 밥그릇을 어디 간 게야?” 하고 부드럽게 말을 건넸더니 강아지 표정이 알아들은 듯 내 얼굴을 간절히 바라본다. 그럼 나는 밥그릇을 찾으러 이곳저곳을 둘러보게 된다.복숭아, 사과 농원엔 붕붕거리는 벌이, 우리 집 철쭉엔 흰나비 노랑 나비  손님이 들었다.주말에, 고택의 지붕을 봐주기 위해 남편의 친구가 방문했다. 한옥에 관심이 많으며, 특히 옛 기와의 전문가인 그 친구는 고택의 전체적인 진단과 향후의 관리를 위한 조언을 여러가지로 해주었다. 조언은 평소에 보지 못했던 것을 보게 하고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생각하게 해준다. 귀한 시간을 내어 시골마을까지 와서 우리 전통 주택과 기와를 살리기 위해 애써준 친구가 고마웠다.오래된 한옥을 살리고, 고택과 함께 하는 환경도 살리고 자연도 지구도 살리는 길에 기꺼이 동참해주는 분들이 많아 든든하다. 노랑 나비 횐 나비 손님! 별 손님! 모두 모두 환영해요! (2018년 4 월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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